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한수영님의 <단팥빵>  

번호:36 글쓴이:  스타티스
조회:9 날짜:2004/07/16 11:38

엊그제 나온 거 같은데, 벌써 해를 넘겼네요.^^a

우선, 이 감상글은 '천일야화'에 제가 올렸던(미루 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글입니다.

저번에 플러스님이셨던가요. 소설 단팥빵에 대해 궁금하다고 했던 게 기억나서 주말도 돌아오고 겸사겸사 올려보는 거랍니다.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좋아하신다면 좋은 피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 여겨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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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영님의 "단팥빵"

쫀드기, 아폴로, 뽑기, 눈깔사탕...
불량식품이라고 하지만 뿌리치기엔 너무나 유혹이(^^;) 컸던 생각만해도 입맛다셔지는 달착지근한 군것질.

종이인형 100원어치 사다 이리저리 예쁘게 오려 붙여 소꼽놀이하고,

내가 아파서 누워있으면 아빠가 사다주시곤 하던 바나나 한개.
조금조금 먹는데도 바나나가 사라지는 게 못내 아깝고, 그거면 아픈 것도 금방이라도 나을 거 같았던, 세상에 큰 걱정없이 하루하루가 마냥 즐겁던 그 시절..

한쪽 귀퉁이가 또르르 말린 정이 묻어나는 빛바랜 사진처럼, 저는 주인공들과 함께 그렇게 추억속으로의 여행을 떠납니다.

홍코너~ 인하초등학교. 최고의(?) 여깡, 왈패라 불리우지만 한 의리라 자부하는.. 한가란~

청코너~ 역시 인하초등학교 뭇여학생들을 미소하나로 설레이게 하는 잘생긴 외모, 홍혜잔의 해바
라기, 하지만 오늘도 이죽이는 한가란에 대한 투지로 불타오르는 단팥빵.. 안남준~

한가란 VS 안남준.. 경기 시~작. 땡~~

참 많이 웃고 또 그만큼 코끝도 찡했습니다.

가란이의 어린 시절을 보면서 웃음 짓는 한편, 아련해지면서 마음 한켠 뭉클해지는 건 아마도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유년시절에 대한 어떤 그리움 때문일까요.

* 이보다 더 엽기적일 수 없다..

..하는 척의 대가, 누가 선생님인가 싶게 가란이 지렁이 쭉쭉 늘리며 단번에 반아이들을 평정한 거나, 운명을 달리한 것도 모자라 안남준 머리위로 정확히 투하되어 학생들을 거의 자지러지게 만들던 쥐 만행사건.. 윽..^^;;;

* 자타가 공인하는 개구장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말괄량이 둔 죄밖에 없는 가란이 엄마의 눈물 겨운(^^;) 달밤 월담이야기, 월하의 장독 사건이나 조폭 아저씨들과 함께 하는 공포의 삼육구 게임, 고교때 '날 물로 보지마라~' '옹헤야'를 목청껏 뽑던 이야기..

* 세월이 흘러도 보듬어주고 싶은, 동심의 세계는 그렇게 예쁘다.

잘못하면 엄마한테 슬리퍼로 매맞고 고급 개였던 게 야성이 가득해졌다고 했던가요..가란의 어릴적 또하나의 식구였던 바람돌이 스핏치 로키와 불쌍하다며 죽은 엄마쥐와 아가쥐에 편지를 써서 보내던 송이, 가란의 길잃은 어린 양 '전구경'에 대한 이야기..
등등에 코끝이 찡~해하며 여운을 느꼈답니다.

복숭아 통조림이나 유리구슬에 얽힌 사연처럼 같은 소재로 '가란의 낡은 서랍속'이란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에피소드들을 번갈아 보여주는 진행방식도 재밌었고 작가님의 재치를 엿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a

유년 시절의 추억과 두 주인공의 달공달공한 사랑과 더불어 여러가지 모습의 사랑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빼놓을 수 없겠죠.

혜잔을 향한.. 신혁을 향한.. 이루어질 수 없기에 그저 안타까운 두 주인공의 첫사랑,
한사람만을 마음에 두기엔 사랑이 너무 넓었던 신혁의 아가페적 사랑,
남준을 끝까지 긴장시키면서 차라리 자신이 아플지언정 아끼기에 꺾지 못한 관하의 이타적인 사랑,
그저 옆에 있어주기만해도 좋을 거 같은 석정의 애틋한 외사랑,
아이들을 향한 가란의 하늘처럼 넓디 넓은 스승으로서의 사랑..

사실 책을 읽는 내내 한샘반 아이들이 참 행복했겠구나.. 싶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고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로 내 예쁜 아들 딸이라 부르며 바른 가르침을 주려고 노력하던 6학년 한샘반, 한가란 선생님.

가란이와 같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더욱 더 많이 계셨음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더군요.
그럼 지금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입시지옥이니 학교폭력이니.. 이런 것에 굴하지않고 이쁘고 건강한 꿈을 키워나갈텐데..하고 말이죠.

어린 시절 '얘는 친구 아니에요~' 이구동성으로 소리치던 두 사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요..^^a
어른이 되어 '이사람이다' 싶으니 운동회가 더할 수 없이 낭만적인 프로포즈 장소라도 된다는듯이 가란에게 깜짝 사랑고백을 하며 후회가 남지않도록 현재 느껴지는 감정에 충실하자는 듯 '그냥 느껴지는 대로 살자'고 남준은 말합니다.
매일 매일 점점 더 커가는 그런 사랑을 약속하죠.

양볼에 먹이 가득 담은 듯 통통한~ 천방지축 다람쥐와 달콤~ 말랑~ 속이 옹골찬 단팥빵..

견원지간 저리가라할 정도의 어릴적 원한 깊은(^^;) 원수인 그들이 첫사랑의 가슴앓이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친구가 되더니 가랑비에 속옷 젖는 줄 모르듯 그렇게 눈안에 콩깍지를 한껏 담은 연인이 되고 결국 여보야.. 자기야..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부부의 연으로 백년가약을 맺는군요.

둘 다 비록 호되게 사랑의 병을 앓긴 했지만 그만큼 두번째 다가온 기회로 이어진 인연을 더욱 소중히 여길 수 있겠죠.

마치 허리케인처럼 강렬하게 몰아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단팥빵의 두 주인공들처럼 오랜시간 물
이 한방울 한방울 모여 만들어진 동굴 속 옹달샘 같은 아기자기 포근한 사랑도 있습니다.

스케일이 크고 스피디한 이야기를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어쩜 다소 서운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그 나름대로 봄날의 따뜻한 햇볕을 맞는 듯 포근함을 느끼는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작품이였어요.

글을 읽으면서 알콩달콩 주거니 받거니 주인공의 행동들에 살풋 웃음을 짓곤 했으니까요.^^

일소일소(一笑一少) 일노일노(一怒一老).
한번 웃을때마다 한번 젊어지고, 한번 화낼때마다 한번 늙어진다.라고 했던가요.

단팥빵 덕분에 잠시동안 나이보다 훨씬 어려진 느낌입니다.^^
작가님이 직접 그렸다는 삽화도 너무 귀여웠구요.

한가지 더. 유관하.. 아~ 그냥 보내기에 아쉬웠던 인물이였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해야겠죠. 오호호..^-^;;

에.. 탱볼님, 단팥빵 솔찬히 맛나게 잘 먹어부렀어요..
아무리 먹어도 배탈도 안나고..ㅋㅋ^^

늘 건필하구요..
또다른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