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 “아빠 울지 마세요”  
  
소매치기 전과자로 출연 부녀간 러브스토리 가슴뭉클한 감동 전달

영화 ‘가족’첫 주연 수애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큰 눈망울이 인상적인 수애(24)가 자신이 주연한 첫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녀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영화 <가족>(튜브픽처스, 이정철 감독). 수애는 소매치기 전과자로 출연한 이 '최루' 영화에서 아버지(주현)와 화해하는, 가슴뭉클한 감동 한복판에 서 있다.

<가족>은 수애에게 '가능성 있는 연기자'에서 '믿을 만한 재목'으로 자리매김하게 했고, 관객에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백미러' 역할을 해냈다. 자신의 친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수애의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9월 3일 개봉.

# 첫 영화 대견하죠?

아빠, 참 오랜만에 이렇게 불러봐요. 아빠, 난생 처음 찍은 영화를 개봉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 이 영화 찍으면서 아빠 생각 참 많이 했어요. 아니 주현 선생님 볼 때마다 저절로 아빠 얼굴이 떠올랐어요. 제 배역 정은이처럼 저도 아빠 속 많이 시커멓게 했잖아요.

여고시절 아빠 반대를 무릅쓰고 가수 되겠다고 집 밖으로 쏘다니던 일, 옆집 아이들처럼 대학 안 가고 재수도 포기한 일…. 정말 이 세상에 불효하려고 태어난 아이처럼 아빠 말 많이, 그리고 자주 거역했어요. 그래도 언제나 제 자리로 돌아와 줄 거라고 믿어주셨던 아빠. 고마워요. 그리고 많이 사랑해요. 아빠 믿음 덕분에 이렇게 저, 하고 싶은 연기자가 됐어요.

지난 12월부터 3월까지 성북동에서 칼바람 맞으며 영화 찍을 때, 아무 말없이 옷을 여며줬던 아빠. 내성적인 전과자 배역 때문에 집에서도 늘 침울하게 있었는데 타박 안 해줘서 가족들한테 얼마나 고맙고 미안했는지 몰라요. 아빠, 저 대견하게 생각하실 만큼 이 영화 열심히 했구요, 그래서 후회 없어요.


# 아빠 직업이 자랑스러워요

아빠, 기억나요? 제가 MBC TV 주말극 <맹가네 전성시대>로 막 얼굴 알릴 때, 아빠가 집(흑석동) 근처에서 구두 수선한다는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지며 퍼졌잖아요. 그때 아빠, 제게 뭐라고 하셨어요. "너한테 피해되는 거 아니냐"며 괜스레 미안해하셨잖아요.

그때 제 마음 얼마나 아팠는지 모르죠? 전 그때나 지금이나 아빠 직업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감추려고 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많은 사람들의 구두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고, 부러진 뒷굽을 갈아주는 아빠 직업이 전 세상에서 가장 멋져 보여요. 얼마 전에도 절 위해서 구두 수선일 그만두시겠다고 할 때 제가 말렸잖아요. 아빠는 그 일을 하실 때 가장 행복해 보이세요. 아빠, 파이팅.

그리고 며칠 전 제가 사드린 등산화 마음에 드세요? 비싼 거 사달라고 해서 저 큰 맘 먹고 10만 원도 더 주고 산 신발이니까 엄마랑 등산 많이 하셔서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돼요. 닳으면 제가 또 한 켤레 사드릴게요. 큭큭.


# 영화 보러 같이 가실 거죠?

아빠와 같이 영화 본 적, 정말 오래됐어요. 저 초등학교 다닐 때 만화 영화 보러간 일 빼곤 거의 없죠?

아빠, <가족>은 꼭 저와 나란히 앉아서 봐요. 많이 쑥스럽겠지만 아빠가 보고 제 연기에 대해 모니터링해주세요. <회전목마> <4월의 키스>는 꼬박꼬박 챙겨 보셨잖아요. 꼭 그래주실 거죠?

아참, 미리 말씀 드리는건데 저 극중에서 재떨이로 머리 맞아서 피 흘리는 신 있거든요, 그거 보고 놀라지 마세요. 재떨이는 설탕으로 만든 거라 하나도 안 아팠고 피도 물엿으로 만든 가짜예요.

문득 이 영화 처음 시나리오 읽었을 때가 기억나요. 아껴가면서 오래오래 읽고 싶었을 만큼 가슴뭉클했던 기억…. 다 읽고 냉큼 소속사(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 실장님한테 이 영화 꼭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었죠. 극중 백혈병에 걸린 아버지 주현 선생님이 미용실 앞에서 민머리를 보일 때, 아버지가 나이트클럽에 저 대신 칼을 들고 가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펑펑 눈물이 쏟아져 NG가 수없이 나곤 했어요.

아빠, 영화 다 보신 다음에 제 손 한번 꼭 잡아주세요. 그러면 저 박수애, 무척 힘이 솟을 것 같아요. 알았죠?

김범석 기자 kbs@ilgan.co.kr  




























한번 보고싶은 영화에요
우리 부모님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 같더라구요
많이 슬픈영화에요  손수건은 지참하세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이번주에 개봉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