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이는 원래 장난끼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학창시절도 그렇고

수수와 플러스 연재때 푱마녀를 자처하며

독자들과 밀고 당기기를 할때도 그랬고,

이준의 대사가 그러했으며

꼬랑쥐의 글들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장난끼가 동하면 눈빛이 벌써 개구쟁이처럼 변하지요.


그런데 지난 가출한 시간동안 그 장난끼를 잊고 지냈던것 같습니다.


삶은 치열하여 장난끼는 어린시절 혹은 철없던 시절의 유물이 된것처럼

진지하게 혹은 독하게 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격증 혹은 신분증 만들 일이 있어서

나름 포샵을 잘하는곳에서 사진을 찍어 둔것이 있습니다.


꽤나 오래전에 찍은 사진인데

사진관에서 이미지를 파일로 받아

어지간한 곳에는 모두 그 사진을 씁니다.

-어쩌면 영정사진까지도 그 사진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은 커트머리에 안경을 쓰고 정면을 바라보는 그 사진은

살짝 웃음기가 있기는 하지만

진지하기도 하고 엄하기도 해서

제 사진을 한번 본 사람이라면 우와~ 뭔가 디게 쎈 느낌이야 라고 하더군요.


보라에게 물었습니다.

엄마는 눈도 똥그랗고 코도 똥그랗고 얼굴도 똥그랗고 배도 똥그란데

왜 쎄다고 하는거야? 라고 하니깐

한참 생각하던 보라가

그건 생김새에 문제가 아닌것 같다고 하네요.


그냥 사람을 바라볼때 정면으로 눈을 바로 바라보는 그것부터가

기를 눌리게 한다고 하네요.

물론 제가 입을 열때면 그 기쎈 것이 더더욱 배가 된다고 하네요.



요즘 학교생활을 하는 심봤다 군의 얼굴을 보면

장난끼가 정말 가득합니다.

총학일을 맡아 하면서  며칠에 한번씩 집에 들어오는 주제에

들어올때마다 이번에 무슨 일을 했는지 조잘거리는데 

저 표정이 예전에 내 표정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5월 8일 모분을 만나러

나름 잘 보이고 싶어 정성껏 옷 입고 신발을 신고 거울을 봤을때

눈동자에 예전 장난끼가 조금 돌아와있었습니다.

정말 신났었나봅니다. 




오늘의 만남이 끝나고

영풍치킨 한마리를 포장해서 안겨주셨습니다.

예전 우리만 홀랑 먹고 들어가기가 미안해서

포장을 하고, 냄새가 안나도록 몇 겹씩 싸달라고 했던 일들이 생각이 났나봅니다.


예전 그시절에 많이 고마웠다고 인사하러 나갔다가

다시 감사할꺼리를 받고 들어왔습니다.


그분들 왈

요즘 로맨스를 누가 읽어!

이만큼 살다보면 삶은 결코 알콩달콩 달콤하지 않다는것을 알게 되었는데...

차라리 다른 장르로 글을 써보는건 어때요? 

라고 하였습니다.


삶의 알콩달콩 달콤함은 로맨스 소설안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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