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타나 무엇부터 말할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무엇하며 살았는지?

아니면 지금 뭐하고 지내는지?

아니면 갑작스런 심경변화?


그러다 

이렇게 오래 떠나있었는데

어느 분이든 답장이 올때까지 계속 하나씩 올리면 되지뭐. 


곰이 사람이 되는데 걸린 시간이 백일이랍니다.

20년을 생까고 있었는데

꿈집을 청소도 하고 수리도 하고

오래 묵은 냄새도 환기 시켜야 하고.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식어가고

아주 우연히 저희집에 삼신 할머니가 다녀가셨습니다.


수수 출간을 결정하고 

-어느것이 먼저 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신생 출판사 [여우]를 소개 받았고

원고를 넘겼습니다.


뭐 어찌되었든 출간 순서를 바꾼것도 제 탓이니

또 넷상에서 엄청난 욕이 쏟아지겠구나 각오 하던 어느 날

수수의 출간 일이 잡혔고

제 출산일도 잡혔습니다.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터라 의사선생님 수술 스케줄로 출산일을 잡고

전날부터 금식을 하고

이른 아침부터 짐을 챙겨 병원으로 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이 바쁘셨던건지

병원문 열자마자 수술을 할 줄 알았는데

조금씩 조금씩 밀려 열시 넘어서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몇 주 전부터 시어머니가 와 계셨고

친정 엄마는 지켜야 할 가게가 있어서

이른 아침에 친정 아버지만 운전해서 병원으로 오셨습니다.


마취에서 깨자마자

병실로 저를 옮기는 이동침대 위에서

남편도 시어머니도 말고

아버지를 보고 아이는 정말 잘 있느냐? 라고 물었던것 같습니다.


정확히 뭐라 답하셨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잘 봤어. 있어 라고 하신 것 같아요.

또 거짓말 아니지? 했던 것도 같아요.

아버지가 정말 잘 있다고 아들이라고 좋아도 하신것도 같고.

(친정쪽으로는 아들 손자는 처음이라)


손가락 발가락 갯수보다도 그게 더 궁금했던것 같아요.

-플러스 후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대강 짐작할 만한 사연? -


배를 갈랐으니 무통마취제가 계속 링거줄과 함께 꽂혀 있었는데

정신이 자꾸 몽롱해져 마취제를 빼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어이 링거대를 붙잡고 신생아실로 갔어요.

어차피 회복하려면 걸어야 했고

뭐, 남들보다 빨리 일어나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휘적휘적 찾아갔습니다.



아무튼 사박오일인가 병원에 머물렀는데

세이메이가 꽃바구니를 병원으로 배달시켰어요.

-너무 크고 화려하고 이뻤어요.


그리고 엘리제 언니와 니키, 소영씨가 다니러 왔어요. (은야식구들)


입원 삼일째인가?

정말 푸석푸석한 몸으로 

병원 맨 위층에 마련된 산모를 위한 맛사지와 황토찜질방에서 쉬고 있을때

출판사 사장님이 병원에 오셨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너무 당황하고 몰골이 처참하지만

허둥허둥 로비로 내려가 사장님을 만났네요.


수수를 총판에 다 돌리고

이래저래 바쁜 일을 처리하고 저에게 왔다고요.


생각해보면 그 사장님 총각이라 출산한 유부녀의 몰골이 얼마나 흉악스러운지 예상치 못하시고

그저 문제의 책이 잘 나왔다. 안심시켜 주고 싶어서? 인듯 추측해 봅니다.


그렇게 심봤다군과

수수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넷상에서는

플러스 때보다는 덜? 하지만

비난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한번도 수수께끼 풀기 책을 열어본 적이 없습니다.

비난 때문인지 비평을 가장한 독설 때문인지

제게 주셨던 칭찬과 응원보다 

그 언어들이 가시처럼 더 오래 남아

감히 열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자랑하지는 못하는 그런 자식 같은 느낌이라....



 

-너무 사적인 얘기까지 쏟아놓습니다.-



-여전히 시들시들한 피용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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