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수수께끼풀기[무삭제완전판]
지은이 : 최은영
출판사 : 러비더비
발행일 : 2004년 4월12일
정   가 : 3,800 원

책소개

삶의 고단함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지연.
삶의 지루함에 너무 빨리 빠져버린 이준.
지연에게 필요한것은 하나뿐인 동생과 돈이었다.
이준에게 필요한것은 자신을 즐겁게 해줄 장난감이었다. 설령 그것이 고가의 거래가 필요한 사람일 지라도. 이준의 장남감으로 선정된 지연. 하지만 그녀는 인형이아니었기에 이준에게 하루하루 수수께끼를 던지는데...


[맛보기]

“그럼 거래를 하지?“

“거래?“

남자의 느긋하면서 퉁명스런 말투가 긴장된 침묵을 깨자 지연은 얼떨결에 남자의 말을 따라서 되묻는다. 남자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리고 알 듯 말 듯 미묘한 시선으로 지연을 쳐다보았다.

“10억?“

건방진 어투로 이 정도면 과분하지? 하고 묻는 남자의 시선!
10억?
지연은 속으로 또다시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단어를 따라했다. 저 깡패 놈은 저 정도로 돈이 많다는 말인가. 아님 자신을 놀리고 있는 건가. 그리고 갑작스레 돈으로 자신을 사겠다는 말인가. 지연은 사실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저 남자가 자신한테 왜 이러는지 조차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웃기는군. 돈이 썪어 넘치나 보지? 그런 썩은 돈 필요 없어!“

화가 잔뜩 난 지연의 대답에 남자는 구미가 당긴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재밌다는 듯이 지연을 훑어본다. 그렇게 여유 부려봤자 소용이 없다는 듯이. 그런 남자의 눈빛에 지연은 자존심이 상했다. 이렇게 까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남자에 대한 증오감이 저 밑바닥에서 계속해서 밀고 올라오며 지연을 자극하고 있었다. 저 건방진 자식을 한방 쳐주라고.

“내겐 썩어서 냄새 나는 돈이지만 너한텐 필요한 돈이잖아“

“그래도 내 몸까지 팔아가면서 벌 생각은 없어!“

지연은 남자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내뱉었다. 저런 인간 말종에게 몸을 팔다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관에서 벌떡 일어나겠군!

“그럼 이건 어때?“

남자는 여유 있는 몸짓으로 탁자 위에 올려져있던 리모콘을 집어들어 Tv를 켠다.  남자의 손짓에 따라 지연의 시선 역시 화면으로 향하자 지지직거리던 화면 속에서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떠들고 있는 지석의 교실 모습이 나온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지연은  냉정을 잃고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버렸다. 나쁜 자식! 화면은 지석이 친구들과 웅성거리며 하교하는 모습으로 바뀌어있었다. 도대체 뭐지? 왜 저 인간만 만나면 생각이라는 걸 할 수가 없는 거야. 지연은 머리를 굴리려고 애를 썼지만, 너무 당황한 나머지 머리 속이 잘 정리되지를 않았다. 두려움이 목까지 치밀고 올라와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애써 속으로 꾹꾹 누르며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본다. 꽉 쥔 주먹이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렸고, 손톱이 손바닥을 찔러왔지만 지연은 느끼지 못한 체 화면만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저 정도면 호스트바나 게이바에서도 잘 나가겠지?“

남자는 잔인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며 사사로운 먼지 하나 털어 내는 듯 가볍게 내뱉는다. 남자의 잔인한 말에 놀라지 않으려, 흥분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지연은 애써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냉정함과 침착함을 유지하려 조심스레 심호흡을 해본다.

“돼먹지 못한 자식이라 그런지 생각부터가 아주 칼라 풀 하군!“

“그거 칭찬이지? 고마워..“

다시 남자는 징그럽게 히죽 웃는다. 도대체 저 인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저런 인간이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건 환경오염이며, 인간의 존엄성 파괴야! 지연은 남자가 몸서리 쳐지게 미웠다. 이미 궁지로 몰렸지만 그래도 살아 남아야만 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남자는 지연이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며 분노하고 있을 때,  여유롭게 담배를 꺼내 물고 천천히 라이터에 불을 붙이고는 담배 연기를 맛있게 빨아 당겼다. 그 동작이 너무나도 여유롭고 나태해서 마치 영화 필름을 천천히 돌리는 듯이 느리게 지나가며 지연의 시선을 붙잡아 맨다. 지연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 그래봐야 손안에 든 벼룩이라는 듯 그런 표정으로 남자는 지연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었다.

“왜 하필 나야? 너 정도면 얼마든지 TV에 나오는 여자들조차도 만날 수 있을텐데..“

남자는 다시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인 후 손을 소파 등받이에 느긋하게 기대며 지연을 쳐다본다. 남자의 저런 여유로움이 지연을 더욱 화나게 한다.

“가끔가다가 자장면도 먹고 싶어지지. 맨날 고기만 먹으면 물리거든“

남자의 느물스런 대답에 지연은 더욱더 약이 바짝 올랐다. 남의 귀한 인생을 마구 휘저으면서 자장면이라구?  미이친놈!

“자장면에 대한 대가를  너무 비싸게 지불하는군!“

“아! 그건 별미에 대한 사례일 뿐이야. 별미가 기분전환을 해줬다면 그 정도 지불이야 비싼 것도 아니잖아?“

지연은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이 툭 하고 끊어질 것만 같았다. 자신의 인생이 왜 이렇게 꼬여 버린거지?

“기간은?“

지연의 이를 악물고 내뱉듯이 나온 물음에 남자는 다시 히죽 웃으며 지연을 안달이라도 나게 하려는 듯 천천히 담배 한 모금을 빨아 당긴 후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별미에 실증을 느낄 때까지!“

- 본문내용중에서 -


  
작가소개

최은영 - 은빛야간비행과 이쁜서하의 홈,천일야화에서 더피용이란 닉네임으로 수수께끼풀기와 플러스 매니아집단을 형성한 위험한 줄다리기위의 작가. 마치 수수께끼풀기의 남자주인공 이준같은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그녀의 새로운 작품을 독자들은 기다린다.

발표작 - 수수께끼풀기,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