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우연히 이기호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를 읽고 나니 다음 작품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그해 여름 내내 이기호 작가의 작품만 찾아서

읽고 또 읽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외에도 작품수가 많이 있는데

등장인물이 꽤나 매력적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보다는 뒷편의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이 쪼잔하고, 속물에 나름 성실하기까지 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작가는 능청스러운 문체로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서술합니다.


데모꾼을 고문하는 모씨는 고문 자체를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돈을 벌어야 동생들의 학비가 나오니

정말 정성을 다해서 고문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나온 그 시절에 고문이 취미이거나(설마)

고문이 특진에 중요한 분도 있었겠지만

월급 때문에 저런 일을 한 분도 많지 않았으려나 하는 동정심이 들 만큼 (물론 그러면 안되지만)

비꼬듯 이야기를 전개해줍니다.


또 작가의 고향이 원주라는데

,<원주통신>이라는 글은 김영하가 팟캐스트에서 요부분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토지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박경리 작가가 옆집으로 이사왔는데 

한번도 본적도 없으면서 잘 안다고 뻥을 치는 바람에

일어나는 사건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어쩌면 김영하와 이기호는 특이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에는 맥을 같이 하는것도 같습니다.



이기호작가의 등장인물은 속물이고, 처연하기도 하고, 모자라기도 하고, 

자신의 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나름 처절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신작에 <눈감지마라>의 한 파트에서는

어머니의 너는 아버지를 닮지 말아라... 주절주절...  그래야 결혼도 하고 어쩌고하는

긴 편지를 받은 등장인물이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저희 세대는 결혼자체를 못할것 같습니다 라는

담담한 답장을 쓰는 장면에서는

슬픈 유머가 느껴졌습니다.



이기호 작가의 작품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의 제목은 (내용은 빼고)

[사과는 잘해요]입니다.

이후 저는 사과를 잘하는 피용이가 되고 있습니다.




푱이가



dupiyongstar@naver.com



덧- 밤 산책을 하고 물을 1리터 정도 마셔버려 배가 출렁출렁입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