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3/12/07 20:26





지금 집에 시어머님이 와 계십니다.

어머님은 아들만 삼형제를 낳으셨습니다.

-한여름밤의 꿈중에서
백중날에 이사짐을 싸러온 먼저 간 남편의 꿈에 대해서 생각이 나시는지--
그 꿈에 임자는 시어머님 입니다.
담장너머 댕기머리 처자에게 반한 아버님께서
겨우 미성년자의 나이를 넘기신 어머님께 대뜸 매파를 넣어서
아내를 만드셨지요.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니
이 삼형제 전부 무뚝뚝해서
다정하게 말을 걸거나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에는
고약할 정도로 못하더군요.

어머님이 오시면 오셨어요? 이것이 끝이고
컴방에서 컴을 하거나 옆에 앉아 TV를 보는것이 고작입니다.

요즘 어머니하고 제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어머님께서 많은 이야기를 쏟아 놓으십니다.

마치 어리광처럼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생겼다는것 만으로도 굉장히 기운이 솟으시는것인지
어제는 여기가 어떻게 아팠고
그제는 저기가 어떻게 아팠고
오늘은 조금은 아프지만 그래도 나은것 같다는둥

일련의 과정을 조목조목 저에게 얘기를 해주십니다.

아이들만 엄마,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진행과정을 듣다보면
정말로 나좀 봐주세요. 하는 아이들의 어리광이 떠오른답니다.

제가 해드리는것은 고작 식사 챙겨드리는것 뿐이랍니다.
그런대도 어머님은 저에게 참 착하다고 하십니다.
- 많이 찔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