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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라고 얘기하는, 자신의 모든 촉수가 그녀를 향해 열려있는 스무살 청년 토오루.
"난 너의 미래에 질투하고 있어" 라고 말하는, 토오루와 영원히 함께 할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마흔의 여인 시후미.
그리고 동갑의 여자친구를 가진, 토오루의 친구인, 코오지와 서른다섯의 연인 키미코.
이들의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함께 사는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것을 택한 두사람, 토오루와 시후미.
두 사람은 적어도 자신들의 삶을 사랑이라 간주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가정생활엔 충실하고 문제가 없다면 이들의 관계는 과연 사랑인걸까?
사랑과 불륜은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야 하는지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던 작품.
20대와 40대 주부의 사랑이 화두가 되었음에도 나이와 불륜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사랑자체의 문제를 무덤덤하게 보여준 에쿠니의 능력이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사랑앞에서 용감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던 작가 에쿠니 가오리.
과연 이들의 모습을 단순히 사랑앞에 용감한자들이었다고 얘기할수 있을지..어쩌면 그건 무모함이 아니었을지...
시후미는 토오루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밥먹느라 지워진 루즈는 고쳐 바르면 금새 원래대로 돌아와. 그런데 이렇게 하다 지워진 루즈는 고쳐 바르려고 해도 좀처럼 안돼" 이 말을 들은 토오루는 무척이나 행복해한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라고 믿는 토오루.
어떤 모습이든 사랑이라는 건 맘속에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시후미도 토오루의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시후미의 마음속엔 자신이 지워지지 않는 존재라고 느낀거겠지.
하지만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토오루의 흔적이 자신에게 남겨져 간다고, 잘못된 흔적이 자꾸 남는다고. 그걸 알지만 지워지지가 않는다고 얘기하는거 같아서...
결국은 자신의 사랑도 어느 정도 잘못됨을 인정하는 듯 해서, 그녀의 선택이 비오는 날의 도쿄타워처럼 슬프게 느껴졌다.
뱀발 :
에쿠니 가오리의 무겁고 우울함 그리고 습한 느낌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그녀만이 보여주던 무게가 아닌거 같아 조금은 씁쓸했다.
그러나 어느정도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임엔 틀림없다.
역시 책을 보고 영화를 보기 잘한거 같다.
영상은 문자가 주는 무한한 상상력을 절대 극복할수가 없나보다.
그런거 다 떠나서 불완전해보이지만 비관적이지 않은,, 잔
잔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녀의 글이 좋았어요..^^...
아쉬운건 김난주님의 번역. 일본소설을 고르는데 한몫했는
데, 이번엔 다른분이 번역하셨더라구요. 왠지 서운한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