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21세기 바리공주(부제:은장도)[전2권]
지은이 : 한수영
출판사 : 러비더비
발행일 : 2004년4월19일
정   가 : 3,000 원

작품소개 :

집안을 망하게 한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돌을 맞이하면서 버림받은 아이 서현.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고 사랑속에 자란 서현에게 찾아 온 사람은 그녀에게 친부모와 쌍둥이 자매가 있음을, 그리고 아버지가 애타게 그녀를 찾고 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 속 내막에는 도박으로 딸을 팔게 된 그녀의 아버지가 쌍둥이 언니대신에 버려진 동생 서현을 바꾸어치기로 한 음모가 있었으니.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위해 낯선 나라 홍콩으로 끌려간 서현앞에 운명의 사슬을 끌고 나타난 가륜.
그리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저주를 담아 환생을 하고 또 다른 환생을 하면서 피를 부르는 외사랑을 하는 미림과 준현.
과거의 연모가 불러 일으킨 가슴에 피의 현을 그리는 남녀들의 애모가 시작된다.

러비앤에서만 만날 수 있는 21세기 바리공주의 맛은?

1. 영원한 악역으로 남을 것 같았던 미림이의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2. 두 자매의 슬픈 인연이란 늪에 빠진 선화의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3. 전생의 바리공주 설화가 독자님들의 시선을 첫장부터 사로잡을 것입니다.
4. 홍콩과 일본을 오가는 주인공들의 활약속에서 각국별로의 언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5. 베트남에서의 전생, 그리고 미림이야기를 통해 만나는 6.25 시대의 전생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맛보기 :

“아버지….”

맥이 풀려 주저앉는 김은명을 보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지금 없애지 않으면 기회는 영영 없다는 것이었다. 사람 하나를 잡아먹고 땅 위에 누운 낫이 눈에 들어왔다. 죽여 버리자. 내 생각을 읽었는지 은명이 고개를 들었다. 내 안에 담김 광폭한 감정, 살기와 광기! 그 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컸는지 모르겠다. 눈물이 가득 담긴 눈과 핏줄이 올올이 선 눈이 만났다.  

“네가 그랬지.”

물음이 아니라 단정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 거야? 왜 우리 아버지를….”

“너 때문이야. 나는 네 아버지도 가지고 싶었고, 또!”

네 남자도 가지고 싶었어. 하지 않은 말이지만 그 애는 다 들은 듯 싶었다. 도르르, 새로운 눈물 한 방울이 은명의 눈에 돋았다.

“이렇게 할만큼?”

“그래, 그 만큼.”

낫을 든 손보다 죽창을 든 손이 빨랐다. 내 손은 죽창을 들었고 내 눈은 찔려야 할 곳을 보았다. 내 머리는 마음먹은 것을 빨리 하라고 시켰고 내 심장은 거세게 뛰어 양심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했다.

“푹!”

죽창이 박혔다.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죽창을 박은 손과 그것이 박힌 가슴, 모두 시간의 휴지(休止)를 느꼈다.

“팍!”

다시 죽창을 빼냈을 때 선홍색 피가 은명의 입에서 비어져 나왔다. 나는 그 순간 살인마들의 희열을 느꼈다. 한번 찌르고 나니 그 다음은 쉬웠고, 한번 더 찌르고 나니 재미있기까지 했다.

“팍, 팍, 팍!”

몇 군데를 찔렀는지 모른다. 살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뼈가 바숴지는 소리도 들렸다. 살 내린 손은 평소보다 몇 배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친구라 불리던 계집애의 몸을 망가뜨렸다.

“왜…?”

죽어가면서 그 애가 물었다. 숨이 다 끊어지는 마당에 그 애는 나에게 묻고 있었다.

“왜애….”

은명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달싹거렸다. 하지만 그 애의 입 모양을 보고 나는 그 물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 내가? 나는 피 묻은 손으로 내 눈을 만져보았다. 나는 울고 있었다. 은명이 남긴 마지막 물음은 왜 울고 있니? 였다. 그랬다.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했지만, 나는 지금도 내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은명이 눈을 감을 때까지 나는 울고 또 울었다.


- 본문 내용중에서 -



*** 출간작 "은장도"의 무삭제완전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