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크리스마스 캐럴
지은이 : 최은영
출판사 : 피엠북
발행일 : 2006년 2월27일
정 가 : 2,500원
ezbook 페이지수 274p



  


기본 설명

최은영 님의 중편로맨스.

크리스마스 성기절단 사건 발생.

영등포 경찰서 강력 6반

팀장 - [발광하는 이무기] 김용진 계장
차화연 - 팀내의 유일한 여형사.
[발광하는 이무기]를 [발정하는 이무기]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상세 설명

<작가소개>

최은영
종이책 출간작 -수수께기풀기, 플러스, 오래된 거짓말, 늑대날다


<작품소개>

크리스마스 성기절단 사건 발생.

영등포 경찰서 강력 6반

팀장 - [발광하는 이무기] 김용진 계장
차화연 - 팀내의 유일한 여형사.
[발광하는 이무기]를 [발정하는 이무기]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시리도록 새하얀 눈.
서글프도록 흐드러진 붉은 선혈.

아니.. 피가 아니다.
어쩌면 그건.. 그녀의 눈물.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시작된다...

뒤늦게 찾아온 크리스마스 캐롤이
오랜 시간 눈물을 기다려온 그녀를 위한 서글픈 연주를 시작합니다...


-본문 중에서

마스터키를 이용해 매니저가 호텔 문을 열었다.
최고급 호텔답게 화려하지 그지없는 내부였다. 복층 구조로 이루어진 내부는 대리석과 철제가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다. 1층은 응접실과 간단한 주방이 있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모양이, 사건 현장은 2층인 것 같다. 실내는 탁 트이고 복층 구조로 꾸민 꽤 큰 평수인 듯하다.
“안 들어오십니까?”
용진은 입구에서 제 할 일은 여기까지라는 듯 안으로 들어서길 머뭇거리는 매니저를 돌아보았다.
“물어볼 것도 있으니 들어오시죠.”
용진은 노골적으로 매니저에게 시비를 걸었다. 잠시 망설이던 매니저가 간신히 싫은 내색을 감추고 용진의 초대에 머뭇거리며 발걸음을 안쪽으로 내딛었다.
“어? 정말 선보셨어요?”
이층 쪽 계단에 있던 황규하가 용진의 목소리를 듣고 계단 난간에 잡고 반가운 듯 고개를 내밀었다.
“어디? 워어……모델이 울고 가겠구먼.”
사진기를 들고 있는 10년차 베테랑 임진철도 고개를 빼 밀고 용진을 아는 척을 해온다.
“계장님 몸매야 한 몸매 하죠.”
“아가씨를 그냥 냅두고 나온 거 아니지? 내년엔 국수 좀 먹여 줘야 할 거 아니야?”
살인사건 현장이고, 아직 시체도 치워지지 않은 곳에서 오랜 시간 친밀한 사이의 노골적인 농담이 오고갔다.
[발광하는 이무기]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사내부터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안 가는 여형사 차화연. 성격은 좋지만 몸무게도 너무 좋아 무시무시한 덩치를 자랑하는, 경력 10년 차에도 불구하고 아직 말단인 임 형사와 강력반 일 년차인 황 형사. 일명 서 내의 떨거지들만 모아놓은 영등포 경찰서 강력 6팀이다.
“그냥 차 형사님이랑 해치우면 되죠. 뭐. 그럼 지금이라도 당장 국수 먹을 수 있겠네.”
“내가 눈이야? 해치우게?”
“차 형사? 그래도 마누라는 참한 여자가 좋지. 차 형사야 어디……. 흠, 흠.”
용진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오는 화연이 대뜸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로 황규하 쪽을 쏘아보고는 임진철 쪽으로 시선을 찾으려 고개를 돌렸다. 눈치 백 단 임진철이 급히 시선을 돌렸다. 차화연의 눈매나 말투엔 호텔입구에서 어리광 부리던 말투와 표정은 온데간데없다.
깨끗한 일층과 달리 이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부터 피비린내가 훅하니 끼쳐왔다. 대충 눈으로만 훑어도 사방이 증거투성이다. 창문엔 핏자국과 지문이 덕지덕지 묻었고, 침대 옆 테이블엔 아무렇게나 굴러 넘어진 와인 잔에서도 몇 개의 완벽한 지문은 떠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되도록 우리끼리 해결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베테랑 임진철이 선보는 중에 불러낸 것이 몹시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선본 거 아닙니다.”
용진의 대답에 화연의 뽀로통하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팀 내 유일한 유부남인 임진철은 눈에 띄게 실망하는 내색을 했고, 황규하는 새로운 호기심에 눈을 반짝였다.
“그럼 왜 차려입었는데요? 파티라도 다녀오신 건가요?”
취조라도 하겠다는 듯 차화연이 당돌하게 턱을 들고 물었다.
“가족 모임이 있어서.”
“난 또 선보다 중간에 나오게 해서 퉁퉁 부은 줄 알았네.”
“막내 놈이 제수씨 대신 입덧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비위가 쏠려 나오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번에 결혼한 막내요? 그 에어울프라던가?”
“결혼도 추월해 가더니 벌써 애기 소식이야? 계장이 집안에서 곤란하게 됐군.”
침대 시트는 처음부터 붉은 빛깔이었던 듯 흘러내린 피에 범벅이 되어있다. 저 정도 피라면 매트리스까지 흠뻑 스며들지 않았나 싶다.
가슴과 복부에 일곱 군데의 구멍이 뚫린 시체가 처참하게 알몸을 드러내고 누워있다. 남자의 상징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고, 거친 음모도 모두 면도되어 깔끔한 상태다. 시신의 두 손은 실크 스카프로 단단히 묶여있다. 게다가 눈까지 가려져 있다. 마치 나 잡아 잡수 하는 듯 친절한(?) 자세다.
7번이나 찔러야 할 정도로 증오가 깊던가, 아니면 정신이상자던가!
“초범에 원한 관계로군.”
“그런 거 치곤 성관계가 너무 질펀하지 않았나요?”
차화연이 시신을 내려다보는 용진의 뒤쪽에 서서 다소 담담한 시선으로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사용한 콘돔이 세 개나 나왔는걸요. 콜걸의 우발 범행이 아닐까요? 변태 행위를 요구했거나…….”
화연의 시선이 묶인 두 팔과 눈 쪽으로 힐끗 향했다.
“아니, 원한이야.”
용진이 딱 잘라 말했다.
동생이 입덧하는 것에 비위가 상했다고 했지만 시신을 내려다보는 용진은 강철 같은 비위를 가졌는지 뒤쪽에서 시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매니저와는 달리 시선이 지나치게 담담하다.
“흉기는?”
황규하가 증거용 봉투에 담아 둔 가위를 들어 보였다. 피가 잔뜩 묻은 그것은 아직도 시퍼런 날을 세우고 번뜩이고 있었다.
“가위입니다. 미용가위인데…….”
“톤데오.”
뭔가 더 설명하려는 황규하의 말을 막으며 용진이 무를 자르듯 명쾌하게 말했다.
“독일산이야. 제품에 고유번호가 있을 거야. 꽤 강한 스웨덴산 베어링 철이니 저렇게 찔러대도 날이 멀쩡하지.”
황규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존경의 눈빛으로 용진을 바라보았다. 성질 못된 것과 고집 센 것만 빼면 다른 부서에 비해 능력이 절대 밀리지 않는 계장이다.
“장갑 좀 줘봐.”
화연이 재빠른 몸짓으로 소독된 의료용 장갑을 용진에게 내밀었다.
큰 손에 타이트하게 장갑을 낀 용진이 침대 옆에 구부려 앉았다. 시신의 얼굴과 용진의 얼굴이 닿을 듯 가깝다.
“제일 먼저 찌른 게 여기야.”
심장 바로 아래 자상을 가리키며 용진이 말했다.
“남자의 배에 걸터앉아 있었겠지. 세 번이나 성관계를 가졌으면 나른해졌을 거야. 게다가 침대 헤드에 손까지 묶어 놓았고 눈까지 가렸으니 여자의 힘이라도 별로 어렵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이 남자는 저항도 하지 않을 테고.”
“여자요? 남자일 수도 있잖아요. 세 번이나 관계했다고 여자라고 단정 짓는 건 좀…….”
“아니, 여자야.”
용진이 귀밑 쪽에 피와 엉켜 있는 머리칼 하나를 끄집어냈다. 진득한 젤리처럼 엉켜있는 핏방울이 끈적거리며 머리칼에 딸려왔다.
임진철이 증거용 봉투에 재빨리 머리카락을 받아 넣었다.
“그리고 이건…….”
마치 마네킹을 대하는 듯 용진이 담담한 표정으로 가위가 지나간 상처 자리를 가리켰다.
“두 손으로 내리 찌른 거야. 힘이 있는 남자라면 한 손으로 단번에 심장을 찔러 넣었을 거야. 힘이 모자랐기 때문에 두 손을 썼지. 하지만 그 때문에 심장을 비껴갔어. 창문에 피 묻은 거 보이지? 대략 162 정도.”
화연과 황규하가 열심히 들으며 수긍하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이 여기,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내리 찔렀지. 이땐 벌써 이성을 잃은 거야. 마지막으로 성기를 잘랐어.”
피범벅이 된 사체를 놓고 용진과 그 팀원 모두 표정이 무심하다.
매니저는 그들의 대화를 듣지 않으려 애를 썼다. 이층에 올라와서는 계단참에서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고 시신 쪽을 보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신랄한 그들이 대화를 들으며 매니저는 구토를 간신히 억누르며 방을 나갈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사체의 일부는?”
“테라스 창문이 열린 것을 보고, 얼추 짐작해서 그 주변을 뒤졌습니다.”
황규하가 역시 증거용 봉투에 넣어둔 사체의 일부를 들어 보였다. 피가 덕지덕지 말라붙은 그것은 새끼 손가락만한 크기였다. 마치 죽은 쥐의 시체 같기도 하고, 살이 찐 굼벵이 같기도 했다.
“에게게. 이렇게 작아요? 별거 아니네.”
아무렇지도 않은 눈으로 화연이 증거물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며 비아냥거렸다.
“커지게 만드는 게 여자의 의무지. 위력도 그에 따라 달라지거든.”
의미심장한 임진철의 말에 뭔가가 상상되는지 황규하의 뺨이 발그레 붉어졌다.
“아주 럭셔리하게 놀았군. 샤또 딸보에 백만 원짜리 가위에 하룻밤에 삼백만 원짜리 룸이라…….”
농담을 주고받는 팀원들은 재껴 두고 용진이 꼼꼼히 현장을 살폈다.
“삼백만 원요?”
“정확히는 삼백사십이만 원입니다. 봉사료 제외한 금액이죠.”
뒤쪽에 있던 매니저가 놀라 두 눈을 크게 뜬 황 형사를 향해 설명을 덧붙였다.
“계장님하고 차 형사 월급을 합치면 하루는 자고 갈 수 있겠네요.”
“내가 쟤하고 뭐 하러 자?”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뭐.”
“나도 이렇게 럭셔리한 방은 싫네요. 뭐. 내 집 놔두고 왜 이런데서 자요? 이런 데서 자면 발기가 더 잘되기라도 한대요?”
“세 번이나 했으면 잘 되는 거 아닌가?”
“우리 집에서 해도 그 정돈 세울 수 있어요, 뭐.”
화연이 비장한 얼굴로 분통을 터뜨렸다.
화연은 이 년째 용진을 짝사랑하다 같은 팀으로 옮겨온 이후부터 노골적으로 대시(dash) 중이다. 그러나 용진은 철의 장막보다 더 단단한 시선으로 화연을 무시했다.
“우선 와인 잔에 약물 검사 의뢰하고.”
“넵!”
황규하가 선망의 눈으로 용진을 바라보며 군기가 잘 든 군인처럼 대답했다.
“임 형사님은 피해자 인적 사항 좀 알아봐 줘요. 국적은 독일이라는데, 한국 들어오고 삼 일만에 성기까지 잘려 죽을 정도라면 한국에 뭔가 연이 있었을 겁니다. 황 형사는 피해자 핸드폰 검사하고.”
“알았어.”
“매니저는 의외로 비위가 강한가 봅니다. 이런 사체 앞에서도 멀쩡하시네요.”
용진이 매니저를 향해 슬쩍 말을 건넸다.
“복도와 엘리베이터에 카메라 있죠?”
“있긴 있습니다만, 사생활 보호 차원으로 외부인에게 비공개가 원칙입니다.”
“아하.”
뭔가 알았다는 듯 용진이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 현장부터 봉쇄하고 입구에 인원 배치시키세요. 살인사건 현장이 이게 뭡니까? 엘리베이터도 증거를 남겼을지 모르니 전부 봉쇄하고 지문이나 혈흔 있는지 살펴보세요.”
“알겠습니다.”
호텔 입구에선 승자의 표정을 했던 매니저가 무너지는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내려뜨렸다.
“밖으로 가져 나가시지만 않으면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당분간 현장 마스터키는 제가 맡겠습니다.”
매니저를 향해 용진이 손을 내밀었다. 머뭇거리는 매니저와 용진의 눈이 다시 부딪혔다. 너덜너덜해진 시신을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용진의 행동에 기가 꺾인 매니저가 마스터키를 얌전히 용진의 손바닥 위에 놓였다.
“저녁 아직 안했죠? 뭐로 할까요? 호텔 뒤쪽에 곱창 잘하는 집이 있습니다.”
“곱창, 거 좋지.”
마스터키를 받아 낸 용진이 뒤를 돌아보며 팀원들을 향해 말하자 임진철이 제일 먼저 맞장구를 쳤다.
“난 시원한 맥주에 독일식 소시지가 더 좋은데…….”
“소시지 갖고 밥이 되나? 곱창이 낫지. 보니깐 그거 하고 닮았네요.”
“이거? 하긴 그렇기도 하네. 그러니 더 당기는데.”
“난 막창도 좋아요.”
잘린 성기의 일부가 든 봉투를 임진철이 흔들어대며 저녁 메뉴에 대해 요란한 토론이 일어났다.
구토를 내리 참던 매니저가 끝내 뒤집어지는 속을 참지 못하고 입을 막은 채 계단 아래로 후다닥 뛰어 내려갔다. 아래층 화장실 쪽에서 꾸엑 하는 신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자 용진은 슬쩍 입가를 말며 몰래 웃었다.
“거참, 김 계장 장난기 하고는.”
“위부터 쥐고 흔들어 괘씸해서 그랬습니다. 자, 그럼 제대로 시작해봅시다.”
크리스마스가 4일 앞으로 다가온, 춥고 건조한 바람이 일렁이는 저녁이었다.





===> 책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북피아(http://e-bookpia.com/) 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