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난 몸조리를 막 끝내고
손안에 겨우 차는 아이를 데리고 극기훈련을 하고 있었다.


날이 더워서 인지
아이는 땀띠 투성이에,
내 서툰 손길에 엉덩이도 연신 짓무르고, 중요부위도 계속 물렀다.
갓난 아이는 정말 돌보기 힘들다.

걍 하늘에서 서너살짜리 아이가 툭 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그때쯔음에 갑자기 떠오른 스토리.
아! 이거를 써야지.. 하고
그 말도 안되는 상황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그 즈음에 탱볼양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탱볼-언니 집에 놀러가도 돼요?
피용-당근이쥐.. 대신에 밥은 안해줄꺼얏.


8월 모일
드디어 탱볼이를 만나다.
소문대로 탱탱한 볼을 가진 탱볼이가 우리집에 왔다.

모 출판사 사장님이 너하고 나하고 닮았다더라... 란 말을 하며
킥킥 거렸다.

그렇다.
둘다 약간 통실한 몸매에 안경까지 쓰고, 머리를 쫌매고 있었다.
게다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스포츠캐주얼룩.

외견상 닮았더라.


날을 맞춰 몇몇 지인분들도 찾아왔다.

처음부터 밥 없어를 외쳤던 나는
주변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걍 요리를 시켰다.
비싼 요리를 시켜주었다.
(너무 많이 시켜서 다 못먹었다. 는 아니고, 경아꺼 가 내가 밥을 안줄까봐
김밥까지 싸갖고 와서.. 그걸로 배를 채워 버렸다.;;;)


천동에서 알던 몇몇분들이 탱볼이를 보고서
모 언니-요즘 탱볼이 무슨 글 쓰니?  
탱볼양-백단전설요. 장편으로 꾸미고 있어요.

애기 업은 피용-아, 나한테도 물어봐욧. 나도 뭐쓰는지 물어봐줘어~

그당시 내 꼴은 가관도 아니었다.
나이들어 아이낳은게 무슨 유세라고 몸은 엉망진창꼴이었다.
게다가 겨우 두달 된 아이를 업고서 이래저래 달래고.
아이는 심심하면 울럭울럭 토해내서 옷자락에 여기저기 토한자욱.
밤에도 두시간 혹은 두시간 반 마다 수유를 하면서 점점 쾡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도 뭐쓴다고 큰소리를 쳤다.
다정한 모 언니가 그래 뭘 쓰는데? 하고 물어봐 주셨다.
(아, 물어봐 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다.안물어봤으면 울었을꺼다.)

몰골 사나운 피용-난 인제부터 구라판타지를 쓸꺼야. 저승사자하고 사랑에 빠지는건데
삼신도 나오고, 역신도 나와~

솔직히 주변 분위기는 반신반의였다.
내 상황에 도무지 글을 쓸 여유 같은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승사자가 나오고, 삼신이 나온다니.. 저게 웬 전설의 고향인가? 하였을지도.

그중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모 분 - 해봐.

그렇다.
나는 그 뒤에 드디어 일장몽(당시에 한여름밤의 꿈, 혹은 일장견몽이란 이름으로)
글을 써서 올렸다. (만세삼창!)

대.한.민.국 의 저승사자를 만들고
복상사 당해 서글픈 청상과부도 만들었다.

그게 벌써 일년이다.

아직 완성은 못했지만 대견하다. ^^V~
고지가 코 앞에 있다. 움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