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차례상을 물리자마자
바다에 구경 나갔떠랬습니다.

울산 근처에 정자각이란 곳인데
해변이 모래가 아니고, 까만 돌로 되어있어요.

발로 밟을때마다 자그락 자그락 소리가 나는것이
아주 이쁘거든요.

바다도 깨끗하고, 시설관리도 아주 깨끗하게 해 놓았더라구요.
비가 오기 전이여서 그런지 파도도 꽤 크고, 바람도 제법 불었어요.
보라는 여름에 바다에 가서 논 기억이 있는지
바지도 걷어 올리고 바다를 향해 돌 던지기(그런다고 바다에 쫄을까? )
를 열심히 하더라구요.

구민이는 돌맹이가 신기해서 그거 뒤지구요.
산책나온 강아지 한마리가 구민이에게 오더니
놀자고 작업?을 걸더라구요.
-둘다 쪼맨해서는...

바다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회시장에서 회를 떴어요.
처음에는 상어회를 먹는다고 키로를 달아보니깐
십만원 선이 나오더라구요.

결국 상어회는 말고, 농어로 뜨고
남편이 자기가 좋아하는 게를 사자고 해서 게도 한 네마리 샀습니다.

횟집에서 먹으면 술을 마실수 없다고 해서
집으로 포장해서 왔어요.

어른들은 회를 풀러놓고 술자리가 벌어지고...
큰 아주버님이 큰 기침을 하더니, 일장 연설을 시작하셨어요.

지난 일년동안 병마와 싸우느라고 힘드셨던 어머니와
어머니 수발 드느라고 고생?한 제게 치하를 하고....
앞으로도 더 잘하자는 거창한 인사를 하는 사이에
구민이에게는 게 다리를 하나 쥐어 주었는데.....

그사이에 구민이가 몰래 밖으로 빠져나간 모양입니다.

큰 시아주버님 목소리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또 대꾸도 못하고 진지하게 들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아무도 구민이가 몰래 나가는것을 눈치 채지 못했답니다.
-큰 집은 한옥과 양옥의 중간구조로 마루 문을 열면 바로 마당이 나오거든요.

마당에는 빨아먹다 만 게 다리 하나가 팽게쳐져 있고,
아이는 없어졌습니다.
-그것도 회를 다 먹은 후에야 눈치 챘습니다.

부랴부랴 남편하고 저하고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팔에 미아팔찌를 채워놓기는 했지만,
대문 밖에 위험천만한것이 천지인 세상!!!!!

이 녀석이 누가 잡아채기라도 할까봐
급하게 내달려 큰길까지 나가버렸다네요.
차들이 막 지나가는 길까지 무대뽀로 내달렸나봐요.

다행히 지나가는 아저씨가 구민이를 붙잡았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부모가 안나타나자 아이를 안고
골목쪽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저희 부부와 만났습니다.

게다가 목청이 얼마나 큰지 울음소리가 먼저 들리더라구요.

울 가문에서 최연소 가출자가 되었답니다. ㅠ.ㅠ

무사히 돌아와주어서 고맙구나..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