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Two

by- 더피용.



나의 하루를 가만히 닫아주는 너
은은한 달빛따라 너의 모습 사라지고
홀로 남은 골목길엔 수줍은 내 마음만

나의 아픔을 가만히 알아주는 너
눈물흘린 시간뒤엔 언제나 네가 있어
상처받은 내 영혼에 따뜻한 네 손길만

처음엔 그냥 친군줄만 알았어
아무 색깔없이 언제나 영원하길
또다시 사랑이라 부르진 않아
아무 아픔없이 너만은 행복하길
워우워우 예~~~

널 만나면 말없이 있어도
또하나의 나처럼 편안했던거야
널 만나면 순순한 네 모습에
철없는 아이처럼 잊었던거야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내겐 너무 행복한 너~~











"지갑에 얼마가 들어있는지 맞춰볼래? 그럼 맛있는거 사주지."

반쯤은 농담이었고, 반쯤은 후배앞에서 조금은 어깨를 세우고도 싶어하는 호기
였을거다.

그는 ----
내 이상형과는 너무 거리가 있었다.

"정말요?"

키가 훤칠하게 크고,
날렵한 몸을 갖고 있으며 샤프한 금테 안경을 쓰고,
신경질적인 턱선을 한 사람에게 두근거리던 가슴을 하던 나는,
어느 순간 이상형과는 전혀 다른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
"음---- 삼만 이천원."

무턱대고 생각나는 대로 내뱉은 숫자가 그의 열린 지갑에서 확인이 되었을 때
그도 나도 깜짝 놀랐다.

"가자. 통닭 사줄게."

정말 맞출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번도 흔한 당첨의 행운조차 경험하지 못한 나이기에 느닷없이 내게 닥친 행
운은 정말 놀라웠었다.

삼학년이 되어 학회일을 맡게 되면서 그와 자주 부딪히게 되었다.
나와 같이 휴일날 그를 만난 영희와 학교앞 작은 통닭집에 들어선 것은 삼월의
작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조그마한 노란 우산을 나와 영희가 나눠쓰고, 그는 내리는 차가운 삼월의 작은
비를 고스란히 맞았다.
몇번이고 좁은 우산을 함께 나눠쓰자고 제안을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그는 흔쾌히 그 비를 맞았고, 꽤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첫사랑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고3 수험이 끝나고 처음 그녀를 만났다고 했다.
군에 갔을 때,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던 그 애인이 애인이 얼마나 예뻤는지,
키가 얼마나 컸었는지, 걸을때면 늘 왼쪽으로 걸었다는 것까지 이야기를 늘어놓
았다.

참으로 싱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누구나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실패한 첫사랑을 그렇게 당당히 이야기를 하다
니…….

우리 앞에 따끈하게 튀겨진 통닭이 놓여지고 가볍게 생맥주까지 차려졌을때도
그는 농담처럼 자신을 걷어차고 가버린 첫사랑을 이야기했다.

군에서 자신의 생일날, -그 생일날은 낙엽도 다 지고, 추운 겨울이 밀려오기 시
작하는 쓸쓸함이 가득한 날이었다. -일부러 보초 서기를 자초하여 초소에 있을
때, 그녀가 면회를 와 "나 결혼해."라고 말을 하고 돌아설때의 쓸쓸한 뒷모습도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군에 오기전에 선물로 주었던 금반지를 돌려받지 못했다는 말에 나는 몹시 아
까워하며 몇돈이냐고 묻기까지 했었다.

오독오독.
잔 닭뼈를 씹어 먹는 나를 영희와 그가 신기한 듯이 쳐다보았다.

"너 별명이 마녀라며?"
"네?"

풋하고 영희가 옆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비오는 날은 귀신같이 맞춰서 우산 들고 나온다면서? "

역시 그날도 내가 들고나온 노란 우산을 가르키며 말을 한다.

"얘, 진짜 그래요. 아침에 멀쩡하다가도 얘가 우산 들고 나오면 꼭 비오더라구
요. "

" 그 닭뼈 맛있냐? "

입안에서 씹혀지는 닭뼈를 오독거리는 내가 신기한 모양이다.

"그냥 씹혀서 먹는게데요. 뭐."
"배가 많이 고팠나본데, 많이 먹어라."


그는 키가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신경질적인 턱선이라고 하기보다는 두리뭉실 고운 계란형의 얼굴에다 사람좋은
웃음을 웃는 사람이었다.
샤프한 금테 안경대신에 궂을 일을 마다않는 손을 가진 사람.
그 사람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 것은 나조차도 믿기지 않은 일이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이학기 교실에서였다.
동기들이 하나둘씩 군에 입대하고, 또 하나둘씩 복학생이 들어오기 시작한 그즘
에 그는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복학생이었을뿐이다.

검은 항공잠바를 걸쳐 입고, 그리 크지 않은 키로 평범하게 자리 하나를 채우던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와 한 학기를 한 교실에서 지냈지만,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해 가을과 겨울이 지날동안 그와 나는 서로의 존재가 있다는것만은 인식할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관계로 지냈다.

그 기간에 난 첫키스를 경험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날 짝사랑한다던 사내였다.
특별히 그 사내가 좋았던 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반쯤은 키스에 대
한 호기심이었고, 그때 옆에 그 사내가 있었다는게 정답이었을거다.
그다지 달콤하지도 않고, 두근거리지도 않은 첫키스의 환상을 깨고 난 이후, 사
랑이 다가오기를 더 이상 설레이지 않게 되었다.
나의 스물 한 살의 가을은 그렇게 시시하게 지나갔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의 많은 점들이 내 눈안으로 들어왔다.
그날은 아직은 쌀쌀한 밤기운을 내포한 사월의 어느날이었다.
학회 회의가 끝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을 타 고갈비집으로 몰려갔다.
반정도는 다른곳으로 빠지고 반정도가 함께 자리한 학교 근처의 허름한 포장을
한 술집이었다.


그는 다시 그의 옛 애인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그럼 나는 영화 이야기를 한다.
새로 나온 어떤 영화는 어떠하고, 또 삼류극장에서 상영하는 에로영화는 어떠하
고. 서로 다른 주파수를 맞추어 놓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막걸리 병이 비고, 고갈비가 떨어지면, 그는 나를 그 자리에 두고 혼자서 집으
로 돌아간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우리집이 그렇게 멀지 않았음에도 그는 단 한번도 바래다
주겠다는 평범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는 자유로워보였다.
웃을때마다 보이는 비어있는 송곳니 자리가 귀여보이기도 했고, 정년퇴직한 아
버지의 점버를 입고 나온날은 나름대로 복학생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다른 복학생 틈에서 고루하지만 신선한 모습이기도 했다.

전공 공부보다는 법학과에 가서 노동법 도강하기를 좋아했고, 또 경제학과 교수
에게 거시경제와 미시경제 강의를 도강하는 학생으로 점찍히기도 했었다.

그는 자신은 결혼은 하지 않을거라고 말을 했다.

"왜요?"
"난 사회운동을 할꺼야.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고 살려면, 내가족이 생기면 할수
없는 일이잖아. 내 가족 힘들게 하면서까지 사회운동을 할 만큼 된 사람도 아니
고. "

그는 웃으면서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첫사랑이 남기고 간 상처가 큰것이구나. 하고 속으로 그를 위로했
다.


햇살 쏟아지던 평범한 어느 오월.
아침 강의를 받기 위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그는 나를 스치고지나 꺽여져 건물의 그림자 안으
로 들어섰다. 그날은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내 눈앞에 지나쳐 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난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따끔한 통증이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그가---- 내 가슴에 들어온 순간이었다.

그 순간만큼 당황스러웠던 순간이 있었을까?
잘난척 하기 좋아하고, 오만 불손하기로 유명했던 나는 햇살과 함께 가슴안으로
들어온 그 때문에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도망--- 갈까?
아니면?

가슴이 꽤 두근거렸다.
시간이 지났지만 난 어느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오월의 축제가 있던 날.
늘 하던 대로 주점을 준비하는 과정에 꽤 힘든 일을 떠 안았다.
언제나 궂은 일을 마다 않는 손을 가진 그는 내게도 같은 손을 가지기를 기대
했다.
짧은 스커트를 즐겨입고, 새침떨기를 좋아하는 나는 예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