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님의 “내사랑 원더우먼”


신활, 단 한번 시선.. 오직 그녀를 보다... 그래서 두려움.

그녀를 잃을까 두려움.
그녀가 필요해지는 게 두려움.
배를 잡는 닻의 무게가 두려움.
두려운 게 두려움.
두려움을 모르는 두려움.

안 두려운 척 하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용감한 거니까..
내 범선의 닻이 내릴 곳은 결국은 방세옥. 그녀...


방세옥, 어쩌면 그저 그러했을 스침... 문득 그가 궁금해지다.

자신만 보면 대뜸 골프치러 가자, 테니스? 스키 탈까? 겨울이라도 다이빙 같은 거 재미있어 라며 참 엉뚱한 사람이다 싶었는데... 대화를 하다보면 나도모르게 어느새 그와 나란히 서 있는 자신을 보게됩니다.

그의 눈은 바다를 훔쳐와 내게 얘기합니다.
전 그의 눈을 통해 바다를 봅니다.
그가 제게는 바다입니다..  

그렇게 전 언제나 그를 통해 꿈을 꾸고 그를 꿈꾸길 소망합니다.


우물집의 원더우먼, 그녀를 마음에 담고 7년간 궁금해 하기만 했던 버티기 달인 신활과 그보다 더 둔한 그녀, 방세옥.
그들의 조금은 느린 걸음의 사랑 이야기.


사랑은... 어쩌면 아주 작은 씨앗에서부터 출발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주 작은 호기심.. 아주 작은 호감 말이죠...


그는 그저 한번 궁금했을 뿐인데...

도를 아십니까... 하는 질문에 정말 도가 무언지 궁금해서 수련이를 따라가 책도 사고 검도 사면서 그 궁금증을 풀려고 열심인,
하지만 그외엔 무덤덤할 정도로 영혼은 바람처럼 자유롭길 원했을 그입니다.

주위의 일들에 대해 궁금한 게 없으니 늘 담담하다가도 뭔가 궁금한 게 생기면 활기가 생기는,
매일 '바다'를 꿈꾸는 사나이. 신활...

그가 그녀를 궁금해하기 시작하는군요.

  7년전부터... 1998년 4월 5일. 음력 3월 9일. 우물집으로 이사 오던 그날부터... 가까이에서 이렇게 보고 있어도...
그녀가 궁금합니다.

지금 원더우먼은 뭐하고 있을까...

정작 그녀는 그가 보여주는 행동들마다 왜요..라고 물음표를 다는군요.  

정말 몰라서 그러는건지 모르고 싶어서인지, 어지간히도 무딘 그녀입니다.


그는 세옥의 헬멧이고 싶고 사다리이며 무릎 보호대, 반창고, 손수건, 해열제, 미소, 눈물, 그리고 사랑이고 싶었습니다.

세옥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고 싶고, 뭐든 되어줄 수 있는데...

한뼘 한뼘 마음 속에 그녀를 담는 자리가 넓어지고 그녀에게 다가가려 할수록 발걸음이 더뎌지는 건.. 이건 두려움에서 일까요.

제 '마음'이란 공간에 상대방을 들여놓면서도 바다를 꿈꾸는 건...

자신이 든든하게 그녀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어쩌면 사랑하기를, 감정을 공유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던 건 세옥만이 아니었는지도.

어쩌면 정작 세옥보다 더 약한 존재가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러면 안될텐데.. 일말의 두려움에 배를 타는 꿈을 핑계 삼아 바다를 따라가버린 그입니다.


자유롭고 싶어서, 바다에 나가는 게 자신이 원하는 거고 그곳에 가면 자신이 찾는 해답을 얻을 수 있을거라 믿었는데... 참 이상하네요.

바다를 바라보다가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다가도.. 이제 가슴 속에 즐거움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됩니다.

혼자인 외로움.. 그리고 그녀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욱이의 말처럼 그는 자유에 지치고 어느새 감옥에 갇히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방세옥이란 존재의 감옥에...

그를 기다려도 돼냐, 하던 그녀에게 이제 답해줄 때가 되었을려나요..

무사히 잘 다녀왔다고... 이만 당신의 마음에 닻을 내려도 되겠냐고...


사랑에는 역시나.. 정답은 없는 건가 봅니다.

어쩌면 해답은 어디에든 있을 수 있겠죠... 자신의 마음이 이끌고 이거다 싶은, 바로 그게 정답.


소중한 그 무언가를 찾았다 싶으면 두려워 말아야겠죠.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그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 이상의 행운도 행복도 없을테니까요...

푸른 기와집 아저씨의 영원한 거미발, 원더우먼. 파이팅~!


방세옥의 좀? 많이 특별한 가족 관계 - 큰형부는 은퇴한 조폭 보스. 작은 형부는 현직 파출소 소장. - 때문에 이쪽 저쪽으로다 사돈처녀란 말을 듣게 되는 장면에 웃기도 하고..

여전히 발 디딜 틈없이 없이 어지러운 사무실에 세옥의 보폭에 딱 맞는 발 디딜 공간을 만들어놓은 그의 행동에 기특하다 끄덕이기도 하고..

친구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 때문에 택시를 타지 못하는 그녀에게 자기 대신 택시를 보내는 장면에서 내가 가고 싶은데, 지금은 갈 수가 없다며 그래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탔으면 좋겠다고 부디 아픈 기억을 이겨내길 독려하는 모습에 찡해하기도 하며..

신활의 할머니 장례식에서 하루종일 애썼을 그녀에게 건넸던 설거지 통에 진달래꽃을 보며 살짝이 설레이기도 했습니다.^^


푸른 기와집을 궁금해 했던 그녀... 이제 그 기와집안으로 들어가 있네요.

운명의 장난은 때론 한발짝 디딛기만 하면 되는 행복 공간을 뱅글뱅글 돌아서 들어가게 합니다.

그러나 목적지에 정확히 안착했으니 더 바랄 바가 없겠죠.^^

            
만족스러운 감상이었지만 그럼에도 몇가지 조금은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면,

신활의 어머님에 대한 건데요.

제가 미처 못봤는지도 모르지만 음, 뭐랄까.. 원래 여러 자식 중에서도 어쩔 수 없이 정이 더 가는 아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셋째 욱이를 이뻐하면서 활이를 못마땅해 하는 이유를 정확히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어머님이 더욱 야속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름..^^;

그리고 역시나 살짜쿵 맛난 보여주다만 그들의 알콩달콩 에필로그. 정녕...ㅡ.ㅜ
( 막 혼례 치룬 신혼방 창호지 살살 꿰뚫어 훔쳐보는 중에 불이 꺼져 깜깜해져 버리는 걸 보는 아낙네.. 의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하겠더이다. 쿨럭~;; )

활이의 형도 그렇고 신 욱이 그도 궁금하다... 채현이의 욱이 길들이기... 짜잔~

그치만 새 이야기로 찾아오길 기다리기 위해서라도 일단 웃는 낯으로 손을 흔들어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손수건 팔랑팔랑~~


사실 깜짝 소식처럼 들려오던 "내사랑 원더우먼"의 출간에 책을 사기 전부터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게 있어요.
  
"모던걸의 귀향"에서 "국향 가득한 집"으로, 그때그때 느낌이 달라져서 이번에 또 어떤 모습일까 안그래도 궁금해지던 참이었거든요.

"국향 가득한 집"에서 선보여졌던 어떤 강렬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하셨다면 순간 어..할 수도 있겠지만, 이선미님 작품은 이런 모습이겠지... 하고 미리 단정하고 보지 않는다면 마음껏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여겨집니다.


즐겁게 잘 감상했구요.

더불어 항상 건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원더우먼 방세옥양처럼 언제나 씩씩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