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누님의 "비차(1,2)"

하늘을 나는 수레... 비차(飛車)

주인공들을 하늘 높이 날아오르게 하고 싶게 만들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비차나 비차로 하늘을 비행하는 행동은
어쩌면 주인공들 각각 자신만의 어떤 이상향(理想鄕)에 대한 열망...?!


'비차'는 분명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작가분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읽어보고 싶어질거라는 기대도 하게 되구요.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방대했음이 분명한 자료들을 적재적소에 집어 넣었으며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조화를 시켰습니다.

그러나  로맨스에 대해서는 글쎄요... 라는 물음표를 달게 될 거 같습니다.


구한말 시대때의 암울한 우리네 역사적 상황에 사랑이야기를 하기엔 여유도 부족하고 일말의 죄스러움이 있었던 까닭이었을까요...

비차의 전개는 로맨스가 사족이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역사 속에 놓여진 사랑은 그 버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힘이 약한 듯 보여집니다.

가슴 한쪽이 찌르르..하게 하는 애잔한 느낌도 없고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상당히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기준'이란 인물이 더 눈에 들어온다는 감상글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저는 오히려 고약한 심보?였긴 하지만 주호가 더 인간미가 있었던 캐릭터였던 거 같아요.

기준이는 솔직히 조금 무서웠습니다. 부드러움 속에 뭔가 서늘한 느낌이랄까.....

주호는 고약을 떨고 구시렁구시렁 하더라도 끝내는 마음이 약해 누군가를 감싸줄? 형이라면,
기준은 부드럽고 친절하지만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단칼에 정을 베어버릴 형이란 느낌을 받았거든요.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잠깐 현미정님의 '상해연가'를 언급할게요.

현미정님의 '상해연가'에서도 남주들의 사랑은 비교적 잘 나타나 있는 반면, 여주(신희)의 행동에서 '사랑'에 대한 갈피를 잡기엔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비차'는 아예 처음부터 '주호'와 '기준'에 대한 '해인'의 심정을 각각이 - 이를테면, 해인에게 주호는 사랑하고 싶지만 '감히'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이 바라볼 수 없는 존재, 기준은 사랑이란 걸 할 수 있는.. 그러나 그보다 부모와 같은 절대적 믿음을 보여주는 존재 -  따로 독자들에게 알려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제개인적으론 오히려 '상해연가'때의 '신희'라는 인물보다 절 더 헷갈리게 하는 인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만큼 '해인'은 사랑을 찾거나 소원하는 모습보다
두 남자 주인공들과 더불어 혹은 더 나아가 자신 스스로 '자유'와 '자아실현'에 대한 갈망이 매우 높아보였던 것처럼 느껴졌으니까요.

p.312 - 최근 그녀는 이런 식으로 두 사내로부터 조금씩 자식의 파편들을 긁어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라는 구절이라던가 해인에게 외국서적들을 번역하는 일을 하게 하는 과정에서의 여주의 자기발전과 두 남자들과 동등해지고 있는 듯한 자신의 위치에 무한한 뿌듯함을 느끼는 모습들에서 엿볼 수 있듯이요.

로맨스보단 동료애가 더 진하게? 보였다고나 할까요...
낯선 타인에서 티격태격 서로간의 자리를 인정해 나가는 모습들이 잔 재미를 주었던듯 합니다.

개인적 짧은 의견으로는 어쩌면 작가님의 욕심이 나타난 결과가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해 보기도 했답니다.

음.. 뭐라고 해야 하나... 비록 구한말 열강들 사이에 치이기만 하는 어지러운 정국 속에 주인공들이(특히나 여성의 몸으로 비차를 타던 해인이 ) 좀 더 용감했으면 좋았을텐데 혹은 좀 더 독립적으로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며 당당하게 움직여 봐.. 하는 바람이랄까요.

그런 점들이 잘 만들어진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동의 여운이 조금은 많이? 부족한 듯한 주인공들의 로맨스로 인해 제 가슴 깊숙히 와닿기는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서누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거기에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좀 더 담뿍 느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대목을 적어보면서 감상글을 마치겠습니다.

주호가 해인에게 말하던 대목 중에...

"점점 더 안 좋은 면만 기준이 녀석을 닮아가는 군. 잘 들어라. 제물포 저택에 있건, 어디에 있건, 나는 성주호고 너는 이해인이다. 장소를 따라서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대체 그간 내 밑에서 뭘 배운 게냐?"


사랑이든 우정이든,
상대에 대한 감정의 첫걸음은 그가 누구이든 그 사람 자체를 인정하는데에서부터 시작하는건지도 모릅니다...

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너의 모습 그대로 난 널 좋아하는 거니까....

"나와 함께 살자꾸나. 서로에게 기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