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작] 단팥빵 1.2  


한수영 저 | 현대문화센타 | 2003년 06월  //  정가 각권 8,000 원


책소개

볼때기는 빵빵해, 빵빵한 건 왕만두
왕만두는 맛있어, 맛있는 건 단팥빵
단팥빵은 안남준, 남준이는 질겨
질긴 건 오징어, 오징어는 깡깡해
깡깡한 건 가란이 딩 동 댕!

얼굴은 두꺼워, 두꺼운 건 전과책
전과책은 무거워, 무거운건 꼬끼리
코끼리는 귀여워, 귀여운건 가란이
가란이는 옹골져, 옹골진건 단팥빵
단팥빵은 남준이 딩 동 댕!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련히 남아 있는 시절로 돌아가
조각보를 엮듯이 가족들의 기억, 친구와 공유한 기억들...
언제 떠올려도 그립기만 한 시절을 담고 있다.


줄거리

초등학교 교사인 한가란은 여름방학 몇 주 전, 일요일 일직을 하면서 어린 시절의 앙숙인 안남준을 만나게 된다.
그들의 은원은 해묵은 것으로 철없던 유치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가란의 단짝 친구인 선희는 남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단팥빵 하나를 건넸고, 남준은 그 빵을 받아 무척이나 좋아한 여자친구 혜잔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선희의 마음을 뭉갠 남준과, 가란은 대판 몸싸움을 벌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걸치는 아주 긴 세월 동안 두 사람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친구 규흔의 생활기록부 사본을 발급 받으러 왔던 남준은 가란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가란은 한눈에 그를 알아보고 만다. 일 관계로 고향을 떠나 있던 그는 건강의 악화와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전주로 돌아온 지 얼마 안된 참이었다. 남준은 낯익어 하면서도 그 뒤에 이어지는 두 번째 만남에서도 가란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준은 동네에서 꼬마들과 고무줄 놀이를 하는 가란을 보고서야 어린 시절의 앙숙을 알아본다. 어릴 적에 그랬던 것처럼 남준은 고무줄을 끊어버리고 가란 역시 초등학교 때 그랬던 것처럼 앞 뒤 재보지 않고 달려들어 한바탕 싸우게 된다. 입으로 몸으로 격렬하게 싸우고 난 그들은 다시는 안볼 것처럼 등을 돌리고 헤어진다.
그러나 인연이란 그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




⊙ 빵을 굽고 난 후에ㅡ.

『단팥빵』은 『연록흔』이나 『은장도』처럼 2000년도에 쓰기 시작한 글이다. 두 글을 비롯한 다른 이야기들 모두가 좋아서 쓰게 된 거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이 『단팥빵』을 정말 좋아한다. 왜냐하면 이 글 속에는 내가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간의 기억들이 있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백퍼센트 논픽션은 아니지만 『단팥빵』을 이루는 에피소드 대부분이 나의 기억과 나와 절친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들어 있는 일들이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가진 조각보 하나를 만들어냈다. 우리 가족들이 가진 기억, 내 친구와 공유한 기억, 그리고 나의 지인들이 가진 기억들이 모여서 탄생한 색색의 비단보는 자랄수록 건조해지고 쪼글쪼글해진 내 마음을 포근하게 덮어주었다.

『단팥빵』에선 참고문헌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같이 밥을 먹거나 맛있는 것들 나눠먹으면서 그네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건 참으로 편하고 기분좋은 일이었다. 모르는 것을 찾아보면서 새로 늘어나는 지식에 희열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는 중에 어린 시절의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일도 그것 못지않게 행복한 일이었다. 맞아, 그랬어!를 연발하며 즐거워하던 이야기들이 지금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단팥빵』의 가란이처럼 나는 어린 시절, 아주 구접스런 아이였다. 동네 야산이 우리 집 마당이나 되는 것처럼 쏘다녔고, 엄마 알게 모르게 말썽도 많이 부리고 다녔던…….

월하의 장독이 실화라면 알 만하지 않겠는가? 초등학교 때는 남자애들과 멱살잡이를 하면서 싸우기도 했었다. 남준이란 녀석은 나와 유난히도 많이 싸웠던 어떤 머스마가 모티브가 되어서 나온 인물이다. 왜 그렇게 싸웠는지 지금 만나면 물어보고 싶지만,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거라 믿고 그냥 추억 속에만 묻어둬야 할 것 같다. 사생결단을 낼 것처럼 싸웠던 기억들이 지금은 그저 미소로만 남을 뿐이다.

『단팥빵』에 나온 그림들을 그리면서 옛날 일을 다각도로 뒤집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제 컸다고, 아니 나이를 먹었다고 그 일들이 다 너그럽게만 보여지는 게 조금은 우습기도 했었다. 한 장 한 장 그림이 늘어날 때마다 윤기 자르르 도는 단팥빵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은 것처럼 포만감이 느껴졌었다. 그리고 언제 떠올려도 그립기만 한 시절을 일부나마 종이 위에 옮길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다시 돌릴 수 없어서 더욱 소중하기만 한 기억들이 이 책 속에 들어 있다. 그것들이 바스러지지 말고 이 속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단팥빵』 1권의 책장을 덮어본다.


⊙ 제빵사, 한수영은ㅡ.

아름다운 온고을에서 태어나서 여전히 살고 있음.
진화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서 바동거리는 중임.
부모님도 포기한 야행성동물이며 이것저것 끼적거리며 쓰고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함.

싫어하는 것은 그 나물만 가지고 만드는 비빔밥과 손 안대고 코 푸는 것, 떡 없이 김칫국만 마시는 것. 은장도], [연록흔]을 써냈으며 다른 글들은 언제 쓸지 아직 모르고 있음.

끝장을 본 글로는 [퓨전러브 if], [설빙화], [셋째 딸 콤플렉스]
기타 등등이 있으며 오늘도 공상망상을 열심히 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