초록색 야구모자는 마음에 들었다. 얼굴을 가리는 데에도 유용했고 봄의 햇살과도 색이 잘 어울렸다.

야구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학교에 나갔다.

작년처럼 들쑥날쑥 빠지고 싶지 않았는데 시작부터 어글어졌다.

 

강의실 안은 작은 소음이 가득했다.

자기네들끼리 숙덕숙덕 이야기소리가 적당히 소란하고 적당히 어수선했다. 그런데 내가 강의실에 들어선 순간 소음이 삽시간에 멈췄다. 시간을 멈추는 누군가가 잠시 스톱을 외친 것처럼 모든 소음이 사라졌다.

대신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지나치게 조용한 덕에 눈동자 굴리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나는 허리를 펴고 자리를 찾았다. 뭐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어떤 소문이든 나만 듣지 않는다면 상관없었다.

 

이지수와 눈이 마주치자 이지수는 옆자리의 의자를 빠르게 빼내었다. 나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사람들의 시선이 나의 움직임을 따라 조용히 따라왔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지수가 몸을 조금 틀고는 내게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나…잠깐 봐도 돼?”

 

무례하지 않았고 눈빛엔 걱정이 보여 나는 순순히 모자를 살짝 들어주었다. 내 얼굴 위로 과녁처럼 수 많은 눈빛이 같이 쏟아져 들어왔다.

 

“에구구.”

 

응급실에서 헤어진 후 처음 만났다.

그날의 점점 커져가는 얼굴과 바늘이 지나간 얼굴이 되기 전에 이지수는 집으로 돌아갔다. 퍼러둥둥한 멍이 사라지지 않은 눈두덩이와 흉터가 생긴 오른쪽 밴드를 붙여놓은 뺨을 꼼꼼히 보았다.

 

뭐라 할 말이 많은 듯 입을 달싹거리다 지나치게 조용한 강의실이 의식되었는지 이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모자를 내리 눌러쓰고 이지수 쪽으로 틀었던 몸을 바로 앉으려 할 때였다.

툭하고 내 책상위에 뭔가가 무심하게 올려졌다.

조용한 공간에 그 소리조차도 천둥처럼 들렸다.

다섯 개들이 포장이 뜯기지 않은 요구르트가 어울리지 않게 놓였다. 꼿꼿하게 등을 세운 여학생 하나가 내 자리를 지나 뒤쪽 자리로 가고 있었다.

 

“이, 이거? ”

 

흘리고 갔다고 말해주려 여학생의 꼿꼿한 등을 따라 몸을 돌렸을 때였다.

다시 내 책상위로 탁 하고 소리가 나더니 초콜렛 하나가 놓였다.

빠르게 몸을 틀었지만 누가 놓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자리 근처인건지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면서도 시선을 감추는 듯 요상한 분위기였다.

이지수를 바라보자 이지수는 내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툭하고 샌드위치가 내 책상에 놓였다. 그냥 지나치는 척하며 또 누군가가 내 책상에 슬쩍 올려놓았다.

 

"왜? 뭔데? “

 

고요한 강의실에 내 목소리만 크게 울렸다.

 

작은 소리도 나지 않았다.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워 나를 나와 이지수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내가 예상한 방향은 아니었다.

 

책상위에 놓인 요구르트와 초콜렛과 샌드위치를 어찌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쳐다보고 있을 때 교수가 앞문으로 들어왔다.

“거기 학생은 아침 안 먹고 왔나? 책상 위에 잘 차렸네. ”

 

교탁을 향해 걸어 들어오면서 교수가 내 자리를 흘깃 보고 말을 걸었다. 지나치게 조용했던 강의실 안에 숨죽인 소리로 웃음이 터졌다.

 

책상위에 올려 진 물건을 빠르게 가방 속에 집어넣고 빠르게 교재와 노트를 꺼내고 허리를 세우고 앉았다.

순간 내 행동을 꼼꼼히 지켜보던 교수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뭔가 알아챈 듯 아! 하는 빈 소리가 들렸다. 교수 또한 모자 속에 숨겨둔 내 얼굴을 빠르게 보고 갔다.

 

“자, 출석부터 부릅시다.”

 

교수의 목소리가 조용한 강의실을 장악했다.

순간 이지수가 메모지 하나를 내 책상위로 빠르게 건네주었다.

[김식 후배께서 사람을 물었어.]

 

뭐라 물으려다 교수의 호명에 대답하는 이지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조인경!”

 

내가 손을 들고 대답하기 전에 교수의 시선이 내게 먼저 닿아있었다.

 

“배가 많이 고프면 손 들어주게. 쉬는 시간 줄 테니.”

 

다시 작은 웃음소리가 터졌다.

교수의 3학점짜리 전공 수업 강의가 시작되었다. 원래 이 강의는 3시간 풀 강의로 유명한 교수였다. 가벼운 농담도 없었고 잠시의 짬도 없이 시속 60키로의 속도로 내달린다는 빡세기로 유명한 전공 수업이었다. 안그 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수업을 교수는 빠르게 내달렸다.

 

누군가 요잇땅 을 누른 것처럼 모두가 빠르게 펜을 잡고 교수의 강의를 급한 속도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강의는 촘촘했고 하나라도 빼트리지 않기 위해 우린 전력질주를 해야했다. 나도 바쁘게 진도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힘든가?”

 

노트에 쏟아지는 풀이를 적어 내려가고 있는데 문득 뜻밖의 질문이 나왔다. 고개를 드니 다시 교수의 시선이 내게 와 있었다.

 

“아닙니다.”

“너무 빨라요. 교수님.”

 

뒤쪽 자리에서 내 대답과 동시에 다른 답이 나왔다. 순간 웃음소리가 와아 하고 터져 나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네에.”

“좋아요.”

 

여기저기서 기운찬 대답이 나왔다.

축제 때에도 그 어떤 때에도 휴강도 한번 없다고 소문난 교수가 한 시간 반 만에 수업을 끝냈다.

 

“나 손가락 부러지는 줄 알았어.”

“나도.“

 

교수가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왔다.

모처럼 수업이 일찍 끝났기에 신이 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나갈 줄 알았다. 이상하게도 다들 자리에서 밍기적 거리며 다들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시속 60키로의 속도의 강의를 함께 한 강의실에 다시금 조용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때 앞문이 열렸다.

교수가 다시 돌아왔나 일제히 고개가 그쪽을 향했다.

 

“너네 강의 끝난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조용해?”

 

앞문으로 나타난 것은 과의 학생회장과 복학생의 전담 마크맨 이었다.

 

“끝났으면 빨리 나가.”

 

 

그때서야 슬금슬금 엉덩이를 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강의실에 의자 끄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나도 가방을 다 챙기고 일어서려 했다.

 

“나 이번 학기 과대표인데, 저번에 미안했다. ”

 

내 앞쪽에 있던 남학생 하나가 빠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처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바쁜 걸음으로 문 쪽으로 걸어갔다.

 

“나도. 나 너랑 같은 테이블이었는데 나도 미안했다.”

 

또 한명의 남학생이 역시나 빠르게 내 옆을 스치듯 말을 쏟아내고는 빠른 걸음으로 문 쪽으로 걸었다.

 

“안녕. 조인경.”

“안녕.”

뒤쪽 자리에서 여학생 두 명이 나와 이지수를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어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뭔가 많이 이상했다.

 

보통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큰 소문에 휘둘린다.

어찌 했길래 쳐 맞았나 라던가, 맞을만했다던가. 이상하게도 가해자의 폭력은 아무렇지도 않게 수긍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해선 의심과 사연에 대해 더 궁금해하고 소문이 양상 되었다. 내가 짐작하고 있던 상황은 이런 정도였다.

게다가 나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헛갈리게 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또 김식까지 그 난장에 뛰어들었다.

 

“조인경? 잠깐. 우리 좀 보고 가.”

 

문 앞쪽에서 아이들이 나가주기를 기다리던 학생회장과 마크맨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마지막 문을 미적미적 나가는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을 우리 쪽으로 보냈다. 뭔가 저들끼리 작게 속삭거리고 문을 나섰다.

저런 반응이 정상이지.

 

“아직 상처가 많이 심하네. ”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망설이는 것이 표정에 역력히 드러났다.

 

“나 그날 미안했어. 내가 끝까지 그 선배 막았어야 하는데. 정말 미안해.”

 

마크맨이 학생회장 보다 먼저 본론을 꺼냈다. 표정과 눈동자엔 정말 미안함이 있었다.

 

“내가 미리미리 대비했어야 하는데, 좀 더 조심하지 못했어. 우리가 미안하다. ”

 

왜?

왜 이렇게 사과를 쉽게 하지? 새로운 함정인가?

 

“병원비 말이야. 그 선배 쪽에서 해주기로 했어. 우리가 끝까지 잘 마무리 되도록 챙길께.”

 

내 앞에 선 두 사람에게서 가식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그렇게 알고, 우린 간다.”

 

두 사람은 그렇게 사과를 하고 강의실을 나갔다.

 

“ 이상해. 아주 이상해. ”

 

혼잣말처럼 툭 말이 나왔다.

옆자리에 있던 이지수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진짜 사과가 하고 싶었나 보지.”

“이상해. ”

사과를 여러 번 받았는데 오히려 개운치 않았다.

나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김식이 뭘 물었다고?”

 

이지수를 돌아보았다.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짓고 있던 이지수가 가슴을 당당히 확 폈다. 그리고 숨을 크게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

 

“김식 후배가 현수막을 걸었어. 엄청 큰 거로. 공대 학관 외벽마다 다 걸었어. ”

 

이지수는 양 손을 활짝 펴 보이며 크기를 가늠하듯 이렇게 이렇게 하면서 움직였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긴 한데, 그날 그 복학생이 진짜로 한 말이라며? 그 사람 입이 정말 더럽더라. 미쳤어 아주. ”

 

미간을 찌푸리는 이지수는 그날의 복학생의 눈을 보지 못했다. 뱀처럼 내 얼굴을 핥아대던 그 시선을.

 

“우리한테 날으는 돈까스라고 했다며? 군대 가면 재미난 일 많겠다? 거기다가 학과 딱! 학번 딱! 이름 딱! 아, 이름은 장 땡땡 이렇게 박았지만.”

오른손으로 허공에 망치질 하듯 하며 말을 했다.

 

“결정적으로…”

 

이지수가 오른손을 들고 강의실 문 밖을 슬쩍 가리켰다.

 

“우리 과 교수님 연구실 문마다 대자보도 쫘악 붙였어. 학생회장 불려가서 진상조사도 한다하고 아주 개망신을 당했지.”

 

그리고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제일 마음에 든 건 정문에 달렸던 건데, 축 개! 새! 30키로 체급 차이 격투기에서 승리. 요거였거든. 그건 바로 경비아저씨들이 치워버렸어. 아니 장땡땡이 뭐냐고 그냥 이름까지 다 까발려버리지.”

 

이지수가 허공에 축 글자와 개! 글자와 새! 글자가 있었던 위치를 그리듯 위치를 딱딱 가리켰다. 나는 무슨 원맨쇼 보듯 이지수의 손을 계속 따라가기만 바빴다.

 

“그 복학생이 김식이 후배한테 얻어맞았다는 소문도 있어. 그 사람 남자기숙사에 있는데 그 사람 침대에 계속 쓰레기가 쌓인대. ”

 

이지수가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내 눈두덩이와 밴드를 쳐다보았다.

 

“난 이번엔 김식 후배편.”

 

이지수가 딱 잘라 말했다.

 

“진짜 김식 후배가 그 선배 때렸으면 좋겠다. 어따 대고 힘자랑이야.”

 

뭐라 입을 열려다 말았다.

다시 호흡을 들이키고 말을 하려는데 또 말문이 막혔다.

 

진짜 김식이 사람을 물었다. 지가 뭐라고.

이건 내 싸움이었는데… 지가 뭐라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니, 지끈 거린 건 심장인가?

 

 

 

 

김식의 소문의 과녁을 바꿨다.

그날의 사건에서 나는 조그맣게 만들고 복학생을 온갖 소문의 온상지로 만들어 버렸다.

영리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또 선을 넘었다고 화를 내야하나?

머리가 지끈거렸다.

 

공대 건물을 내려오며 흘깃 건물 외벽을 바라보았다.

언덕 위쪽부터 공대 1호관부터 주욱 내붙었을 현수막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학생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쪽에서 머리 하나가 둥실 떠올랐다. 그뒤로 작은 공같은 머리가 보인다 싶은 순간 도도도도 소리가 들릴 것처럼 한 여학생이 달려왔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스커트에 까만 안경을 쓴 여학생의 움직임은 넘어질 듯 위태위태해 보여 나와 이지수는 잠시 멈추고 그곳을 쳐다보았다.

지각인가 하기엔 뒤따르는 동그란 머리들은 뛸 생각이 없어보였다.

 

“언니!‘

 

발소리 말고도 온 몸에서 달리는 모습의 표현하는 의성어가 실제 들릴 것 같은 여학생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넘어질 거 같은데?”

 

이지수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긴 스커트에 걸리든 스텝에 걸리든 아슬아슬 뛰는 폼이 위험해 보였다.

 

“언니.”

 

내 앞까지 달려온 여학생이 숨을 헐떡이며 인사를 했다. 짧은 거리를 뛰었지만 마라톤을 뛴 듯 격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어, 언니.”

“숨, 그냥 숨셔요.”

 

이지수가 친절하게 여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후우, 후우, 언니…저 송주희 인데 …후우, 후우 기억하시죠? 우리 같은 조 였는데요.”

 

숨소리 반 말소리 반을 내는 여학생을 신기한 듯 보았다.

 

“언니가 막 제 가방 막 다른 쪽 의자로 옮겨도 주시고. … 화장실을 한 번 더….”

“알아.”

 

곧 숨이 넘어 갈 것 같아 빨리 말을 잘랐다.

나도 여학생과 함께 호흡을 몰아쉬어야 할 것 같았다.

 

“김시기 오빠한테 물었는데… 언니 디게 많이 다쳤다고 해서.”

 

이번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지수의 김식 후배란 호칭과 김식 오빠와 ….

내게 눈동자를 빛내며 첫사랑 오빠를 보는 대하는 듯 한 일학년 여학생의 해 맑은 표정에 어지러웠다.

 

“잠깐만요.”

 

송주희는 가방을 뒤적뒤적하더니 내게 손바닥 만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비타민이랑 연고인데 꼭 챙겨 가세요.”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옆에 서 있던 이지수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그거네. 너 학교 때 이런 선물 많이 받았다며? 그거네. ”

 

우리가 서 있는 옆쪽으로 오토바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앗, 김시기 오빠 오토바이다. 헤헤.”

 

맑게 웃는 여학생의 얼굴이 봄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멀뚱히 손바닥 위에 놓인 봉투만 거절하지 못하고 내려다보았다.

 

“잠깐만.”

 

그 자리에 이지수를 두고 나는 등을 돌렸다. 내려왔던 그 길을 되돌아 올라갔다. 오토바이가 지난 그 길을 따라, 오토바이가 주차될 그곳을 찾아 걸었다.

 

“저 언니가 바로 그 여자 선배 언니야. 정말 멋있지?”

 

내 등을 따라 흥분 된 여학생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모델 같지? 키 엄청 커.”

 

건물 입구가 보이는 곳에 김식의 오토바이와 김식을 찾았다. 김식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나 잠깐 봐.”

“누구세요?”

 

오토바이에 헬멧을 거는 김식이 삐뚜름한 눈으로 나를 삐딱하게 쳐다보았다.

 

“나 아세요?”

 

아, 진짜!

“잠깐 얘기 좀 해.”

“학교에선 아는 척 하지 말라면서? 아직 하루도 안 지났거든.”

 

김식이 사춘기를 지나는 남학생처럼 비틀리게 대꾸했다.

봄 햇살 아래 김식하고 또 대치하듯 섰다.

 

 

“나는 뭐 말 하고 싶은 줄 알아?”

 

나는 허리에 손을 척 올리고 싸울 듯이 김식에게 물었다.

김식이 노려보는 나와 대치하더니 픽 하고 웃음을 흘렸다.

 

“손.”

 

갑자기? 무슨 손?

 

“손 내 놔.”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김식이 내 손바닥 위에 툭하고 마술사처럼 은색 줄을 떨어뜨렸다.

 

“열쇠 달라며?”

 

아니 상황이 지금 이게 아니잖아.

손바닥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색 줄에 달린 열쇠를 내려 보았다.

 

“야아 ! 너 뭔데? 현수막 뭐고 대자보는 또 뭐고?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닌 거야?”

 

나는 빠르게 날 선 공격을 했다.

그리고 김식은 내 공격을 이상하게 받았다.

 

“남이사.”

 

손으로 내 초록색 모자 챙을 툭하고 건드렸다.

순간 시야를 가린 내가 허둥 하는 사이 김식은 그대로 내 옆을 유유히 지나쳐 갔다.

빠르게 모자 챙을 올리고 났지만 이미 김식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공대관 입구에서 이지수와 까만 머리 세 개가 한껏 설렌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명은 모자를 툭 치는 흉내를 내고 나머진 키들키들 웃었다.

 

봄 햇살이 아지랑이 같았다.

곧 꽃을 토해낼 것 같은 몽오리 진 꽃나무가 봄 바람에 하늘하늘 움직였다.

내 손바닥엔 따뜻하게 뎁혀 진 은색 줄이 달린 열쇠가 나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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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랑쥐- 밤에 올렸다가

          아침이면 부끄러워 다시 지웠다가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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