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감동적인 영화를 봤네요.
개인적으로 강추! 하기에 이곳에 올립니다.
음...제가 느끼기에는 형 광식이=>결혼하기 좋은 남자, 동생 광태=>연애하기 좋은 남자.
이렇게 간단히 구분이 지어지더군요.

먼저 캐릭터를 살펴보자면,

광식이; 사진사입니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며 대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를 7년 동안 짝사랑 중입니다. 표현력 제로에 굉장히 답답한 성격이라 개인적으로는 이런 남자와 연애하면 속 터질 것 같구요. 때문에 그런 성향은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광태; 비디오 가게 주인입니다. 형, 광식과는 정 반대의 인물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결혼은 곧 죽음이다 생각하는 인간이기도 하죠. 요즘 남성들의 속물적인 대표상이라, 그의 연애와 사랑은 공감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작품에 몰입도가 좋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구성,

소설도 마찬가지지만 영화의 구성은 피자에서 원판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 위에 토핑들이야 그 다음이구요. 구성이 부실하면 아무리 토핑들이 화려해도 제 맛이 안 나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그 흐름에 껄끄러움이 전혀 없습니다. 광식이의 이야기와 광태의 이야기, 두 남자의 시점에서 맞물린 문제 해결 시점. 제가 아직 그런 영화를 못 봐서 그런지 독특하고 깔끔하다고 느꼈어요.

세 번째로 대사,

아주 튀는 대사들은 없습니다. 잔잔하고 흔한 대사들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가슴에 와서 콕콕 박히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사들이 많습니다. 그저 ‘사랑합니다’ 한 마디에 가슴이 찡한 것이 아니라, 그때의 상황에 딱 맞는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대사들이 참 감동적입니다.

그 중, 제가 뽑은 명대사입니다.

광식; 인연으로 맺어질 사람이 있으면 절대자가 무슨 신호를 보내줬으면 좋겠어.
윤경(광식의 7년째 짝사랑 녀); 여자들은 짐작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아요.
일웅(광식의 사진 보조사이면서 윤경에게 적극 대시한 남); 남자가 여자 생각하는 마음이 두 가지가 있잖아. 배꼽아래 마음과 배꼽 위에 마음. 걔는 배꼽 위가 움직였던 것 같애.

네 번째로 줄거리,

대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혹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야기, 과거에 한 번씩은 다들 겪었을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남녀 사이의 성(性)과 결혼, 그걸 통틀어 한 마디로 연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한 주제와 이야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의 지루함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내신 김현석 감독님이 정말 존경스럽더군요. 이미 이 영화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저 역시 그렇습니다.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광식이 윤경을 떠나보내면서 결혼식장에서 구애 대신에 축가를 불러 주었던 장면입니다. 가수 이름이 최호섭, 맞나요?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가슴이 찡하면서 눈물이 줄줄 흐르더군요. 처음엔 광식이를 보면서 아이고, 이 답답한 인간아! 했는데 그 장면에서는 정말 인연이 무얼까, 생각하게 됐답니다.

여하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해 주는 영화였어요. 꼭 사랑하는 분과 함께 가서 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다 보고 나면 사랑이 더욱 돈독해지실 겁니다.^^
이곳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네요. 음악도 그렇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