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유스투스 파우에의 "나의 토슈즈"  

번호:34 글쓴이:  스타티스
조회:16 날짜:2004/03/20 15:37

유스투스 파우에의 "나의 토슈즈"


안나 펠처 - 발레를 좋아하고 타고난 소질까지 보이는 꿈많은 소녀.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삶의 의욕마저 저버리는 듯 하지만, 굳은 의지로 다시금 발레, 프리마돈나에 대한 열정에 나래를 달고자 노력합니다.

필립 펠처 - '면허증'이 있어야 비로소 남자(성인)가 된다고 믿는 청소년.
젊음이 주는 용기로 행했던 차운전은 그만 어리석은 치기어린 행동이 되어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맙니다.

아버지/슈테판 - 문화제 복원가. 딸 안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합니다. 필립의 과오로 인해 벌어진 차사고로 안나가 중상을 입자, 아들을 비롯한 모든 가족을 마음속에서 밀어낼 정도로 증오함을 품게 되죠.

어머니/우테 - 여류 예술가이면서 현실 감각에 있어서 둔한 편인 남편에 비해 사리가 밝고 현실감각이 있습니다.
다만, 여느집 딸가진 어머니와는 조금은 달라보이는군요.
딸아이와 돈독한 정을 유지하려는 아버지에 가린듯 항상 아버지 다음이라는 작은 아쉬움이 늘 존재한다고 할까요.

라이너 헬비히 - "매일 같이 물을 4리터나 마시는데 어떤 염증이 익사하지 않고 베기겠어요."

언제나 넘치는 에너지로 주위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아이입니다.
하반신이 마비가 되버린 불운한 스키사고마저도 그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휠체어마저도 그아이의 활력을 빼앗아가진 못합니다.
하지만 그의 웃는 것도.. 밝은 모습도.. 캠코더에 가려 보일때가 많군요.


때론 토닥거리기도 하지만 단란한 가정의 모습으로 오손도손 살아가던 펠처네 가족들.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날.
필립이 어머니의 화원일을 도와 몰던 차에 안나가 탑승한 채로 도로를 질주하다 사고가 나고 안나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일이 터지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음.. 제가 독일작가분의 작품을 접한 게 '에바 헬러'의 <나에게 의미있는 남자(1.2)/서적포>에 - 그때 읽을때 독일의 로맨스소설은 이런 분위기이구나..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 이어 이번이 두번째인 듯합니다.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하자면, '의외의 즐거움'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성장소설이라고 미리 말씀하셨던 것처럼 사실 처음 책을 접했을때만해도 큰 기대를 하진 않고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재밌던 걸요.^-^

이 작품에 대해 소개하면서 '청소년 권장도서'라는 광고문구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 문구가 참 안성맞춤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주인공 안나의 발레에 대한 열정, 사고로 인한 절망, 자포자기할 상황에서의 재활과 위기극복, 그리고 화려한 재기의 삶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주기에 충분했습니다.
( 다만, 다른 분들 말씀처럼 재활의 모습에 대한 묘사가 적어보였던 점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말이죠. )

조금 더 보탠다면, 비단 여주인공들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전반적인 성장소설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예를 들어, 필립은 여동생인 '안나'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었던 사고에 대한 결정적인 가해자로 어찌보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수 있었던 캐릭터였지만, 다소 거친 무모함을 다독이며 자신이 저지른 사고에 따른 책임도 당당히 짊어지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염려를 놓치않죠.

교통사고라는 예기치않은 불행이 등장인물들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끔 해버리지만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그 상처를 치유하고 아무는 상흔속에서 한층 더 깊어진 의지와 생각을 갖게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거기에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한편의 가족영화를 본처럼 홈드라마와 같은 분위기이랄까...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듯 의지부족인 안나의 '운동기능 상실'은 평온했던 한 가정을 순식간에 균열이 일어나게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보물과 같던 딸아이의 불행을 지켜보던 아버지 슈테판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며 갈등의 연속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대로 두면 가족의 붕괴도 멀지않아 보이는 듯이..

그렇게 위태위태해 보였던 가족들이 안나의 재활의지에 때맞춰 서로간에 이해로 다시 하나로 뭉쳐지는 모습을 보이며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었습니다.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문득 들더군요.

제개인적으로.. 자신의 교통사고현장으로 가서 물러섬없이 정면전으로 그때의 아픔을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받을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죽음의 환영'도 차츰 다스리게 되는 안나의 모습도 인상에 남고..

두루두루 괜찮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두군데가 있습니다.

우선은 라이너의 캠코더가 트럭에 부서지는 대목.

책을 덮고나서 뭐랄까.. 라이너가 캠코더에 열중하는 대목들은 내내 보여주던 재기발랄한 청소년의 모습에서 조금 벗어난 어딘지 더이상 상처를 받지않으려는 것처럼 안전망을 유지하듯, 실제 자신의 눈을 통해서가 아닌 캠코너의 렌즈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세상을 지켜보고 있었던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했거든요.

그러면서 담력 실험이라도 하듯이 짐짓 허세를 부리며 달리는 차사이를 지나간다던가 하는 위험한 곡예를 계속 하는 일을 서슴치않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는데..

그런 와중에 캠코더가 트럭에 의해 산산히 부서졌을때야 비로소 현실을 자각하는 것마냥 괜찮다고 말하던 라이너.

아마도 그 역시 이제 세상에서 숨을 곳을(?) 없다고 마냥 어린아이같은 모습이 아닌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선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가서 세상과 부딪쳐야 한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어요.

안나가 커갈수록 라이너도 점차 어른으로 커가는거죠.

그리고 안나가 선물이라며 이제 각자 제 갈길을 가기직전 야곱에게 어머니의 첫사랑에 대한 사연이 담긴 목도리를 주는 장면도 기억에 남았어요.

안나의 어머니가 채 건네지도 못하고 마음을 정리해버렸던 첫사랑의 기억이 새겨진 목도리.

그 목도리를 야곱에게 건네주므로써 안나에게 있어서도 야곱 역시 처음이란 설레임으로 다가온 풋사랑의 기억으로만 남을 존재가 되리라는 걸 어렵지않게 짐작해볼 수 있었는데요.

그리고 얼마후, 자신을 마중 나오며 라이너에게 너에게 우선 목도리 하나 떠주고 그 다음을 생각해보겠다는 듯 말하는 안나의 모습에서 한층 어른스러워진 그녀를 만날 수 있어서 보기 좋았습니다.

이전의 풋사랑을 지나 몸도 마음도 좀더 성숙해진 상태에서 '과연 답이 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당연히... 행복해지는 거. 그리고 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거."과 같은 책중간에 나왔던 어머니 우테의 대사처럼 자신이 어떨때 가장 행복할지.. 원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미래에 대한 꿈을 잃지않고 계속 만들어나가리라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요.

즐겁게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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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다른 곳에서 '미루'라는 대화명으로 올렸던 글입니다.

'미루'와 저 '스타티스'는 동일 인물이오니 너무 놀라지 마시길..^^;;
( 가면놀이도 쏠쏠하게 재밌는데..오호호.. 쿨럭~ )


정통 로맨스라 보기엔 약간 아쉬움도 없진 않지만, 비영문권 로맨틱 작품을 보고 싶으신 분들에겐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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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우와.. 스타티스님 글무쟈게 잘쓰는군요 ㅠ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작품도.. 접하시구.. 대단하십니다~ ㅋ 등장인물 소개하실때에요. 그 어머니/우테 하실때.. 정말 놀랬어요.. 제이름이랑 넘 비슷해서;; 헉!! 이랬답니다 ㅋ 제이름은 '주우태' 에요~ 많이 특이하죠? ㅋ 글애도 나름대로 제 이름이 저는 마음에 든답니다ㅋ [2004/03/20]

플러스...★  흐흣..;;; 저도 이제;; ㅠ 딴 나라.. 작품도 접해봐야겠네요 ㅋ 매일 하루하루를 틀속에 갇혀서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는거 같아서 요즘 넘 답답했는데요. 주말에 시간을 내어서 언제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2004/03/20]



스타티스  에구구.. 발그레~ 과찬의 말이옵니다.잘 쓰다니요.^^;;플러스님 이름이 멋진데요, 뭐..난 역시 멋져~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후후..^^ 플러스님도 좋은 작품 보고난 뒤에 간단하게나마 소개도 해주고 그러세요.기대할게요~ [2004/03/22]

callas  오오~~ ^^ 스타티스님 리뷰, 넘 잘 쓰시네요^^ 다시 보이는걸요^^~~(무슨 소리야-_-) [200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