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3/10/07 11:50


어제 저녁 먹고, 설겆이하고,
구민이 재우고, 보라 한글 공부 시키고
보라 목욕시키고, 겨우 컴 앞에 앉은 시간쯤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 시간은 늘 엄청나게 바쁘답니다.


엄니.
-사실 울 엄니 상당히 무섭습니다.
모든것이 정확히 하시는 분이라 허허실실 피용인 늘 엄니한테 지적받고, 구사리 먹고,
늘 편하면서도 긴장하게 만드는 분이시지요.
암튼... 거의 보라를 키우다시피 하셨는지라 가끔 보라랑 얘기하기 위해 전화를 하십니다.

요즘은 전화를 보라가 받는데, 만화 할 시간이면 건성으로 전화를 받아서
엄마를 속상하게도 합니다.

제 친정은 강원도 평창군인데, 고랭지 배추 때문에 한철 아주 바쁘답니다.
엄마는 배추밭을 사러오시는 장사꾼과 일꾼들 상대로
민박겸 식당을 운영하신답니다. (엄청나게 힘든일을 늘그막에 우째 하시는지...원.)


민박에 장기 손님이 계셨는데,
(요즘 배추가 아니라 금추죠? 그쪽 동네는 신났을겁니다.)
그분이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분이라 늘 손을 손에 들고 다니신다더군요.

암튼, 그분이 이제 읽을만한 책은 거의 다 읽었다고 하는지라
책장에 있던 플러스를 꺼내 빌려주셨답니다.
-이때, 마음씨 널널하게 좋은 울 아부지
수수부터 드려야 한다. 엄마는 아무거면 어떠냐?
뭐.... 이럼시롱 잠시 다투셨다는군요.;;

몇시간동안 책을 붙잡고 진지하게 몰두하던 그 분이 너무너무 좋다고,
어쩜 이렇게 잘 썼냐면서(쑥스~)이 책을 갖고 싶다고 하셨더랍니다.
두고두고 또 보고 싶으시다면서
-사실 인사성 멘트인지 모르겠습니다. -_-;;;

그래서 그 책은 백만금을 주셔도 팔수는 없고.
나중에 울딸이 또 책을 내면 그때 사서 보시라고 말씀하셨대요.
-아, 엄마 플러스는 품절이지만 수수께끼는 아직 서점에 있을텐디요.

그리고 수수도 건네드렸는데, 잠깐 집에좀 다녀오신다면서 책을 갖고 가도 되냐고 하셨대요.
그래서 책은 돌리면 절대로 집 못찾아오니깐 여기서만 읽으라고 하셨다나..
자신을 못 믿냐고,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아서 그러신다면서 말씀하셨지만
모든 것이 정확해야만 하는 울 엄니, 단칼에 No!

각설하고, 엄니 말씀은 남자팬도 하나 늘었네...

플러스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리뷰중에 하나가
당췌 이해가 안되요. 였습니다.
-물론 수수가 안나왔기 때문에 그런 말씀들도 하셨겠지만
장르 매니아에게 플러스는 상당히 난감한 책이었던 듯 싶습니다.

심지어 모분은 이런 책을 어떻게 주변에 친구들이나, 부모님에게 권할수 있겠느냐.
로맨스장르는 다 이런줄 아실꺼 아니냐.... 하는 소재에 대해 한탄도 하셨습니다.

음-- 저는 출판사에서 플러스를 받자마자
제일 먼저 첫권은 제 시어머니께 드렸고,
두 번째 권은 친정집에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군대에 간 막내 남동생도 한참 진지하게보더니
어디가 이해가 안간대? 하면서 반문을 하더군요.
물론 시어머님도 다 읽으셨고, 몇번이나 반복 읽으셨습니다.

구민이가 우네요.가야겠습니다.
암튼, 기분은 좋더군요.
남자 팬이래~ 저랑 동갑이라더군요.울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