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권이란 권 수가 부담되지만, 언젠간 사고 싶은 책.

... 창원에서부터 읽기 시작해서, 아직도 드문드문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있는 책입니다.
꽤나 인기가 있는 시리즈물이어서 순서대로 보기는 힘들고
또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크게 상관은 없는지라 도서관 서가에 있는 대로 뽑아 오고 있어요.
대략 지금까지 읽은 책이 열 권 가까이 되나 싶습니다만.

좀 특이한 추리물이에요. 노년의 중세 수도사인 캐드펠 수사를 탐정;으로 내세운 글인데,
배경(시골의 수도원)과 주인공에 힘입은 바도 있겠고, 여성 작가가 써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온화합니다.
원래 범죄의 속성이 그렇듯이, 이 책들에서도 인간의 욕망에 의해 살인이 벌어지긴 하지만
캐드펠 수사나 그를 돕는 지방관 휴(하지만 홈즈의 왓슨보다는 훨씬 존재감 있음),
그리고 모든 주위 사람들이 사건의 결말을 참으로 따뜻하게 마무리해주죠.
그래서 추리물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다 읽고 나면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입니다.

캐드펠 수사에 대해 말하자면, 탐정의 조건을 썩 잘 갖춘 인물이에요.
그는 젊은 날 십자군 원정에 참여한 뒤 나이가 든 후에 성직에 입문한 경력이 있습니다.
현재는 각종 꽃과 허브를 키우는 밭과 수도원의 약제실을 맡고 있구요.
이런 그의 면모로 작가는 독자들에게
캐드펠 수사가 성속을 아우를 수 있는 넉넉한 이해심과 지혜를,
그리고 농부의 근면함과 정원사의 섬세함, 약과 의학에 대한 지식, 과학자의 치밀함 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작가인 앨리슨 피터스는 60세가 된 후 이 시리즈를 쓰기 시작해서
약 20년간 동안 완성을 했다고 합니다.
그 나이에, 이런 소재로. 이렇게 잘 짜여진 글을, 보편적이고도 아름다운 감동이 느껴지게
쓸 수 있는 작가가 너무 존경스러웠습니다.

캐드펠 수사가 홈즈나 포와로, 혹은 다른 유수한 탐정과 이름을 나란히 하고 있다는
뒷표지의 말에 추호도 의심치 않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