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가 학교 끝나는 시간은 보통 1시 20분에서 40분 사이.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욱 소리에 따라 그날의 학교 생활이
어떠했는지 대충 가늠이 됩니다.

어떤날은 고개를 한치는 숙이고,
입은 댓발은 빼놓고는 올라와 어떤 친구때문에 속이 상하다고 푸념을 하기도하고,

어떤날은 너무너무 신이 나 발 자욱 소리가 날듯이 경쾌하기도 하고,
어떤날은 우는 소리가 건물을 흔들 정도로 서글픈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오늘도 엉엉 우는 소리가 저 아래층에서부터 울려와
무슨 일인가 하고, 쫒아 나가니..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있고 가방은 엉성하게 겨우 엉덩이께에 달랑달랑하네요.

복도에서 아이들 몇과 장난하다가
담임선생님한테 복도에서 뛰었다고 손바닥을 맞은 모양입니다.

보라까지 셋이 맞은 모양인데, 잘못 맞아서인지..
엄지손가락쪽 손바닥이 퍼릇하니 멍이 올라오고있고,
보라 말로는 손이 많이 부었다면서 아프니까 피아노치러 못갈 정도라고 울어댑니다.
-아마도 학교에선 꾸욱 참고 왔는데, 집이 다가올수록 설움이 북받친 모양입니다.

멍이 올라오는곳에 약을 발라주고,
그래도 피아노를 치러 가야하지 않냐고 사탕 하나 주고 살살 달랬지만
손바닥이 너무 아파서 피아노는 못칠것 같다면서 떼를 쓰네요.

지난번엔 수업시간에 옆 짝이 자꾸만 말을 걸어서
대꾸해주다가 선생님께 걸려서 손바닥을 맞았다고 했는데
불과 이주만에 두번이나 손바닥을 맞았다고 하니, 기분이 좋지 않더라구요.

-옆짝 아이가 자꾸만 수업시간에 말을 건다네요.
  보라 생각엔 그러면 안될것 같아서 안된다고 하는 모양인데,
  벌써 여러번 되는지.. 선생님께선 둘이 사귀는 사이냐고 농까지 한 모양입니다.


게다가 저녁 공부 시간에 고백하기를
책 한권을 빼놓고 가서 다른 아이들 공부할때 저 혼자 앞에 나가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50번이나 했다는군요.
-보라가 혼자서 시간표를 챙기는데 미심쩍어 제가 꼭 한번씩 확인을 해보는데
  한권이 빠졌나봅니다.
  저 혼자만 책이 없어서 혼자서 벌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숙제였던 일기를 안 써온 다른 친구들은 30번을 했는데
꽤 많은 아이들이 나란히 서서 열맞춰 하는 것을 잘 못해서..
몇번이나 다시 처음부터 숫자를 세며 시작했다고 합니다.
 보라 말로는 게임 같이 구경하는게 재밌었다고 합니다.


체벌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내 아이만 귀한 자식이라서 절대 손 대는 꼴을 못본다 주의도 아닙니다.

아마도 학기초라서 선생님 나름대로 군기를 잡자는 것 같은데
아직 콩알 만한 아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그런지
새학기 시작 이주만에 손바닥 두번이나 맞고, 얼차례까지 받았다고 하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