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에 입성한 지 얼마 안되어

신영미디어에서 그해 공모전 수상작 시상식과 더불어

여러 싸이트 작가들까지 초대한 디너 파티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수는 끝나고 플러스 때인 것도 같고

그 다음 해 이것도 같고 

(공개 게시판에서 모싸이트 프모작가와 대판 싸움을 벌린 다음인가?)

가물가물거리긴 하는데

과연 피용이에게도 초대장이 올까? 하는 두근두근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용이에게도 초대장이 왔습니다.

초대장 전문은 이제 어디에도 없지만 

나름 중요한 인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 히죽히죽 웃었습니다.


4월 첫 주쯤 그 시상식이 열렸는데

문제는 육아 하느라 소홀해진 몸매와

입고 갈 옷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육아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죠? 시시각각 변하는 엄마의 외출을 위한 옷 따위는 없다는 것을....


함께 초대 받은 천동 작가분들과 

쪽지를 나눔시롱

피용이는 뚱뚱하답니다. 실망치 마세요. 등등 

미리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나름 동네에서 가게들이 많은 곳에 가서 아우터 하나를 샀습니다. 


그리고 당일...

네살쯤 된 보라를 데리고 전철을 탔습니다.

전철이 금정역을 지날 때

-금정역은 전철이 고가로 지나갑니다. 

그런데 그 아래는 만개한 벚꽃이 정말 한아름 한아름 활짝 활짝

-마치 도화꽃 풍성한 무릉도원을 본 듯

온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 듯한 만개한 벚꽃이 너무 예뻤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벚꽃의 기억은 잊혀지지가 않네요.


초대 받은 장소를 잘 찾아 

(그 장소는 피용이가 첫 직장을 찾기 위해  첫 면접을 보기 위해 갔던 장소이기도 하고

나중에 플러스 계약을 위해 갔던 

고기서 고기 였던 장소.)

라운드 테이블에 마련된 (이름표가 있었던 듯 )

제 자리에 앉았습니다.


사실 그해 누가 상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햇살 좋은 날은 이미 받으셨던 것 같고

암튼 쪽지와 엠에센으로 주고받던 천동 작가분들과 눈인사를 하고

안내자로 바쁜 신영미디어 어느 직원분의

비녀를 찔러 넣은 그 머리스타일이 너무나 예뻤고

시상자로 나왔던 예쁘고 날씬한 뒷태를 가진 윤후님의 뒷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혼자 아, 이런 분들이 이런 곳에 어울리는구나!

정도의 감상을 느끼면서 

나름 디너 파티에 주눅 들지 않도록 열심히 열심히 허리를 펴고 (뱃살 때문에 펼 수 밖에 없었지만)

앉았습니다.


사실 어떤 식사를 했는지

같은 테이블에 누가 앉았는지도 기억에 없습니다.


그때 어느 분이 제 옆으로 성큼성큼

정말 단어 그대로 성큼성큼 오시더니

더피용이냐고?

빨리 싸인을 하라고!


네이비색 트렌치를 입고 성큼성큼 다가오신 분은

번역을 하시는 이런 디너 파티쯤은  수백번쯤 해봤지 하는 듯 한 표정으로

저에게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다가오셔서

출간 전력도 없는 저에게

싸인을 내놓으라고 닥달을 했습니다.


그때 저의 반응은

에에? 나를? 왜에에에?

이긴 하였지만

그 기세가 사뭇 위풍당당하기도 하셨고

피용이 팬이라는 정말 한 치의 단 1%의 계산도 없이

마음을 활짝 여신 상태로 이 싸인을 책이 나오면 맨 앞에 붙여 놓으시겠다는 박력에

쬐끄매진 피용이는 이름 석자를 대충 그려서 드렸습니다.



그 날의 하일라이트

좌석 번호로 추첨이 있었는데

어쩐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순간

피용이는 구찌엔비 향수를 선물 받았습니다. 흐흐흐흐

(저희 집에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셔 놓고 살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금정역에서 환승하려 서 있는 시간동안

낮동안 화사했던 꽃 바람은 모두 사라지고

썰렁한 밤바람에

데리고 갔던 보라가  추울까봐

안에 반팔 니트 한 장 밖에 없었지만

새로 산 아우터를 벗어 

보라공주를 돌돌 말아줬지요.


추워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보라를 감싸준 내가 너무 대견해서

오늘을 아주 오랫동안 잊지 않겠다며

이 아이도 오늘을 기억할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까지 떠오르네요.




나중에 네이비트렌치를 입으셨던 그분은

수첩을 찢어 휘날린 싸인을 플러스 맨 앞 장에 당당히 붙였다고

말씀해 주셨고

그때 만난 천동 작가들은

글 내용으로 봐서는 엄청 사납고 거친? 모습인 줄 알았더니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피용이가 와서 놀랐다는 후문이.......

글하고 모습하고 매치가 안된다고, 매치가.



아직도 벚꽃이 만개할 때마다 그때의 시간이 떠오른답니다.



2탄도 있답니다.



 푱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