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좋아하는 현주는 이렇게 말했다.

홍콩영화 [천장지구]에서 자신이 잘생긴 것을 잘 아는 유덕화가 훔친 드레스를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입힌 후 스즈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를 했다고. 유덕화의 빨간 코피가 묻은 하얀 드레스 자락이 바람에 날리는 그 장면은 너무 낭만적이었다고 가슴 설레여했다.


낭만 따위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는 대꾸했다.

낭만을 좋아하던 이사도라던컨의 긴 스카프가 어떤 비극적인 죽음을 가져왔는지. 그 드레스 자락이 바퀴에 끌려들어가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라고 시니컬하게 말했다.

현주는 나에게 인정머리도 없다면서 서운해했다. 오토바이를 탈 때 드레스가 위험하다는 게 인정머리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주에게 몇 대 가볍게 얻어맞아 주었다.

 

김식이 가져온 황금색 보자기를 열어 본 엄마는 돼지라도 한 마리 잡을 기세였다. 상자 안에는 눈을 생생하게 뜨고 있는 잘 말린 굴비가 나왔다. 어떤 자린고비가 끈으로 메달아 놓고 밥을 먹었다는 그 굴비였다.

 

나는 너무 생생한 굴비 눈과 마주쳐 순간 어머 깜짝이야 하며 놀랐고, 엄마는 어떻게 이런 걸 가져올 생각을 했냐며 신통방통 하다고 웃었다. 그리고 단단히 챙겨 입고 시장을 봐야겠다고 집을 나선 길이었다.

도청언니들과 근처를 돌던 김식과 대문 앞에서 만났다.

 

“우리한테 누님들이라고 하면서 태워줬어요.”

“어머니, 원래 이 오토바이엔 막내만 태운다네요.”

 

 

한껏 상기된 표정의 도청언니들이 한 옥타브 올라간 하이톤으로 즐겁게 웃었다.

엄마가 슬금슬금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머님도 타보실래요?”

 

그때 김식이 말했다.

“미쳤어?”

“나도 태워준다고?”

 

나와 엄마가 동시에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오토바이의 위험성에 대해서 열 가지 정도는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곧 눈이 내릴 것 같은 잿빛 하늘 아래였다.

 

“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 엄마가 어떻게 타.”

 

빠르게 김식을 협박하듯 말했다. 헛소리 하지 말라고.

 

“괜찮아, 별로 빠르지도 않았고 재밌었어.”

 

김식이 어떤 대답도 하기 전에 도청언니가 먼저 답을 해주었다. 언니들은 김식의 오토바이가 놀이공원의 간단한 기구처럼 말했다.

 

“진짜 내가 타 봐도 되겠어? ”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그럼 한번 타볼까.”

 

엄마가 소녀처럼 부끄러운 듯 웃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도청언니가 잽싸게 헬멧을 엄마에게 씌여 주었다. 뽀글 파마머리위에 헬멧이 앉았다.

엄마는 현기의 도움을 받으며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았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그래서 지금….

자기가 잘 생긴 것을 잘 아는 유덕화 대신 김식이 운전하는 스즈키 오토바이 뒤에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주인공 대신 농협마크가 새겨진 가방을 맨 엄마가 앉았다.

잔뜩 설레는 표정으로 앉은 엄마를 보니 말리기엔 이미 늦어 버렸다.

 

“꽉 잡으십시오.”

“어, 그래. 우리 막내하고 이렇게 탔단 말이지? 호호호”

 

부릉

요란한 시동이 걸리고 뒤에서 김식을 꽉 잡은 엄마가 천천히 출발했다. 한껏 신이 난 표정으로 웃으면서 엄마가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을 나갔다. 나도 골목까지 걸어서 따라갔다.

어린 아기를 내놓는 것 같이 걱정이 되고, 불안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엄마의 소녀 같은 웃음이 조금은 낭만적인 것 같기도 했다.

나 참!

오토바이가 멀어질 때까지 나는 서 있었다.

 

언니들과 현기는 테이블위에 놓인 황금보자기와 분홍보자기 안에 든 내용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막내, 이거 봤어? 이거 굴비야. 굴비.”

“이쪽은 찹쌀떡이네.”

두 개의 보자기를 두고 언니들은 신나했다.

분홍보자기 안에 하얗게 분이 나는 찹쌀떡이 열 지어 누워있었다. 손가락으로 찌르면 튕겨 나올 만큼 말캉해 보였다. 어릴 적 설날마다 엄마가 만들던 그 찹쌀떡이다.

 

“진우 엄마가 마음이 급하긴 했네. 너한테 딱 붙으라고 찹쌀떡을 다 보냈고. 이건 김시기 학생한테 먹여야 하나? 착하고 시험 붙어버리라고.”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이건 저 김시기 학생에게 먹어야 하는 거 아냐? 시험 봤다니 착 붙어야지.”

 

언니들도 엄마랑 똑같은 소리를 했다.

“자, 우린 떡이나 먹자. 커피도 한잔 할까? ”

 

언니들이 웃으면서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접시도 챙겨오고 난로위에 끓고 있는 물로 커피도 만들었다. 나의 머릿속은 온통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간 엄마에게 쏠려 있었다.

 

“대장, 나 전화 좀.”

 

현기가 전화기를 잡고 전화를 걸었다.

 

“진우는 머리 자르러.”

 

도청언니들이 현기의 통화소리에 관심이 없는 듯 관심이 쏠렸다.

 

“대장 친구. 어… 그때 그 키 엄청 큰… 아니, 몰라.”

 

드문드문 들리는 현기의 대답만으로 수화기 저쪽에서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알수 있었다.

 

“잠깐만. 대장, 엄마가 술 보내 주신다는데? 뭐로 달라고 해?”

“오호~ 역시 마트 집. 우리 술 뭐 없지?”

“지난번에 사다 둔 소주는 쫌 있어. ”

 

내가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안듣는 척 현기의 통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언니들이 먼저 끼여 들었다.

 

“소주만 있대. 그런데 그…”

 

현기가 몸을 슬쩍 틀더니 목소리가 갑자기 빠르고 작아졌다. 언니들의 몸이 슬쩍 현기 쪽으로 쏠렸다.

 

“황금색하고, 분홍색.”

 

도청 언니둘이 눈을 마주치며 알 듯 모를 듯 한 눈빛을 교환했다.

 

“의외로 승부욕이 있나봐.”

 

두 언니가 작게 속삭였다.

현기가 전화 통화를 끝내고 우리 쪽으로 돌아섰다. 언니들은 엿듣고 있던 것을 시치미 떼고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곧 눈이 올 거 같지?”

“아, 애들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 ”

 

분홍색 보자기 안에 든 뽀얀 찹쌀떡을 현기 앞에 접시에 올려 밀어주었다.

“커피는 마실 수 있나? 우리 마트 쫄병도 공부 잘한다면서요? 내년에 울 막내 있는 학교에 꼭 가요!. ”

 

대문 소리가 나자 나는 엄마가 돌아왔나 싶어 벌떡 일어났다.

머리를 짧게 민 진우가 숨을 헐떡이며 대문 안으로 뛰어왔다.

 

“오토바이 형아는?”

 

스포츠형으로 짧게 머리를 자르고 나자 누르끼리한 탈색 머리가 사라져 깔끔한 모양새가 되었다.  진우의 목적은 오토바이에 있는 것 같았다.

 

“머리 자르니, 꼭 꼬마 곰 같네.”

“그러게. 훨씬 귀엽네. 크크”

 

도청언니들이 진우의 외양을 보고 작게 한마디 했다.

살짝 처진 눈매에 까만 머리칼을 보자 정말 동네에 돌아다니는 강아지 같아보였다.

 

“엄마랑 시장 갔어.”

“아, 씨. 나만 안태워줘.”

 

잔뜩 부풀었던 기대감이 푸스스 빠진 진우가 마당에 서서 한껏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애꿎은 땅바닥만 발로 툭툭 쳤다.

 

“나도 못 탔어.”

 

현기가 진우를 향해 한마디 건넸다.

 

"까불지 말고 올라와 떡이나 먹어. “

 

나는 얄짤없이 말했다.

 

“안 먹어.”


 진우가 어린 유치원생처럼 한껏 삐쳐서 소리쳤다. 

 

진우는 마루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잔뜩 삐진 등을 하고 대문 앞에 가서 앉았다. 현기도 스르르 일어나더니 진우 옆에 가 앉았다. 날도 추운데 돌아올 오토바이를 맨 바닥에 앉아 기다렸다. 나도 그 옆에 나가서 나란히 앉았다.

어릴적 나와 동갑인 상철이와 대장을 두고 치열하게 싸운 날이었다. 양쪽 다 박빙으로 밀고 밀리다 결국 내가 이겼다. 그러나 양쪽 다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엄마에게 혼날까봐 집으로 못 들어가고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았었다. 그때도 현기와 진우가 내 옆에서 함께 앉아주었던 날이 있었다.

우리는 그때의 그 날로 돌아간 것 같았다.

나는 엄마를 기다렸고, 진우와 현기는 오토바이를 기다렸다.

“치사하게 대장 혼자만 오토바이를 타냐?”

 

진우가 한껏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뭐래는 거야? 그냥 우연히 타게 된 거야. 한 세 번인가?”

“진짜 너무해. ”

 

단단히 삐진 얼굴로 시무룩해진 진우의 얼굴이 기가 막혔다.

 

“그깟 오토바이라 뭐라고?”

“저 오토바이는 세상에서 제일 빠른 오토바이라고.”

“오토바이가 오토바이지. 위험하기나 하고. 헛바람이나 잔뜩 들어가지고.”

 

김식의 오토바이이 뒤에 탈 때는 이렇게 변명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 못했다.

 

“그 형껀 진짜 좋은 거야. 진우 말대로 세상에서 제일 빠른 오토바이. 스즈키 카타나. ”

 

잠자코 가만히 있던 현기가 말했다. 모범생 현기도 오토바이에 관심이 있을 줄 몰랐다.

“그 형아, 존나 부럽다. ”

 

나는 대장이 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고군분투 했는데 김식은 오토바이 덕분에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대대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끄러. 이상한 데 관심 끄고 정신 차리고 공부나 해. ”

“대장은 몰라, 오토바이는 남자의 로망이라고. ”

“로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곧 쟤를 대대장이라고 하겠다.”

“대대장이라고 하면 나도 태워줄까? 그냥 대장이 저 형하고 결혼해. 처남되면 태워주겠지. ”

기어이 진우가 매를 벌었다. 뒤통수 한 대를 가볍게 때렸다.

현기도 진우의 뒤통수를 착하고 때렸다.

 

“아씨. 넌 왜 때려. 지도 처남이 될텐데. 이럴 땐 대장 진짜 남자 아닌 거 티나.… 남자를 몰라.”

“ 얍싸비한 놈 같으니라구. 으이구.”

 

결국 진우는 나와 현기에게서 인디안밥 하듯 거하게 더 얻어맞았다.

하늘에서 하나 둘 눈송이가 날리기 시작했다. 길이 미끄러울까봐 불안해졌다.

“걔는 맨날 알바 빡세게 해. 나름 힘들게 살어. ”

그 정도가 내가 김식에 대해 아는 게 다 인 것 같다.

“씨, 나도 저런 오토바이 있다면 뭐든지 다 할 수 있겠네.”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자마자 셋이 벌떡 일어섰다.

현기와 진우는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나는 손바닥에 난 땀을 바지에 슬쩍 닦았다.

 

골목 안으로 까만 오토바이가 들어왔다.

진우는 골목 앞까지 달려 나갔다. 안전하게 엄마가 오토바이에서 내릴 때까지 숨을 참으며 지켜보았다.

 

“에구구야.”

 

현기의 부축을 받으며 엄마가 오토바이에서 내렸다.

 

“괜찮았어?”

“속이 뻥 뚫린다. 뚫려. ”

 

현기가 엄마의 머리위에 얹힌 핼멧을 잡아 벗겨 주었다. 잠깐 현기의 팔을 잡고 휘청인 엄마가 까르르 웃었다.

 

“아이구 고맙다. ”

 

오토바이에 앉은 김식이 까만 헬멧을 벗었다. 오른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자 그새 길어지니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후르르 떨어졌다. 김식은 가볍게 머리를 흔들어 앞에 내린 머리카락을 털어냈다. 그 모습에 이상하게도 거슬렸다.

진우가 잽싸게 비집고 들어와 김식의 손에 든 헬멧을 왕의 하사품 챙기듯 빼갔다.

어처구니가 없어 허 하고 소리를 냈다.

 

김식과 눈이 마주쳤다. 뭐? 라고 이번엔 김식이 내게 물었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눈송이가 조금 점점 더 많아졌다.

 

“어차피 오늘은 못가.”

 

피식 웃는 그 얼굴이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얄미웠다.

“눈 쏟아지기 전에 잘 도착했다. 김시기 학생 오토바이도 안으로 들여놔. 눈 맞을라. ”

 

현기는 재빠르게 달려가 대문을 활짝 열었다. 오랜만에 대문 양쪽이 활짝 열렸다.

우리 집 마당 안으로 김식의 스즈키가 들어왔다.

진우 말대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오토바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창한 까맣고 빨간 로고가 달린 오토바이가 언니들 방 앞에 처마 아래로 들어왔다.

나는 그게 마치 선전포고 같았다.




 

김식은 정말 내가 아니라 엄마를 보러 온 거 같았다. 탑박스에 들어있던 장본 거리를 꺼내어 평상위에 올려주었다. 눈빨이 날리는데도 엄마는 또 마당의 솥단지에 불 피울 준비를 했다. 그러자 김식은 망설임 없이 장작을 가져다 아궁이 안에 잘 쌓아 넣었다.

 

“김시기 학생, 내가 할테니 그냥 둬. 어서 들어가.”

“저 불 잘 피웁니다. 많이 해봤어요.”

“이런 걸 어데서 많이 해봐. 어여 안으로 들어가.”

 

진우와 현기는 오토바이를 지키고 있고 나는 수돗가에 앉아 이것저것 준비하는 엄마 옆에 큰 우산을 펴고 앉았다.

도청 언니들은 마당에 사람들을 구경하려는지 마루의 유리문을 활짝 열어두고 우리를 내다보았다.

추운 날이었지만 마당 안은 하나도 추운 것 같지 않았다.

김식이 결국 아궁이에 불을 활활 지펴냈다.

 

“불 붙었어요. 뭐 할까요?”

"하이구, 잘하네. 잘해.“

 

불을 피운 김식이 수돗가로 왔다.

 

“돼지고기 넣을까요?”

“어여, 들어가 있으라니까. 내가 해. 응차.”

 

엄마가 허리를 잡고 일어섰다.

김식은 예의바른 청년처럼 엄마를 잡아 주었다. 엄마는 또 소녀처럼 웃었다.

엄마가 수육을 만들며 왔다갔다 하는 동안 김식은 제 할 일을 찾아서 알아서 척척 움직였다. 그동안 어디서 알바를 했는지 움직임에 머뭇거림은 없었다.

 

도청언니들의 시선도 진우와 현기의 시선도 내내 김식을 따라다녔다.

 

“뭘 이렇게 싹싹해. 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네.”

 

도청언니들이 낮게 농담을 속삭였다.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엄마가 물 묻은 손을 털어내더니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커다란 비닐을 찾아왔다.

 

“오토바이 눈 맞는다. 저게 좋은 거라는데, 이런 걸 씌워줘도 되나 모르겠네.” ”

 

현기와 진우가 재빠르게 그 비닐을 받아 들고는 오토바이를 덮어 주었다.

하늘의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대장아.”

대문 안으로 현기 엄마가 나타났다.

 

“나와서 이거 가져가라.”

 

대문 앞에 차를 세워두고 우리를 불러냈다.

현기 엄마가 몰고 온 차에서 맥주 한박스와 막걸리 한박스가 나왔다.

 

“진우 너는 머리가 아주 이뻐졌네. 그리고 이거.”

 

파란 보자기에 쌓인 통 하나를 내밀었다.

 

“됐냐?”

 

현기엄마의 눈이 현기와 잠까 마주쳤다.

 

“집에 손님 왔다고? ”

 

짐을 다 넘겨준 현기 엄마가 대문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왔다.빠르게 김식을 찾았다.

 

“하이고, 키 한번 정말 크네. 우리 현기는 클났네.”

 

그리고 외출을 나갔던 도청 언니 둘이 눈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마루에서 상차림 준비를 하고 있는 세 명의 남자를 보고 눈이 커졌다.

 

“막내가 사윗감을 셋이나 데려왔어.”

“막내가 아주 화끈하지.”

 

도청언니들의 농담에 집이 시끌벅적해졌다.

 

“우리 막내가 이런 깜찍한 짓을 할줄 몰랐네. 하하.”


 도청언니들이 까르르 즐겁게 웃었다.

그 뒤에선 엄마도 몰래 따라 웃었다. 


 

김식의 리드로 마루에 새 상이 하나 더 폈다.

오토바이 곁에 바짝 붙어 떨어질 기색이 없던 두 아이는 김식의 손짓에 빠르게 움직였다.

 

엄마가 준비한 수육에 현기엄마가 가져온 잡채 김장김치와 알배추가 상위에 푸짐하게 올려졌다. 좁지 않은 마루에 사람이 가득찼다.

한쪽에는 도청언니들 네명이, 다른 한쪽에는 나와 김식과 진우 현기가 마주보듯 앉았다.

엄마를 거들던 현기 엄마가 쟁반을 옮기다 우리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뭐하는 꼴이고? 꼭 애들 미팅하는 거 맨치롬”

“우리 쪽이 쫌 늙었네요.”

“진짜 늙은 사람들 앞에서 별소릴 다 한다.”

 

엄마도 뒤에서 한마디 보탰다.

도청 언니들은 앞에 앉은 우리를 보며 황금보자기 분홍보자기 하늘색 보자기를 말하면서 어느 쪽에 우세한지 색깔론을 들먹이며 수다를 떨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한 날이 있었던가.

마치 파티를 하는 것처럼 집안에 가득 웃음소리가 가득찼다.

그리고 마당에 눈이 한 겹, 또 한 겹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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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랑쥐-

첫문장이 딱 떠오르지 않아 조금 늦었습니다.  




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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