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동네 대여점은 참 싼것 같다.
만화 100원, 소설 500원, 비디오 20편에 만원
주인이 바뀌고 권수조정같은 별도의 옵션 행태가 조금씩 변화했을뿐 거의 큰 변화없이 이젠 완전히 동네 일대를 주물럭 거리고 있는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여전쯤 생겨난곳인데, 그당시 대여점 아저씨는  무협지, 환타지만 열심히 구비하여 같은 남성동지회원들만 부지런히 챙기는 차별행위를 서슴치 않고 하시는 분이였다.
다른부분들은 참 친절하고 좋은분이었는데 아무래도 로맨스설에 대해 아는게 없으시니, 들여놓기도 좀 막막하셨던듯하다.
그래도 여성회원들을 아예 무시할순 없었기에 구색맞추기 일환으로 해외로설은 그런데로 들여놓으셨고 이몸은 열심히 이곳을 애용하고 있었다.  
한번 언젠가는 로맨스설 작가는 누가 괜찮냐고 한번 물어봐주시는 성의를 보여주시기도 했으나
그작가들 책이 더 들어온다든지 하는 결실은 맺지 못했으니 그 의도가 가끔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던 여름휴가철 더이상 볼 해외로설이 없다는 불상사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결코 포기를 모르는 이여인네는 다른 뭔가를 찾아볼까 두리번거리다 눈에 뜨인게 국내설이었다.
마지못한듯 잘 보이지도 않는 한구석에 꽂아있던 단 두권의 책,
이지환님의 그대가 손을 내밀때 (제일 먼저 발견되었으나 이지환님의 성함이 남정네이름인지 안 어처구니없는 본인의 오해로 선택에서 버림받다.) , 윤혜원님 콤플렉스 연대기였다.
이렇게 로맨스설임에도 불구하고 낭만스럽지 못하게 국내로맨스설과 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학창시절부터 하이틴 로맨스의 애독자였기에 신영에서 국내설 작가도 공모전을 통해 키우고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읽어보지도 않고 그 수준을 의심하였었다.
너무 오래동안 외국배경, 외국주인공의 사랑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우리나라로맨스설에 대한 거부감도 좀 있었던듯 하고, 그냥 할리퀸이나 해외 유명 로설작가들 작품을 베끼는 수준일거라 감히 혼자 상상하고 규정지어버려 기대조차 안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또한 A형 특유의 보수적이고 융통성없는 성격이 적용된건 아닐까 가끔 생각해본다.
하지만 기대를 하지 않아서 였을까,
처음 읽어본 국내 로맨스설은 참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혹시 이책만? 싶어  다른 한권을 빌려 읽었지만 역시나 재미있었고, 그당시 존재하고 있던 동네 대여점을 이잡듯이 찾아나서 빌린 책들이 은장도, 그대 떠난후에, 흑우였다.
몇권 못 찾아내었으나 어찌나 하나같이 재미있던지 더이상 빌릴수가 없는 환경에 절망하다,
우연히 책 표지에 소개된 사이트들을 하나둘 찾아나서기 시작한것이 오리지널 386인 나에게 새로운 문 하나에 들어서게 하였다.
그이름도 유명한  " 인터넷중독",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나는 구세대인가보다
넷글도 쉽게 접할수 있고 읽기 편하다는 큰장점을 분명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종이책이 더 좋음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기 때문에...

새책 구입해 맡아보는 책냄새가 너무나 좋고
내키면 침대에 배깔고 누워 다리 흔들거리며 읽는것이 세상없이 편안하며,
천천히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에 함몰되는 집중력과 그로인한 기억은 전자책이 아무리 잘 만들어진다해도 종이책을 못따라오는듯하여 독자로써 느껴지는 완성도가 더 크다.
또한 책들을 일일히 예쁜 포장지로 싸고 정말 좋아하는 책은 그위에 든든하게 비닐옷까지 입혀준 다음 책꽂이에 꽂아두고 쳐다볼때는 어렵던 시절 쌀한가마, 김장김치 100포기, 연탄 100장 구비해둔 심정과 맞먹는다고나 할까,
거기에 가끔 읽고 싶을때 꺼내어 다시 읽는 그 기쁨은 추운 겨울날 출출할때 묻어둔 동치미를 꺼내 국수 말아먹는 맛인것 같다.

그런데 아쉽게도 요즈음 이 사랑하는 종이책을 제대로 못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저러한 자질구레한 이유들이 있긴하지만 솔직히 예전에 출판하기 어려웠을때였으면 감히 출간을 엄두도 못내었을것 같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중에 옥석을 가리는게 어렵다는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예전에 당연히 로맨스설출판사라 의심치 않았던 눈과마음사 소설들이 이제는 감성소설쪽으로 완전히 기운듯하여  제껴놓기 시작했으며,
소문이 그럴싸하게 퍼져 구입해보았으나 실망하기 일쑤인 작품이 점점 늘어나고,
예전에 든든하게 정보를 내주었던 럽펜 신간소개 역시 요샌  별반 도움이 못되는듯 하다.
가끔은 정말 어처구니 없게 이게 로설이야 하는 장르구별조차 의심가는 작품까지 있으니
이따금 그런작품을 보게되면 책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했던 1년여전 시절이 그립기까지 하다
적어도 그땐 일정수준의 책들이 엄선되어 출판되어 나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거기다 요즘 전자책이 홍수를 이루는것 같다
장편이 아닌 중편인 경우, 비용절감, 읽기가 수월하다는등...작가나 출판사나 혹은 독자나 부담이 덜하다는 이유로 아무래도 많이 출간되는것 같은데 그 책들중 상당수가 신뢰가 가는 작가들 작품이 많아 종이책으로 나오지 못함을 아쉬워 할때가 종종 있다.
이럴땐 종종 할리퀸처럼 우리나라 작가들책도 포켓용 로맨스설이 좀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있고, 이러다 전자책에 밀려 종이책은 점점 소외당하고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드는게 사실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지난 1년여 국내로맨스설에 심취되어 있고 주변에 머물어 있었던 바 느낀것은 로맨스설이 아직까진 매니아층에 사랑받는 변방의 바람에서 약간의 소용돌이를 치며 발전하려 하고 있으나 아직 태풍이 되기엔 많이 부족한듯 하다는 것이다.
또 그 매니아층의 대부분은 로맨스설을 학창시절 하이틴, 할리퀸부터 애독하기 시작해서
해외의 유명 작가들 로설또한 신물나도록 읽은 사람도 많기에 그들을 만족시키기는 더욱더 힘들듯 하다.
그렇기에 로맨스설은 양적팽창뿐만아닌 질적향상 또한 중요하다하지 않을수 없다.

에궁 쓰다보니 어쩌다 참 많이도 중얼거렸다

그냥 로맨스설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로맨스설이 출간하는 양 만큼 비례로 오래도록 소장하고픈 좋은책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