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고 하기엔 정말 거창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배웠어요.
4학년때부터 연달아 담임을 맡은 이쁜 선생님이
겨울 초입에 뜨개질을 가르쳐 주셨어요.

처음 배운것은 고작 목도리 였지만,
울 반에는 산골(그것도 두메산골) 출신 아이들이 제법 손맵시가 있어서
정말 잘 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에 반해 저는 도무지 겉뜨기 , 안뜨기가 뭔지 몰라서...
선생님한테 돌대가리란 무시무시한 폭탄성 발언도 듣기까지 했답니다.

엄마가 코를 잡아주시면(울 엄마는 솜씨가 꽤 좋아요.) 어느쯤 뜨다보면
폭이 너무 좁고... 또 뜨다보면.. 폭이 너무 넓고..
완성은 하나도 못하고 빌빌 거리는사이
다른 아이들은 정말 풍성하고 볼만한 목도리 하나씩 다 하고 다녔을정도니깐요.
-아, 저는 참 둔했어요.
담임의 눈에 밉보이기도 했지만서도... (그시절 행동평가는 거의 '다'일 정도로 주의를 받고있었음)

결국 우째 우째해서 하나 완성한 회색 목도리는
선생님 심부름으로 선생님 방에 연탄불 갈러 갔다가
연탄집게를 잘못 놓는 바람에..  집게에 눌러 버림. -.-;;;


그 이후로 가사시간에 뜨개에 대한 기호 시험이 나오면.
그당시 그렇게 무시 당하면서 배운 이후로 별다른 공부없이 통과....

직장생활할때 모자 뜨기가 대 유행이었습니다.
그래서 모자뜨기를 옆집 아주머니에게 배워서 그 무렵 모자를 무려 10개 정도를 떠댔어요.
-물론 제껀 하나도 없구요. 또 모자도 어울리지 않지만요...

그러다 보라 낳고, 심심해서 문화센터에 다녔어요.
고 무렵 많이 늘었는데.. 늘어봐야 뭐 티도 안날 정도였죠.

구민이 가져서는 아는 분 목도리 하나 겨우 떠서 선물하고, 그해 겨울을 나고...
작년엔 보라랑, 제 동생 딸내미 망또를 하나뜨고 울 이쁜 매니저양의 조끼 하나를 이년에
걸쳐서 뜬것이 끝..

그런데 올해는 아주 잘 되네요.
이것도 쉬었다가 해주면 느나봐요. 오호호호.

제가 보조하고 어머니가 완성한 구민이 조끼를 입혀주었습니다.
보라 싸이즈하고 얼추 비슷하게 하였으니, 구민이는 완전히 반코트가 되었습니다.
요즘 키가 부쩍 자라서 내복이 작아져,
배꼽이 보이는 현상에 어머니는 배가 너무너무 뜻뜻 할거라고 좋아하시네요.

그 커다란 빨간 조끼를 하루종일 입고 후당당 설치는 구민이가 너무 웃겨요.

어제는 보라가 도서실에서 빌려온 책을 읽다가
양들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것을 좋아한다는 구절을 읽다가
우리 구민이가 양띠라서 그렇게 책상이고, 식탁이고, 밥상이고 올라가나부다.하면서
킬킬거렸습니다.




요즘 구민이가 저를 시집살이를 시킵니다.
컴 앞에 앉으려면 제 발치에 메달려서 대롱대롱 거리면서
못하게 하고,
또 컴 책상에 기어 올라와 발로 키보드를 건드리고...
아무튼 제 뒤만 졸졸졸 따라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