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예 저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네요.) 시절 

삼각자를 사면 종이 케이스에

직각 삼각형 하나와

이등변 삼각형 하나

각도기가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사실 그시절 삼각형 모양의 자가 

직각삼각형이었는지 이등변 삼각형이었는지는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두 삼각형의 차이를 모르고 지내는 문과분들도 많을거라 짐작합니다.)

학교 준비물이라 문방구에서 산 물건이 오로지 내 소유인 것이 신기했고

삼각자 안쪽 플라스틱을 파내어 이러저러한 모양을 만들어놓은 회사의 상술에 따라

별모양도 따라 그리고 사각형 모양도 따라 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각도기 따위는

그냥 사은품 같은거라 생각할 정도로 별볼일이 없던 물건이었는데

오늘은 각도기 얘기를 조금 할까 합니다.


각도기의 중심은 거의 선이 겹쳐 있을 정도로 빼곡하게 붙어 있지만

한뼘도 안되는 각도기 끝쪽으로 나오면 분명히 벌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0도도 찾을수 있고 100도 알수가 있죠.


중심에서는 한개의 선과 다름없는 각 1도를

십분의 일로 나눌겁니다.

그리고 또 십분의 일.


선과 다름없는 각 1도를 백분의 일로 나눌겁니다.

-사실 출발지에서는 점보다도 작은거라 

나누어졌는지 조차 확실치 않은 정도로 미약합니다.



그런데 그 백분의 일로 나누어진 각도가 

아주 큰 정말 아주아주 큰 각도기로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그 각도를 잴수 있게 될겁니다.


과학자들은 그 백분의 일로 쪼개진 각도로 

저 멀리 떨어진 별까지의 거리를 쟀습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 작은 각도의 크기는 정확히 차이가 날테니까요.



어느날 문득

사람의 인생도 아주 아주 작은 각도 하나만 틀어져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처음 있던 자리에서 아주 다른 자리로 갈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다른 항로를 향해 가고 있을 수도 있고요.

-그것을 순간순간 본인의 현명한 선택으로만 이뤄졌을거란 착각과 함께.




수능이 끝난 후 (수능도 안 본 주제에)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던 심봤다군과

결석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산책을 함께 나갔던 날이 있었습니다.


산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동산을 두바퀴 정도 추운날에 걸었는데

꼰대라고 해도 할수 없다 하며

연주시차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너도 어느 순간 

너의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각도의 변화를 줄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것이 응원일수도, 조언일수도, 사랑일수도 있겠지만

선의로 호의로 선량한 어른의 가치관을 가졌으면 한다는....



살다보면

어떤 비난은 나의 항로를 마이너스 방향으로 소리없이 바꿀것이고

어떤 큰 응원은 백분의 일의 각도보다 훨씬 더 큰 각도를 바꿀것이고

또 어떤 위로는 각도를 바꿀 힘을 줄수도 있고요.


오프라인의 최은영은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이미 2000년대 초반 많은 날들에서

수많은 응원과 위로로 저의 항로는 이미 많이 바뀌었네요.


그런 응원이 없었더라면 수수게끼 풀기 연재 후 쉽게 제자리 일반인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저 같은 초보는 나타났다 완결도 없이 사라지기도 많이 했죠.

플러스가 끝난 후 수줍음을 무릎쓰고 나타난 리뷰와 응원 메일등이

연타로 얻어 맞는 저를 지켜 주기도 했고


그때의 그 시간속에 모든 분들이

제게 항로를 변경하는 용기를 많이 주셨네요.



그걸 이제야 알게되다니...



참, 바보 멍청이입니다.


그래서 다시금 백분의 일의 각도를 

용기냅니다.




덧- 원더우먼의 주인공 이하늬의 극중 이름이 연주라

     마지막 회에 연주시차에 대한 언급이 쪼끔 나왔습니다.

     아까워라. 

     내가 먼저 써 먹을 기회를 뺏겼습니다.



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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