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리뷰] 박민지님의 "마이 테디베어"

 

숲속 초막집

                            작가 미상/외국 곡

 

숲속 초막집 창가에
작은 아이가 섰는데
토끼 한마리가 뛰어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
"날 좀 살려주세요"
"날 좀 살려주세요"
날 살려주지 않으면
포수가 빵! 쏜대요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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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 동요인가 싶으시겠죠…

 

 사실 책 마무리에 지형과 희단의 귀염둥인 개똥군의 세레나데를 가장한 아빠를 향한 아들의 엄마 사수하기?진수를 보여준 '곰 세 마리'노래가 있었는데요.

 

 지형이 토끼를 노래를 부르다 보니 문득 이 곡이 떠올려 지더라구요.
 지형과 희단에게 제법 잘 어울리는 커플송이 되지않을까 싶어 이 동요로 감상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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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민 군처럼 훌륭한 젊은이를 네가 만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도대체 네가 무슨 배짱으로 튕기는지 모르겠구나.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아버지…….”
희단은 충격을 받았는지 차마 말도 못 잇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내리까는 그 눈매가 참 서럽게도 보여서 지형은 좀 울컥했다. 왠지 희단의 감정을 손에 잡힐 듯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을 믿어주길 바라고 또 믿고 싶은 사람에게서 외면 받는 그 기분. 사방이 암흑천지인 숲 속에서 필사적으로 하나 뿐인 불빛을 찾아갔는데 아무리 피난처의 문을 두드려도 잠긴 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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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엄마의 품에서 떨어진다는 게 그저 싫었을 뿐인 어릴 적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가족에게나 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을 겪게 한 과거로 인해

 

 속이 상한다는 걸 속이 상하다 말 못하고
 몸이고 마음이고 크게 작게 생기는 생채기에 아프다는 걸 아프다 말 못하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슬프다기보다 놀라움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감정이란 건 가슴속에 야무지게 쌓아두는 거라고 여기게 되는,

 

 바람소리에도 움츠려 들어 나무 뒤에 숨어 눈만 빼꼼빼꼼 내놓을 거 같은 겁보 토끼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자가 직장에 찾아오는 것만로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벅스를 별다방도 아니고 커피숍도 아닌 커피집이라 부르는 촌스런 여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보다 가족이 일순위가 되어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는데도 그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수고를 하는데도,
 안타깝게도 아버지와 하나뿐인 남동생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뿐이죠.

 

 직장일에.. 집안일에.. 편찮은 엄마 간호일에... 손이 세 개라도 모자랄 그녀일텐데, 고단한 몸 이끌고 집에 들어오니 아버지는 밥타령, 어지러진 살림타령... 친구에게 전해야 될 부조까지 노여운 기로 꼬장부리려하는 아버지에게 내밀고는 한숨이 한 자나 나와있다, 제 코트에 비상금을 넣어두었다는 기억에 '사람이란 죽으란 법은 없구나' 위로를 삼으면서 말이에요.

 

 연재중에도 책으로도 읽을때마다 역시 절 한번씩 울컥울컥하게 만들던 대목을 보며 스타모양 한마디 하렵니다.

 

 단이를 물로 보지 말란 말야~
 우리땐 상상도 못했어! 이 사람들아~~(라고 읽으면서 엑센트는 이거뜨라~~꼭찝는다.)

 .

 

 “제 일생, 여태까지처럼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끄시죠. 수형이 거형이하고는 갈 길이 다르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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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무슨 가족이라고. 가족 그까이거!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왜 필요로 해야 하지?

 친가쪽이라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려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게 무리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에게 가족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저 세상으로 떠나버렸습니다.
 새로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어른들이 내민 울타리는 이게 도대체 보호하고자 함인지 그 안에 꼼짝 못하게 가둔 채 고양이가 쥐를 몰며 놀듯이 하려는 건지 툭하면 경멸하고 툭하고 네까짓 게 뭐냐는 식으로 무시하기 일쑤이군요.

 

 숙부네가 저를 마땅찮게 여기고, 저 역시 그 집안 사람이고 싶지 않아 언제고 때만 되면 말그대로 GG를 선언하려고 하는 지형에게는 '가족'이란 그저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입니다.


 얼핏 북극의 백곰포스 지대로 뿌려주시려는 지형씨에게 다가가 스타모양이 물었습니다.
 
 이봐, 그러지말고 인상을 좀만 펴보지 그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 하다못해 토끼라도 한 마리 길러보던지. 그게 세상 이치야~ 라고 하자,
 민모씨는 한참을 지켜보는 저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봐, 그대가 토끼과야? 눈이 점점 빨개져~ 애니웨이~ 내 토끼는 내가 찾는다! 
 그러니까 진짜 덫을 놓기 전에...................... 꺼져! (아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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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고아라고는 했지만(물론 친가쪽 이야기 제외인 상태에서이지만) 외삼촌이 엄연히 중소기업 오너요, 본인 역시 인물 훤칠해… 똑똑해… 키도 커… 어디 하나 빠질 게 없는 소위 엄.친.아인 그 이름, 민지형.

 

몸매 오동통… 있는 듯 없는 듯… 그야말로 엄마 친구의 딸. 엄친딸과 만날 비교 대상이 되며 구박덩이 당사자일 거 같을 그 이름, 문희단.

 

 이토록 사뭇 달라서 남다른 첫만남이 있었다곤 하지만 서로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싶은 두 남녀가 인연을 맺고 결혼까지 골인하게 된 걸 보면 역시나 '우연이 겹치면 인연이요, 인연이 이어지면 운명이라는' 만고의 진리가 예외없이 통했던 걸까요...

 

 글쎄요.....

 

 운명은 이미 팡파레를 울릴 준비하려고 대기중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결혼을 향해 가던 길목의 처음은 분명 낭만적이라 하기엔 2% 부족하다 할법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감정은 넣어둬, 넣어둬, 하고 머리로만 계산했을까요? 하는 물음에 오, 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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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순순히 손을 끌려 왔다. 그의 것이라는 표시로 끼워준 반지가 제 구실을 하는 것 같아서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이제는 나만 관리해요. 다른 사람은 말고.” ... 지형

 

“내가 마음에 안 든다면 아버님 말씀이나 집안 형편 때문에 억지로 결혼하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 말씀은 그러니까, 지형 씨에겐 내 의견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뭐라고 하든 내 말을 들어주시겠다는 거죠? 아버지가 뭐라고 하시든 내 편이 되어 줄 거에요?” … 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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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가족이고 싶었던 적이 털끝만큼도 없었으면서 지형을 얽매려 하는 수단으로 가족이란 이름을 들먹이는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족이면서도 진짜 가족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게 희단에게 무던히도 생채기를 입히던 이들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또다시 가족을 놓치고 싶지 않아 참다가 지형이 내민 손을 잡으며 비로소 자신을 찾기 위해…


 결혼이라는 새로운 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토끼는 용기를 내 숨어있던 나무 뒤에서 나와 숲 속 초막집을 찾아들고
 흔쾌히… 초막집 아이는 토끼에게 문을 열어 편히 쉬라 합니다.


 생김새만큼이나 가족에 대한 반응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이지만,
그동안 너무 목말라했던, 서로에게 기꺼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할 주문일, ‘내 편’이 되고자 합니다.

 

 한 사람은

 당신이라면 지금은 비록 사랑이라 말하지 못한다해도 하지만 당신 울게는 하지 않을게…

 

 또 한 사람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그가 절 필요로 하니까, 다른 이들이 무뚝뚝하다 아무리 뭐라해도 제게는 다정히 대해주는 걸… 내 마음과 같이 않아도 참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래도… 언젠가는… 당신도 나를…… 하는
 한꺼풀 치워보면 실은 누구보다 가족의 정이 절실하다 말하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이었으니까요.


산토끼도 잡아서 가두면 집토끼가 된다… 구요,

  으음~~ 산 속 어딘가에 콕 박힌 요만큼도 곁을 주지 않을 거 같은 제아무리 사나운 곰도 따듯한 정이라는 올가미로 묶어 가두면 귀여운 곰돌이가 되는 법이랍니다… 지형씨.
 .


“나도 그 사람들만큼, 희단 씨 가족만큼 희단 씨가 필요해요.”

“……지형 씨 같은 사람도요?”
“네. 나 같은 사람은 더더욱. 겉으로 가진 게 많아도 안으로는 가난한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주욱, 우리 같은 편 해요.” … 지형

.

 

 처음 <마이 테디베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으레껏 나의 '곰돌이'라고... 자연스레 곰돌군에 더 강조점을 두고 읽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어쩌면 지형이 희단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 것이니까... 나만의 무엇이기에.... 더욱 소중한 마음이 생기고 덩치 크고 냉한 척한 의뭉스런 웅이씨도 내 곰돌군이라서 사랑스러웠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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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이가 마음 놓고 투정부리는 걸 참 오래간만에 봤어요. 좋은 사람이에요, 민 군은.”

칭찬인데, 오히려 부탁 같은 말이었다. 그 간단한 몇 마디에 깔린 깊은 소망과 가녀리지만 질긴 믿음이란. 이 여자의 어머니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불현듯 느껴졌다. 닮은 모녀간이었다.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 심장이 더 닮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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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형도 희단이의 말처럼 원래 냉랭한 사람이 아니라 상처받기 싫은 수줍은 마음에 사나운 척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희단이 태어나길 바보처럼 착하기만 한 성품의 사람은 아니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요.


 지형이 실은 누구보다 믿고 싶었던 분이었기에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실망할까 두려움에 선뜻 마음열어 다가가지 못하고 차라리 미워하는 편이 나아~ 가족 따윈 필요없어! 외면한 건지도 모르는 것처럼,

 희단이 실은 타고난 선함이라보다 착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하는 알게 모르게 결코 가볍지만은 않게 다가왔었을 주위의 시선.
 착하기라도 해야지...... 하는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된 동생에 대한 자책감으로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를 희단의 자각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도요.

 

 그랬던 그들이...


 죽을때까지 평생~ 내 편이 되어주겠다 하는 이를 위해 변하기 시작합니다.

 

 아니 어쩌면 마음 속 깊이 있는 제 본 모습을 내보이는데에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상처 받을 일 같은 건 없다고, 혹시 또 악의적인 누군가에 의해 상처를 받는다 하더라도 내 옆에 있는 저 사람만 있어준다면 그까짓 거 무섭지 않다고 여기게된 건지도 모를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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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부유합니다. 저하고는 반대지요.”
<그 아가씨를 그 정도로 좋아하는 거냐? 사랑해?>
“어머니께서 아버지에게 품은 감정이 이런 걸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지형

 .


비록 이 대화가 오고갔을 당시엔 외숙부의 염려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들이고자 한 하얀거짓말 비스므리한 대답이었겠지만,
이제 지형도, 희단도, 그리고 모두들도… 잘 알겠지요…

 

  그날의 대답이 실은 진짜배기였었다는 걸~

 

 이러든 저러든 희단이 보물 같은 사람이란 걸 한 눈에 척! 알아봐 줘서 고마운 지형씨만큼
 누가뭐라든 지형이의 마음을 의심치않고 자신을 믿게 된 지금의 희단이는 참 예뻤습니다.

 

 부럽군~이란 말로 입맛을 다시던 민회장님의 마음에 제 마음도 살포시 얹어도 보고

 묽은 초록변을 아빠 곰의 얼굴에 정확하게 날아가게 하는 투척신공을 보여준 개똥군으로 부터 무사히? 살아남아 몽실몽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토끼마누라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며............

 불현듯 ‘곰 세 마리’ 노래가 왜 떠오르냐, 왜이리 아들래미의 눈이 범상치않게 보이느냐 하신다면....... 웃지요~
 
 그저 희단의, 희단을 위한, 희단에 의한 지형 곰돌씨에게 심심한 건투를 비옵나이다.
 산토끼 집토끼가 따로 있나요... 지형씨, 난 그대의 능력을 믿어요~ 팟팅!!

 

지형이 희단을 보고 느꼈던,

'과수원에서 소매로 슥슥 닦아 한 입 깨무는 새콤한 사과' 같은 느낌…이

너에겐 무어냐 물으신다면 마이 테디베어가 그러했다 답하리라 하며,

이상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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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니님의 책을 사기는 잽싸게 샀으면서 리뷰가 거북이 걸음마처럼 느린 건 아닐런지요...
 글도 계속 써봐야 하는 거라고, 오랜만에 자판을 토닥토닥 거릴려니까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놀더라는 현실앞에서 쿠닥~ㅠ.ㅠ

 그래도 꿈집 처마밑 강아지 스타모양... 그저 어여삐 봐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걍 들이댈랍니다...
 
 어디 눈길 어둡고(제 미모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차마 말못하...) 참한 곰돌군 없을까나요... 메아리 쳐보면서... 아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