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3/10/10 22:46




앞뒷집으로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네명이나 됩니다.
아침마다 이 아이들은 유치원 버스를 타지 못하고,
(버스를 타기엔 너무 가깝기 때문에)
걸어갑니다.


걸어가는 길목에 각 학원버스들이 너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주로 제가 아이들 손을 잡고 데려다 줍니다.

구민도령을 업고 가기도 하고,
구민도령이 놀때는 얼른 뛰어 다녀오기도 하고,
구민도령이 울때는 다른 엄마한테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언젠가부터 그냥 제가 당번이 되었더군요.
-보라 혼자 보내기엔 넘 걱정이 많은 과잉엄마라서;;;


암튼-- 각설하고
이 네명은 여아 두명, 남아 두명입니다.

그런데 이 남아중 한명이 아주 눈웃음이 기가막혀요.
어찌나 눈웃음을 생글거리는지, 토실한 뺨을 붙잡고
뽀뽀라도 쪽 해주고 싶을만큼요.


엊그제 아침엔 구민이가 몸이 안좋아
다른 엄마한테 데려다 주세요. 라고 말을 하라고 보라한테 시킨후
내려보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보챈후라
구민이도 지치고, 저도 지친터라 그리고 아침 바람도 쌀쌀한터라
오늘은 다른 분이 잘 데려가 주시겠지 하고 있었는데
보라 우는 소리가 집까지 들려옵니다.
-이상하게도 내 아이 우는 소리는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들립니다.


구민이를 들쳐업고 잠바를 뒤집어씌우고 내려가보니
뭐가 그리 서러운지 혼자서 펑펑 울더군요.
왜 그려냐고 물으니 같은 여아가
어저께 보라가 자기를 [바보]라고 놀렸다고 합니다.
보라는 [바보]라고 놀린적이 없다는것이죠.
그게 억울해서 보라는 울고 말았죠.


잠시후 아이들이 모여 유치원으로 가는데
계속 두 여아들은 싸웁니다.

하나는 어제 어느때, 어느 상황에 너가 [바보]라고 날 놀렸잖아.였고
보라는 절대로 놀린적이 없다고.

하나가 구체적으로 정황 증거를 늘어놓자
보라는 기억이 안난다면서 청문회식 답변을 하더군요.
-진짜로 기억이 안났다고 유추합니다.
이유인즉슨 같이 있던 초등학교 1학년 언니가 [바보]라고 놀릴 때
보라도 옆에서있다가 얼결에 [바보]라고 한 모양인데,
말 그대로 얼결에 따라한거지, 진짜 자신의 의도는 없었던 모양같습니다.



저는 옆에서 친구에게 [바보]라고 놀리는 것은 옳은일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었고,-가끔 보라에게 [바보]라고 말을 하는 피용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도덕교과서적 내용을 읊는데,
앞에서 세발작 정도 앞서가던 눈웃음 이쁜 꼬마 녀석이
한마디 빽하고 외칩니다.

-기억이 안난다잖아? (버럭)-

이후
두 여아는 더 이상의 [바보]논쟁 하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순간 저는 그 녀석의 사내다운 어투와 상황정리하는 모습에
꺄아-- 귀여워. 저도 사내라고..... 풋.
하고 웃어버렸습니다.


이건 비밀인데,
보라는 매일매일 그 녀석에게 뽀뽀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녀석에게 정말 그러냐고 물으니
그런적 없다고 딱 잡아뗍니다.

또 다른 여아는 그녀석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정말 웃겨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