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마이니)님의 “사랑은 언제나 대여중”


 
 < 그때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났다.
어린왕자는 여우에게서 길들인다는게 무엇인지를 들었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꺼야."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난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행복을 느낄 거야. 4시가 되면 이미 흥분되어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넌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보게 되겠지! ……“ >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 일부.

 

 * 한때 사랑이라고, 사랑한다고, 생각하던... 그 여자.
 

 "아무것도 없어." 
 처녀 때보다 조금 더 굵어졌지만 오히려 더 연약해 보이는 무명지를 가리듯 깍지를 끼며 유진은 중얼거렸다. 두 사람의 사랑도, 그 사랑이 주었던 믿음과 기대도 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반지 자국처럼 바래져 사라졌다 ... 유진(p.55)

 

 한 여자가 있습니다.

 

 나이 스물아홉
 부모님이 계심에도 고아인 듯 방임되어
 현재 남편과 별거중인...
 바람은 남편이 났음에도 틈만나면 시댁 식구가 들이닥쳐 행패를 부려도
 시모가 전화로 패악질을 해대도
 그저 ‘관람’모드로 일상을 견디고 있는

 

 아무것도 없다는데, 이상해하지 않는, 이상한 여자.

 아무것도 없으면 욕심낼 일조차 없을테니 더 이상 상처받을 일도 없고 이게 나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걸까요, 그녀는.

 

 아니... 그런 그녀라도 낮 12시에는 어김없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 막연히 사랑을, 사랑이란 걸, 생각만 하던 남자... 범영
 

"오늘은 좀, 좋은 일이 많았으면 하네." ... 범영 (p.134)


 한 남자가 있습니다.

 

 나이 스물일곱
 고아가 되고 비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안해본 일이 없는 산전수전 다 겪은
 공식적으론 편의점을 겸한 DVD 대여점 사장,
 비공식적으론 대여점이 속한 7층 건물 주인.
 사람 구경 풍경 구경 알차게 하고


 그날그날, 별탈없이 지나고 배곯을 걱정이 없으면 된거다... 여기는 듯한 그 남자.

 

 오늘도 손님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좀더 정확히는 낮 12시를 기다리는 겁니다.


 그 때문에 오전 11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한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그냥, 궁금한 거니까...
 그저, 익숙해 진 것일테니까...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손님을 챙기는 서비스가 남다른 마음씨 좋은 대여점 주인과 12시 칼출퇴근 하는 특이습성을 가진 단골이라고.

 

 불쌍한 얼굴로 그를 낚은 주제인, 손유진과
 언젠가부터 그녀에게 따듯한 쌀음료를 건네주며 긴장을 풀어주는, 김범영은,

 

 그래서, 친구처럼 지내자하며... ‘친구‘했다지요.

 

 이 정도는 괜찮아... 하듯.
 서로를 그렇게 길들여가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바보 같아‘(드라마 ’내마음이 들리니‘ 봉우리 버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이 안에 너 있는 겁니까? > ... 드라마 ‘파리의연인’ 중 대사.

 


< 자전거는 한번 타는 법을 배우면 이후에는 그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

 

 * 언제나... 땅이 꺼지기라도 할까 땅만 보며 걸을 것 같은 여자,
   이제 좀!... 땅만 보지 말고 나도 좀 보라는 듯 ‘숨은그녀찾기’하며 정면을 잘도 보는 남자.


 딸랑~ 딸랑 딸랑~ 함께 자전거를 타는군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이가 된 거네요.


"흔들려요!"... 유진
"뭐요?" ... 범영
"흔들린다구요!" ... 유진
"그래도 안 넘어져요." ... 범영 (p.201)
 

 그녀가 비록 이름뿐이라 해도 아직 남편과 별거중인 유부녀면 어떻고
 그가 친구먹자 해놓고 속이 다글다글 끊고 있어 사랑과 우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고가면 어떤가요.

 

 흔들면 흔드는 대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김범영이 남자라는 게 사실이듯...
 손유진이 여자라는 게 사실인 것처럼...

 

 중요한 건,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타인이 고개 들어 서로를 바라봤다는 거죠.
 
 그대들이 알았든 몰랐든...
 사랑은, 늘 제 가까이 와 있음을 알게 된다는... 진실을 깨달으면 되는 겁니다.
 

 삐까뻔쩍한 벤츠 간다고 서운해 말기.
 그의 자전거가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옵니다...
 덤으로, ‘식구 늘리기에도 좋고(잉?ㅋㅋ), 식구가 는 다음에도 좋은’ SUV 차까지 따라와요.
 

 그 남자... 그 여자...

 

 내 사람을 한번 눈에 담는 법을 배우면 이후에는 그 방법이 잊어버려지지 않는다.
 이럴 땐, 앞으로 직진... 출~바알~~~


 < ‘밥 맛있게... 밥 맛있게...’ > ...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우리아빠, 봉영규 대사
 
 
 (우연찮게 유진에게 건네진 두유에서 시작된...)
 …… 그러다가 결국 손유진과 밥을 먹고 싶다는,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밥 잘 먹는 건 중요해요.” ... 범영 (p.239)

 

 고아도 아니면서,
 서른이 다되는 나이면서 초딩 입맛을 보여 사람 속 짠하게나 하는, 홀로 선 그녀...를 매의 눈빛으로 알아낸 걸 보면 그는 참 기특까지 합니다. 

 

 점차 누구누구 씨에서 우리는 같이 밥 먹는 사이...로 잇게 되네요.
 너랑나랑 식구(食口)가 되고 싶다... 전하려는 그의 마음을 그녀는 알까요.
 

“어지간히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바보 같은 여자다. 그리고 그 사실에 마음이 한없이 죄이는 그 역시 바보였다.” ... 범영 (p.167)

 

 바보가 바보에게...
 묻습니다.

 

 무언가 갖는 게 두려우면
 어디에선가 다시 시작하는 게 겁이 난다면

 

 그럼, 사랑을 대여해보면 어떻겠냐고.
 단 한번 가져간 마음은 영원히 당신꺼 해도 된다고... 평생 무료라고.
 

 

 “남들이 유진 씨를 보면 바보라고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줄곧 생각해 왔어요. 이 여자가 얼마나 예쁜 눈을 가졌는지, 웃으면 내 마음이 얼마나 울렁대는지, 조용조용히 말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사람 가슴을 적셔놓는지를요.” ... 범영 (p.262)


( “저기, 그거 알아요? 개나리는 나리꽃보다 못한 애라서 개나리라고 부른다죠. 그런 말 꽤 많잖아요. 개살구, 개복숭아, 개꽃 같은 말들.” ...유진

 “나리꽃이 어떤지 보지는 못했지만 내 눈엔 지금 이 개나리꽃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에요. 남들이 뭐라고 하면 어때요. 나만 좋으면 장땡이지.” ...범영 (p.258~9) )

 그녀가 본 개나리는 봄이 아니라 겨울에 피어도 예뻤다. 전에는 몰랐던 그 진실을 그녀는 이제 안다. (p.291)

 

 그녀는 말합니다... 당신은 바보라고.
 바라볼수록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 된 당신을 어쩜 좋을까요.
 
 그역시 이야기하죠... 당신도 바보야.
 바랄수록 보듬어주고 싶게끔 만드는 당신이라는 게 난 좋아.

 바보니까... 바보라서... 괜찮아, 라고.


 <내 마음이 들리니...>
 <너의 손이 속삭이고 있어.>


 “나중에 그 아이가 우리한테 다시 올 거예요. 그때는 조금 일렀을 뿐이에요.”
 “아까 말했잖아요. 뭐든 천천히 해요. 유진 씨를 닮은 예쁜 아이가 그냥 아무렇게나 생기겠어요?” ... 범영 (p.332)

 
 “핸드폰 사 달라고요. 범영 씨 말대로 차도 사고, 차 사면 나 태워줘요. 우리 멀리 놀러도 가요. 바다 보고 싶으니까……. 이사 와서는 쉽게 바다 보러 못 가서 그게 정말 아쉬웠어요. 그리고 나 아프면 병원도 데려가주고, 또 아픈 주사 맞으면 사탕도 사 주고, 또 또…….” ...유진

 “그런 게 하고 싶었어요?”
 ( “응.” )
 “그럼 다 해 줄게. 하나도 어렵지 않은걸. 뭐.” ... 범영 (p.378~9)


 ‘혼자 있는 거 싫으니까...‘ 이제 그래도 되는 거니까,
 놓쳐버린 유년시간을 이제라도 잡을 양 이것저것 해달라 떼를 써보는 그녀, 어른이지만 아이이고 싶어진 유진.

 

 ‘혼자 있으면 안 좋으니까...’ 이제 충분히 그래도 되는 사이가 됐으니까,
 그게 뭐 어렵겠냐며.. 유진이 잃어버린 아이에 대해서도 저리 이쁜 말만 골라하고 콩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며 다 해보자 방그레 웃어줄 수 있는 그, 어려도 이미 어른인 범영
 
 ‘같이’의 가치를 알게 된 그 여자,
 ‘밥 맛있게’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 남자...


 <세상이 아름다운 데에 걸리는 시간 1분> ...어느 광고문구에서 처럼 이제 자신있게~ 알찬 1분을 보내겠지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는 고백.
 그대가 우연이 되어 주어 난 ‘기적’을 알게 됩니다... 하는 진심.


 <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 ... 알퐁스 도데의 “별”의 엔딩.

 

 

 장외편...

 

 <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

 (그건) ‘착각이야.’
      ... 드라마 ‘우.정.사’ 중에 사랑을 말하는 재호(남주)에게 하는 신형(여주)의 대사.


 유진의 아픈 손가락들... 남편 경우와 그녀의 모친.


 "그냥 안 맞았어요. …… 꼭 필요한 대화를 하면서도 내 말은 그 사람 가슴속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아서, 잠긴 방의 문을 한없이 두드리는 기분이었어요.“ ... 유진 (p.230)


 ‘좀만 기다려주라는 소리’가 천천히 이별을 준비해 주겠다가 아니라 ‘니까짓 게 별 수 있어.. 곧 있음 내게 다시 올거야.’ 라는 의미인 걸 보이며
 저 바람난 건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다 하는 것이라 말하고,
 저 때문에 아이 놓친 걸 이게 다 NUT때문이다!(선덕여왕 미실 버전) 하며 손가락질 하는 백주 대낮의 뭔 이런 ‘경우’없는 놈을 다봤나... 하게 만드는 유진의 남편, 백 경우.

 

 ‘미수다’의 크리스티나가 말합니다... ‘이런 XX는 우리 이태리에선 밟아요~ 빠득!’

 

 <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 ... 드라마 ‘시크릿가든’ 주원(남주)의 대사.


 주먹이 법보다 가깝다라는 걸 온몸으로 표현해주시던, 가족이란 이름조차 민망할 유진이의 아버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이 홍길순이의 비애를 아시렵니까...

 어째... 그러십니까........
 혼자서 밥을 한 서너나흘 굶어보고 빨래감이 한 보름치 쌓여봐야 아~ 내가 왜 그랬을까... 할끼야. 잉!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다... 했던가.

 

 ‘머리 아프다, 니가 알아서 하렴.’
 ‘나도 그렇게 살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넌 뭘 그리 유별스럽게 구는 거니.’

 

 같은 여자로써 악몽같은 경험마저 비슷했던
 해서,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유진을 보듬을 수 있었으나 또 같은 아픔으로 인해 마음이 데여서 그녀를 너무나 먼 곳으로 밀어버리고 말아 서글프게 만들었던 유진의 어머니..

 

 천륜이 별거라드냐... 그냥 다 끊자 하기직전, 어머니의 손길을 딸에게 뻗으신다.

 ‘이혼하거라... 네 뜻대로 마음 가는대로 그리 살아.’

 

 이제서 그녀를 바라보십니까... 애틋한 한숨을 쉬게도 
 이제라도 딸이 보이시니 다행이겠지요.... 하게 만들던 안쓰런 당신.

 

 어머님, 지금부터는 부디 그녈 외롭게 두지 마세요...
 

 그리고... 끝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대여점에 들러 공짜 요구르트를 쪽쪽 빨고 있을 것만 같은 귀여운 재혁군.
 물론 유림이나 연지의 깜찍당돌도 좋았으나, 정말이지... 가족이 가족을 잡는 그 말로 다할 수 없는 가슴 탕탕~ 칠 사연 속에 허우적댈 뻔 했는데, 내가 범영과 콤비로 네 개그에 잠깐잠깐 숨을 쉬었다우~
 어떻게... 거... 시간나면 바나나우유 우리 둘이 코올~
 
 이 누나는 널 해치지 않아효~ 아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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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흐.. 눈치 채셨을지요...
 리뷰에 여태의 방송이나 소설에 나왔던 문구로 마이니님의 책 목차 패러디를 한번 해보았습니다.^^;

 

 비슷하거나 혹은 안맞어! 하더라도
 부족하거나 넘치거나... 한쪽 눈 감고 어여삐 봐주시기를....... 수줍게 바래봅니다.
 

 그럼 저 스타모양은 울꿈집 처마 지키러 또 이렇게 이만 총총~ 
 
 ‘저 푸른 초원 위에~ 뚜뚜띠리띠리띠띠...
 그림같은 집을 짓고~ 뚜뚜띠리띠리띠띠...
 사랑하는 우리님과으~~ 한 백년 살고 싶어으~~‘
 ( 바보라서 착한 봉영규 버전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