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작] 은장도


한수영 저 | 현대문화센타 | 2002년 01월  

책소개

황금빛 낙우(落雨) 사이로 보이는 들꽃 같은 여자.

……질긴 전생의 연.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죽고 또 죽어야 했던 가륜과 인화. 가륜의 사랑을 얻을 때까지 다시 태어나야 했던 정화. 하지만 목숨을 끊어내도 다가오지 않는 사랑의 연. 사랑을 얻기 위하여 마침내 자신의 언니를 죽여야만 했던, 자신의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여인. 그래도 얻지 못한 사랑. 그 처절한 전생의 연류사현은 그저 평범한 여자였습니다. 자신을 버렸던 친부에게 다시 버림받기 전까지는,그리고 자신을 향해 알 수 없는 적의를 드러내는 쌍둥이 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한수영  
아름다운 온고을에서 나고 자랐으며, 진화하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함.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연록흔> <나센> <가면> <가희>를 연재하고 있음. 완결작으로 <퓨젼 러브 if> <설빙화> <셋째 딸 콤플렉스> 등이 있으며, 요즈음은 역사가 녹아든 사랑 이야기를 구상 중.




책속으로


가륜은 거의 숨이 끊어져 가쁜 숨을 내쉬는 자신의 정혼자를 껴안았다.

중독되었음이 분명한 입술은 검게 변색되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정혼자 옆에 앉아 가슴에 박힌 단도를 움켜쥔 그녀의 동생은 독기 잔뜩 어린, 핏물 번진 입술로 마지막 길에도 언니에 대한 저주를 뿜어대고 있었다.

「말해줘요, 공자님. 왜 언니가 아니면 안 되는 거였죠. 공자님이 아니었으면 난 착한 우리 언니를 죽이지 않았을 거예요. 왜 내가 아니고 언니죠? 정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언니는 공자님의 사랑을 받아야 했던 건가요?」

가륜은 눈물 어린 눈으로 정혼자의 여동생인 정화를 응시했다.

「인화가 내 정혼자가 아니었다 해도 난 인화를 찾아 사랑했을 것이오. 정화 낭자, 그대는 참으로 무서운 짓을 했소. 어찌 이리 참혹하게 언니를 죽일 수 있소?」

「당신을 끌었던 것이 언니의 얼굴이었다면 난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나서…… 언니의 인두겁을 쓰고 당신의 사랑을 얻을 거예요. 내생에도 또 다른 후생에도 두 사람이 맺어지게 하지 않아요. 차라리 내 것이 못 되는 공자님을 죽였더라면 좋았겠지만……. 난 알았어요, 당신이 자신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게 언니였다는 걸. 그래서 언니에게 독을 먹인 거예요. 당신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으니까. 이제 느껴지나요? 내가 매일매일 느끼던 마음의 고통이.」

정화의 저주에 가륜의 입술에서 나지막한 맹세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난 인화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어도, 설령 당신과 똑같은 거죽을 쓰고 있다 해도 내생이든 다음 후생이든 그녀를 찾아 사랑할 거요.」

가륜은 사랑하는 여자의 마지막 생명을 부여잡듯 인화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아 얼굴을 마주 댔다. 그런 가륜을, 사랑하는 남자를 인화는 마지막 모든 힘을 짜내어 어루만졌다.


- 본문 중에서 ...




***  이상은, <인터넷 서점 / YES24> 소개란을 참조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