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3/12/15 10:15




어제 응급실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소감? 이라면 응급환자는 절대 응급실에 가지 말아라. 였습니다.
교통사고 환자가 아니고선 말입니다.


보라랑 잠깐 외출했다가
오랜만에 맥도널드에 들려서 햄버거를 포장했습니다.

늘 먹던 너겟 어린이세트랑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과 어머님 햄버거랑 새우버거를 사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여섯시.

보라가 햄버거 봉지를 뜯어
아빠꺼, 할머니꺼 분배를 하고, 새우버거를 먹기 시작합니다.
-전 옆에서 한입 배어 먹었습니다.

햄버거를 먹은 터라 8시쯤 저녁상을 차려주니
배가 아프다고 먹기 싫다고 합니다.
-먹기싫어서 꾀병 부린다고 단순 생각했습니다.

저녁 상을 치우고나자마자 쇼파에 누워있던 보라가
누운 자세에서 (지금도 어떻게 그 자세가 가능한지... 궁금) 그대로 토합니다.
먹었던 햄버거가 그대로 다 올라옵니다.

맥도널드측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후 내내 먹은 것은 그것 밖에 없으니 확인을 좀 해봐라.
그랬더니, 일단 병원에 데려가고
일요일이라 본사와 연락을 할수 없으니 내일 알아보겠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자기네 창고 조사를 본사와 하나 봅니다.

다 토해내서 괜찮은 줄 알고 병원엔 안가겠다고 하고
졸리다는 보라를 재웠습니다.
한시간도 안되어 자다말고 또 토하고, 연속해서 계속 토해냅니다.

너무 당황해서
-남편은 경동시장에 볼일이 있어서 그 밤중에 나가고 없는 상황이고
119를 불렀습니다.
구급차를 탈 일이 있을거라 생각지 않았는데....

허옇게 질린 보라를 데리고 응급실 도착.
세사람에게 각각 보라 증세를 말함.
그사이 엑스레이 한번 찍고 그 사이 세 번 더 토함.
그리고 두시간 반에 링거 하나 받았습니다.
고작 1% 식염수 용액입니다.

그냥 경과를 지켜보자고 합니다.
식중독 검사를 해달라고 했더니
요즘은 너무나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또 아직 보라는 증세가 경미하게 지날 수 있으니
안하겠다고 합니다. (혹은 못한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햄버거 먹고 실려온 아이가 없고,
때때로 다른 탈도 있으니, 지켜보고
정말 심하면 식중독 검사를 하신답니다.
-이것도 한시간 만에 나타나서 한 말입니다.

물론 엑스레이 사진은 들어간지 한시간 반 만에 찍었습니다.
처방은 두시간만에 나오더군요.
장염은 아니다. 라는...... ;;;

보라 얼굴에 붉은색 반점이 나타납니다.
귓볼에 중점적으로 나타나다가 사그라집니다.

그 사이 약 처방이 나왔다고 합니다.
또 토한 아이가 진정할때까지 기다려 약을 먹였습니다.

그때부터 보라는 정신없이 자고,
새벽 네시까지 더 토하나 안토하나 지켜보는..
1%짜리 식염수 용액 하나 맞으면서 기다립니다.

그 사이에 열이 잔뜩 오른 아이들 넷 혹은 다섯이 다녀갔습니다.
처방은 옷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 닦아 주는 것입니다.
수시로 체온 재면서 말입니다.
즉 병원에서 해준 것은 체온 재준 것이 유일합니다.

열이 떨어지면 무성의한 약 처방을 받고
엄마아빠는 벌거벗겨 놓았던 아이들을 데리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생후 1개월짜리 아이가 왔습니다.
아이가 열이 오른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
요로감염여부, 폐렴여부, 뇌수막염 여부 다 확인해 봐야 한답니다.

커튼을 둘러치고, 아이에게 검사하기 위한 준비를 한답니다.
아이는 자즈러지게 울고, 가끔 키득거리는 의사 두양반의 소리가
커튼 밖으로 들립니다.

곧, 한보따리나 되는 피묻는 시트와 수건을 안고 의사는 나가고
아이는 그 사이 척추에서 뇌수를 뽑았답니다.
너무 끔찍했습니다. 그 울음소리는.

다행히 보라는 네시쯤 집으로 가라는
참 성의도 없는 말을 듣고
택시를 불러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와서 아까 먹였던 약을 다시 토해내고는
잠을 잡니다.

응급실에서 오히려 없던 병도 얻어 온 것 같아
입고 간 겉옷을 모조리 빨았습니다.

다른 부모들처럼
급한 마음으로 응급실 갔다가
어처구니 없이 화만 잔득 받아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