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영님의 "연록흔(전5권/재련)"

  

 
연 (연/蓮)  인연이라 연(緣)이리리까…  사모하여 연(戀)이리까…
              사람도 이도 저도, 사랑도 예서 제서, 각각이니 그 생김새도 다 각각이라.
  
 좋은 인연, 정 도타운 인연은 여섯도 많음이 아니고,
 악한 인연, 사(邪)하고 야멸찬 인연은 찰나의 스침도 과함이리니.
  
 
 은애함을 두고 말하길
 
 "잡기 힘들다고 생각지 마라. 너를 위한 손이니." ... 가륜
 ...... 임을 위해 살고프나, 짐이 되길 원치 않는다. ...... "사랑합니다. 하지만…, 연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저는…, 호분중랑장 연록흔입니다." ... 록흔
 "넌 아니라지만, 내겐 그 둘이 같으니 그것으로 됐다." ... 가륜 
 
 뉘에게는 남몰래 나온 숨은 달인 양, 지금 이순간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음이라 하고,
 뉘에게는 달빛에 진 그림자마저 제 품에 담아두고프니 영원도 약소하다 하네.
 
 
 사랑을 하면 아프다. 때론 너무 행복하여 아프고, 상실하여 아프고, 얻지 못해 아프고……. 그러나 애통(愛痛)이 아무리 극심해도 그것조차 사랑스럽다. ... 연무한
 
 애잔하고 애잔하니… 사랑한다 사모한다 제 양껏 채 해보지 못하고 맞은 별리(別離)라,
 이름 석 자 떠올림만으로도 아련이 되고, 슬픔이 되고, 평생의 그리움...  애가 끓고 슴벅슴벅 단장(腸)이 그저 가소롭더이다 말하네.
 
 
 "해미, 당신과 같은 곳에서 태어날 거야. 새여도 좋고 물고기여도 좋아." ... 용조
 "그래요, 나도 당신을 찾을 거야. 어디에 있든……." 
 "나, 죽지 않을 거야……. 그러니 당신도 살아줘요." ... 해미

 뉘는 이도저도 다 양이니 품을 마음 바이 아니다… 이르고,
 뉘는 겉이야, 양이든 음이든 속이야, 사람이든 아니든 제게는 오롯이 사랑,
 하여… 이 세상도 저 세상에서도 진심이라 고하네.
 
 
 [하지만…… 제가 잘 하는 일인 걸요.]
 [제 삶인 걸요. 이리 무시하시면…….] ... 이설
 
 ( "범산, 네 새 날개를 꺾는다 했나?" ) "이 후론 새라 불리지 못할 겁니다."
 ( "갖고자 함인가, 아끼고자 함인가?" ) "폐하, 선후가 무의미합니다. ... 진양후 범산 
 
 뉘는 숨쉴 공간 주지 않고 오롯이 죄는 듯 존재 큰 그 마음
 너무 버겁고 버거워 잔약한 제 속에 채 담지 못하야 송구하다… 하고,
 뉘는 한번 눈에 들고, 한번 귀에 들고, 한번 마음 주니
이상, 내 것이니 표한히 도타는 불가하다 하네.
 
 
 사랑만큼 곱고도 추한 게 없는 것이, 세상에는 그 이름 하나 둘러싸고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산 네가 열이라도 황후 곁에 미치지 못한다." ... 명세제 가륜
 '거짓도 사랑도 모두 붉지요.'
 가질 수 없는 이를 사랑하니 참혹했다. ... 미랑 은소현
 
 "연이라 불리는 것, 소천께만 가합니다." ... 황후 록흔
 "무뢰배 취급 마오, 이 마음은 값싸지 않았으니!"
 "다만, 늦게 만나진 것뿐이다." ... 남연국, 주융
 
 저는 사랑이라 말하는데… 받는 이는, 참됨이 아니니 그 마음 아니라 고개 젓네.
 
 뉘는 제가 도홍빛 볼우물 고움을 알아챘으니 먼저라 하고,
 뉘는 꿈결에 그 모습 그리어 몽적연이니 운명이라 단정,
 뉘는 제 것 아닌 걸 사특함 품고 탐해 야차가 그러할까 악다귀가 저러할까앗고 또 앗을 뿐인 욕심이라, 
 
 그 마음 닿아 있는 이는, 이미 내 연은 예있소 보고만 있어도 고운 그 임으로 제 속에 다 찬다 하니
 참(慙/부끄러움)없는 그네들의 성마른 손짓, 는실난실 몸짓, 삿된 마음짓은… 그저 곁없어 속절없는 미련이고 추하고 험한 비뚜름일 뿐.
  
 매오로시 제 심장 하나라 하여, 진정이면...
 
 깊이 귀히 여기소서
 숨탄 걸 부러 바투 잡아 속박 하지 마소서
 그저 놓아, 차분히 지키어 제 알아 오롯이 곁에 머무르게 하소서
 
 마음결, 스스로 제 짝 좇아 흐르게 하소서
 사랑이 무릇 그러하나니
 
 
  (행복/祿)  한 이는 아련히 연하니 우련 풀꽃빛, 한 이는 효한히 짙푸르니 녹림(綠林)빛
                  서로 마음 닮아 천연(天緣)인가, 안팎 푸르른 성정 닮기도 닮았구나… 이 또한 행복이니.
 
 "몹시 주린 사내라 네 가진 것 모두 삼키고, 더 달라 보챌 거다. 결코."  "배려는 불가하다. 네가 고갈되더라도 물리지 않을 터."
 "너 하나면."  "온전히 찬다. 그러니 울지 마." ... 가륜
 
 "전 속박하는 사랑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폐하께서도……."
 "저 때문에 무얼 잃는 사랑도 하지 마시고, 가슴 아파하지도 마세요. 근심도, 걱정도, 가슴앓이도, 다 제 몫으로……."  "제게 주세요." ... 록흔
 
 
 설원의 붉은 낙화
 
 아련타, 가련타할 인연 속에
 엄마 보고 싶은 보얀 아기달님, 하늘 우러러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천녀인 듯 선득선득 날선 이를 만나네.
 
 
 연화 위의 물방울
 
 제도 연(蓮)이요, 예도 연(蓮)이라…  가늠할 새 사람꽃이 가히 어여쁘다. 
 사박사박 눈꽃, 파랑파랑 댓잎 푸릇이 나리던 날
 뉘의 눈가를 어르니, 얼음 찬 심장이 어언간 버걱이니 通! . 아프다.
 
 
 달무리 스민 호수
 
 하룻밤 아스라이 운우지정이었던가
 흐리마리 그저 그리움 하나 담아 호수에 비친 달님을 바라보매, 저도모르게 묻노니.
 풀꽃내음 연히 나던 여인을 아는가,
 얼음 서걱서걱 내 시린 심장 다스히 다독이던 그 여인 어드메에 있는가
 
 어렵게 안은 이 연정, 가여이 여긴다면 알려 주시게… 알려 주시게
 
 
 고원에 맺은 소설(素雪)
 
 나붓나붓 하얀 눈꽃 날릴 양으로 일절 바람도 부지 마라
 토독토독 새초롬히 영근 수정각시랑도 맺히지 마라
 내 품안, 봄아씨 사분사분 잘도 잔다.
 꿈일랑도 고단할까, 봄기운만 기리며 편히 자시게,
 
 세상아… 잠시 고이 잦아 들게. 소리 내지 말고 고이 잦아 들게.
 
  
 죽화우 내리는 숲
 
 뉘는 저더러 죽음의 꽃이라 칭하고,
 뉘는 저더러 억새처럼 이겨내어 다시 솟으리니 사람과 같다, 멋스럽다 한다. 
 품은대로 이루어지리다…….
 
 생이 다해 죽음, 죽음 다음에 다시 생
 흩뿌려져 녹음 사라지게 만들고
 죽화우를 머금어 다시 초록 물든 새 생을 피우니.
 
 모두와 어우러짐이 가하고,
 모두의 처음과 같은 설백(雪白)인 양 매양 짙푸르른 이 되시라.
   
                                    
  (아침/昕)      새벽은 해사함 좋아 아침 좇는 지요
                      아침은 새벽 아기달님 아련한 그리움 좋아 그 자취(痕)를 좇는 지요
                      앞서나 뒤서나… 모두 우둔우둔 정(情)이라지요.
 
 ..... 오르면 내린 만큼 둘은 그렇게 가까워졌다. 서로를 위해 존재하니, 사랑하고 은애함은 뉘의 희생이 아니었다. ......
  "함께 하니 부부라 하였습니다. 곁에 있겠습니다."
 ......깃털 하나를 보태든 터럭 하나를 보태든, 예서 물러서지 않을 터. 그녀 스스로 항시 지키고픈 그 무엇, 바로 소천이었다. ......   ... 록흔.
 
 이리기웃 저리기웃 어여쁜 초생달님
 사랑 먹고 무럭무럭 그 품 넉넉해 보드라운 곱다시 드밝고 드맑은 어른달님 되셨다네.
 
 얼음하늘(빙천/氷天)은 봄빛 만나 사르르 눈님 나리시네.
 냉기 가득 품던 냇가(빙천/氷川)는 다사한 사랑 알아 졸졸졸 제 님 찾아 돌돌돌
 
 봄이 더 늘었다 하네...
 아기달님 자장노래 다독여 줄 이 더 늘었다 하네...
 
 빛나고 빛난 아이… 율이 마마.
 달님처럼 어여쁘시고,
 꽃님처럼 어여쁘시듯,
 해님처럼 해사하게 크시라.
 
 범원과 진류(또다른 가율) 공자들 눈매 보름달만치 동그랗게 됐다, 실눈만치 조프려졌다 가슴 우둔히 뛰도록
사랑스럽고 사랑스럽게 크시라.
 
 내 언제고 돌아오길 바라며 예 서서 꼬마 아씨 이야기를 또 기다림세
 .
 .
 
 재련 되어 나온 연록흔은 제게 있어서,
 여전히 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걱실걱실 여섯 부접들의 모습들은 - 그 중에서도 역시 첫째는 난 예나 지금이나 구척 거한 속은 말랑 창해 아저씨입니다. 창호위님이 울고 웃을 새 나도 그새 눈시울 붉히고 반작 입꼬리 올리고. 후후... - 반갑기 이를때 없고
 
 가륜과 록흔은 여전히 아련하고도 어여쁜데,
 일각, 일시, 일일, 일월... 책의 장수가 많아진만큼 둘의 애틋함이 커갈수록 순간순간 있을 이별을 생각해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안쓰럽다, 했더랬지요.
 
 너무 짧아 슬픈 생이 남긴 상흔은 일백년 지나도 아물지 않을 듯해 진득한 백아연과 연무한의 사연도
 하얗게 바래 너울 붉음이 애처로웠던 홍랑의 사연도
 아란 그대와 함께라면, 또다시 태어나고, 또다시 살생하고, 또다시 상념 깊이 담아 죽어없어지고, 금호와 아란의 이야기 애참한 사류성 호류가 사연도 보고 또 봐도 여전히, 아프더이다.
 
 오로시 사랑이라 하는데,
 
 그 이름으로 사내인들, 해인인들 어떠하리… 해미와 용조.  그 마음 짓밟으려 하는 자, 여수민의 사연,
 그 이름으로 욕심 과해 외팔 화가와 염파 노인이 되버린 사천과 루국의 사연은,
 
  새로운 만큼 또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오더이다.
 
 정 더욱 듬뿍 들게 하는 여섯 부접, 진과와 무진 중랑장들, 진문과 은라부부, 록흔 가족들의 이야기에 설타견의 자, 설태저 내외의 살가운 풍경과
 륜과 록흔과 닮은 듯 또다른 태산을 안은 범산과 향기를 머금은 새 이설의 사랑이야기가 보태어져 한아름 주렁주렁 이어지지 않았다면,
 
 책 보는 내내, 속 졸아들고 그렁그렁 갈쌍한 눈매 편히 쉴 날이 없을 뻔 했습니다.
 
 사건과 사건도 같은 듯 또 달라
 전편은 주요인물 외에 사건 에피소드들이 단락단락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지고 각각 나눠진 느낌이라면,
 재련편에서는 전편에서의 사건 외에 새로운 사건들이 덧붙여지면서 터지는 사건 속에 인물들이나 요인들이 연계성에 있어 좀더 세심하고 자연스레 이어진 듯 하달까요.
 
 덕분에 흥미진진함이 더해졌던 거 같습니다.
 
 눈에… 기억에… 가슴에… 
 담은 것이 하 많으니, 어찌 써야 하나 고민했던 감상도 어느새 이리 비단처럼 겹겹이 이어집니다.
 
 제 마음껏 이것저것 이야기 늘어놓으려면 사흘밤낮이 모자를까,
 이건 리뷰 같기도, 연록흔에 대한 무한 연서(戀書) 같기도…? 감상글, 여기서 그만 줄여보렵니다.
 
 
 
 
 ** 천일야화(로맨스동호회)와 럽펜홈에 올려진 글의 글쓴이 '미루'와 동일인임을 미리 밝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