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심봤다군이 세상에 나왔고,

수수께끼풀기가 독자분들에게 나온 날 (이삼일 정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입니다.


심봤다군에게

미역국을 끓여주까? 갈비찜을 해줄까 했더니

둘다 싫답니다.


순두부찌개와 목살스테이크를 해달라고 합니다.

두가지 모두 시판 양념이 반 정도 들어가는 거라

노동력도 그리 필요치 않은 것인데

굳이 저것을 해달라고 합니다.




시간을 돌려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플러스를 먼저내지 말고 

수수께끼풀기를 먼저 출간했더라면 이란 생각을 자주합니다.


-사실 첨부터 출간을 염두에 둔 글쓰기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표절 문제로 낯선 게시판에 글을 던져놓은 이후로

무조건 빨리 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북박스의 플러스 출간제의를 덥썩 받았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수수와 함께 출간할 출판사를 찾을것을 그랬나?


북박스에서 수수께끼를 곧 출간할거란 믿음을 빨리깨고

빨리 다른 출판사를 찾았어야 하나? 등등


넷상 리뷰코너에서

수수께끼풀기는 작가님의 사정으로 이번엔 플러스만 나와요 란 글을 읽을때마다

죄 지은것 같고, 나의 사정이 뭐지? 하기도 하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수 없으니 

달라질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자꾸 그때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분이 보내주신 메일함에서 이런 글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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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아마 모르실 겁니다.

 

 

신호등 앞에서 녹색불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너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한테서

너와의 기억을 뺏어 오고 싶어서 그랬어. 그래서 그랬어..."(음... 이준이 버젼이 아니라 완.전.히. 제 버젼이군요. -_-; 수수를 몇번이나 읽으면서 읽을 때마다 가슴 떨려 했었던 말 중에 하나인데... 이래서 제가 제 머릴 못 미워합니다. --+)라는 이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 오고,

 

동네 학원 앞을 지나는데 보라색 머리에 나시티를 입은 이준이 앉아 있는 모양이 생각나 혼자 피식 웃고,

 

동생과 함께 간 롯데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니가 무슨 핸드폰이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러게?"라고 말하는 지연을 뒤에서 끌어 안은 이준의 모습이 떠올라

또 혼자 피식 웃고 한다는 걸...

 

 

갑자기 제 삶의 어느 순간에 예고도 없이 문득문득 이준이가, 지연이가, 지석이가, 찬혁이가, 정은이가, 상철이가, 심지어는 황노인과 더모 요구르트 아줌마가 튀어 나온다는 걸...

 

님은 정말 모르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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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는군요.


저는 이걸 잊고 있었습니다.



수수가 올라올때마다 다음 날 새 글이 올라오기 전에도

은야와 천동을 오고가며 

시도때도 없이 새글이 올라왔나 들락거리면서

이전 파트를 또 읽고 또 읽었던 독자분들이 

대사를 모두 외울 정도로 또 보고 또 보던 독자분들이

많았었다는것을요.



수수가 책으로 나왔을때 어느 대사가 빠졌다면서

일일이 말해주던 그 분들이 있었네요.



표절 문제로 천동 밖으로 나간 플러스 덕분에

꽁꽁 숨은 더피용을 찾느라 고생했는데

이런 나쁜 상황이지만 더피용을 찾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분도 있었고

-이때 세이메이가 저를 찾아냈지요.


 인터넷과 천리안은 좀 구분된 곳이라 찾기가 쉽지 않았을겁니다.

 조심스럽게, 소심하지만 용기내어 

 제가 힘들어 할까봐 모든 언어들을 조심조심 고르고 골라

그런 메일들을 받았었네요.



플러스가 게시판에서 출간 되지 말아야 할 소설이라는 논란이 있을때도

이런 개떡같은 소설이 있냐는 글이 나올때도

 위로와 응원의 혹은 감동이라는 메일을 많이 받았습니다. 


수수께끼풀기는 도대체 어디서 읽을수 있냐는 메일도 

(이런 분들은 플러스만 먼저 보신 분들이겠죠.)

왜 수수 출간 안하냐는 메일도 

(전 사실 온라인 독자분들이 많아서 다들 이미 읽으셨는줄 알았습니다. 바보죠)


정말 수수도 같이 플러스와 나란히 소장하고 싶다는 메일도 

모두 잘 저장해 두고 있습니다. 그 오래된 외장하드에.....




요즘 모분이 다시 수수부터 플러스 읽으신다면서

제게 살곰살곰 유혹을 보내십니다.

이준이의 부도수표 장면은 정말 마음에 드신다고 하십니다.

다음에 만나면 물만두를 먹자고도 하십니다. 

2023년도에는 무엇으로 압박했으려나요? 비트코인? 



이제 저도 20년 된 , 오래 묵은, 쳐다보지 않았던

수수를 만나야 할 때가 되었나봅니다.




푱이가



dupiyongsta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