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풀기를 연재할 때 였던 것 같습니다.

언재는 천리안 천일야화와 은빛야간비행 (이름이 너무 이쁜 소박한 곳)에서 했고

반응이 어찌나 즉각즉각적이었던지

하루하루가 열에 들뜬 것 같기도 한 그런 날들이었습니다.

 


제가 모분께 말씀도 드렸는데

천일야화 란 곳을 아주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 안에 창작물이 올라오고 있었고

그 안에서 무려 [동갑내기과외하기]란 글도 있었고

아무튼 낯선 인터넷의 세계로 나온 어리둥절한 피용이가

나도 여기서 놀아도 되나? 하고

그 무렵 유행한 통신체와 함께 방 한구석에서 조용히 놀아보려고 소심하게 들어갔다가

-사실 아무나 글을 올려도 되는 줄 알아서.....

그 후폭풍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려서

[플러스]도 쓰고

[오래된 거짓말]도 쓰고 

은야식구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그냥 함 놀아보자 [늑대날다]도 쓰고


다시 생각해봐도

그 시절 빙.의. 가 있었던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메일함이나 쪽지함으로 가끔씩 팬임을 자처하는 멜이 오곤 했습니다.


그게 신기하기도 어색하기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대략 저의 마음은 나에게? 왜에? 


그때 어느 분께서

아주 담담한 어조로 본인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살고 계시는 집은 동해에서 해가 뜨는 것이 보이는 집이다 라고 하셨고 (너무 부러웠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너무 너무 슬프고 기운이 없는 하루 하루를 보냈노라고


아주 우연히 우연히 수수를 보셨는데

기운이 난다고

웃기도 하더라고 (기억이 조금 변형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메일은 그전까지 제가 받았던 그 어떤 메일보다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무려 수수께끼풀기로 그 어떤 누군가에게 위로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은

1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게 신기해서였을까요?


천동 운영진이 단편하나 내놔! 회지에 실을거야.

제가 뭔 재주가 있어야 단편 같은 것도 척척 쓸텐데.....

고심하다가 블랙데이 짜장면을 먹는 시리즈라도

(마음이의 친구 혜영이가 장단고저 없는 높낮이 없는 말투로 마윤이랑 짜장면 먹는 이야기 다음 시리즈로)

써야겠다 싶어서

제가 그분께 이름을 사용해도 되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흔쾌히 좋다고 해주셨던 것 같아요.

(부디 이 모든 기억이 맞기를....)


그래서 현주가 진규 선배를 만나고

건호씨를 불러 짜장면 사주세요. 하는 그 장면 하나가 나왔습니다.

-솔직히 오래된 외장 하드 속에서 이 단편을 찾아냈을 때

내가 고작 저 분량 하나로 그 긴 장편을 완성했던가? 하는 정말 빙의설을 확신하게 되었단-.-;;;


그래서 양현주가 탄생했고 오래된 거짓말이 나왔습니다.


그 후 오래된 거짓말이 아주 예쁜 표지로 출간되었을때

1번으로 싸인해서 댁으로 보내드렸습니다.


모분은(저랑 8시간 이야기 하신 분, 심지어 오래된 거짓말 교정도 봐주셨던) 

양현주 이름마저도 오래된 거짓말과 찰떡으로 잘 어울린다고 하셨습니다.

저랑 둘이서 오래된 거짓말은 표지도 출판사 이름까지도 너무 너무 맘에 든다고 호호호



오래된 거짓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리뷰가

현주는 답답하다. 호구다. 심지어 천치다 였습니다.

현주는 에너지 자체가 크지 않은 사람입니다.

학창시절 최선을 다해서 뭔가에 몰두했고

그 에너지를 다 써 진을 다해 작아질대로 작아진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에 건호를 만났습니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이....

에너지가 방전된 그런 시간이

올 때가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예쁜 현주가 리뷰코너에서 깨질 때마다 안타까움이 들었네요.

물론 책을 내놓으면 그때부터 주권은 독자한테있다건가요? 

그래도 그 이쁜 이름을 주신 그분께 미안함이 들었습니다. (우리 석원이만 하겠습니까? )



옛날 파일을 뒤적거렸거지만

양현주님의 메일 주소는 천리안이라 그분 아이디만 (gofaye)만 쳐다보았습니다.

네이버에서 요렇게 조롷게 검색해봤지만 

전 시대에 발전에 쳐져가는 사람인지라....




제가 이름을 불러드렸으니

저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 주십시요.






덧-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만 3년 만에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시어머니 돌보느라 자주 가지도 못했는데

시어머님 제삿날에 엄마가 돌아가셨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오전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 동산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산에 올라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어쩌다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배가 아프다고 먼저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보고 싶다고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가족들 몰래)


제 백그라운드 하나가 사라진 느낌이라

아주 오래 오래 힘들었습니다.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그분이 위로를 받으셨다는 그 말이

얼마나 귀한지 알겠습니다.


그분의 그 메일이 저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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