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후님께서 작가후기에 일반소설임을 밝히셨지만, 일단 제가 받아들이기를 로맨스로 이해하고 감상을 해서 그냥 로맨스 소설로 적어봅니다.^^;
감상글이 쪼금 길어진 것도 양해를...;;
박윤후님의 "서동요(1,2)"
선화공주니믄
남 그즈지 얼어두고
맛둥바알
밤에 몰 안고가다
// 사랑을 부르는 맛둥의 노래... 서동요
"어찌 이리도 다른 손이 한 치의 틈도 없이 꼭 맞을 수 있겠소? 또, 나의 손이 더 크니 그대의 손을 모두 감추는 듯 하나 내 손가락 사이에 그대의 손가락이 보이니 감추려해도 보이는 서로의 마음 같지 않소. 거기다 이리도 단단히 얽혔으니 서로가 풀기 전에는 억지로 풀 수도 없겠소이다." ... 서동.
"이것은 소녀의 마음이니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소녀를 지켜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세게 쥐어 이 손이 부서지거나 너무 느슨하게 쥐어 이 손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소서. 하여 이 마음이 상처 받지 않게 하여 주소서." ... 선화공주.
"나모야, 너는 아느냐. 임이 있거니 이 몸은 어이하여 산중을 헤매는고. 가만한 바람(미풍)아, 너는 아느냐. 임이 버린 것도 아니거늘 어이하여 쫓겨 다니는고."
이야기는 칠흑같이 어두운 어느 밤, 깊은 숲 속에 가지를 헤치고 몸에 생채기를 입으며 다급히 쫓겨 달아나는 중에 한 여인의 가뿐 숨이 섞인 혼잣말로 시작이 됩니다.
바로 위덕왕의 가려진 연인이자 장차 무강왕이 될 서동의 어미되는 여인이었지요.
본시 위덕왕의 피를 이어받아 가진 재주도 많고 하늘이 내린 왕의 기운을 갖고 있음에도 마를 캐어 하올어미를 부양하려했던, 무강왕 서동..
월성의 밖, 아니 세상의 밖이 항상 궁금해 달빛을 맞으며 나들이를 하려고 하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딸, 선화..
그들은... 어떻게든 만나게 될, 만나야만 했던 사이였는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만남은 '우연'이라는 말로,
달빛의 희롱이었는 듯.. 선물이었는 듯..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기 보다 만남 그 자체를 기뻐하고자했던 두 사람..
두 번째 만남은 '인연'이라는 말로,
저를 보는 상대의 눈빛을 보며 다음을 기약하는 것으로 알고 대신 그 순간엔 입술을 훔치려 하던 두 사람..
세 번째 만남은 '필연'이라는 말로,
손이 떨림을 서로가 마음이 같다 하여 그저 스쳐지나가는 희롱이 아닌 진심이 담겼다는 걸 알리려는 두 사람..
처음은 어쩌면 장난처럼.. 얼핏 가벼운 희롱처럼.. 다가갔는지 모르나,
사랑에 대하여.. 깊어지려는 마음에 대하여... 두 사람은 '만남'을 통해 말하는 군요.
그들이 그렇게 '우연'인듯 '인연'이라는 말로 '필연'적으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랑을 배우죠...
사랑함에...
서동은 '두려움'을 배우는 군요.
사랑하지 않을 때는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웠고, 사랑할 때는 사랑이 떠날까 두려워지는... 마음.
선화공주는 한순간 그의 마음을 믿지 못하게 됨에 대한 '의심'을 배웁니다..
서동이 저에게 오기전에 '신라 월성의 것 하나를 사오거나 가져온다면 그에 맞는 값을.. 바로 백제를 준다'는 목협문차와의 내기가 있었음을 우연히 듣게 된 후 서동이 하는 말과 행동에 제 나름의 잣대를 대려 하는군요.
저 사람이 날 사랑하나.. 사랑한다 하는데 그게 혹 거짓부렁은 아니려나... 하는 의심.
선화의 오라비, 용춘은 그녀에 대한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대해 증오, 애증을 키우고..
선화의 또다른 언니, 덕만은 사랑과 권력 그 사이에서 저울질 하다가 권력이 주는 그 알싸한 힘의 마력에 빠져들게 되고...
'사랑'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제 각각인 것만큼 그 모습도 다양하게 바뀌어 다가옵니다..
하지만 언제나 변하지 않은 진실 하나가 있으니,
'사랑'이 행한 일, 그 어떤 일이라해도 풀고자 함도 곧 '사랑'이 되리라...
'사랑'에 의해 두려움을 배웠다면 그 두려움을 없애는 것도 역시 '사랑'일 것이요..
'사랑'을 함에 의심을 알게 되었다면 그 의심을 사라지게 하는 것 역시 '사랑'이 하게 될 몫이 되는 법.
설혹 그 무슨 어려움이 있게된다 하여도, 상대에게 그저 제 진정을 아낌없이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겠죠..
"(당신을) 사랑하오"
단지, 그 말 뿐이면 되는 것...
인상적인 장면 몇 군데가 있었어요..
하나는...
선화공주가 서동요에 의해서 제 나라 공주의 칭호를 버리고 자청하여 떠난 귀향길 중에 서동이 천막을 치고 물을 뜨겁게 데워 달빛 아래에서 선화를 씻겨 주는 장면과
용춘에게 납치된 선화를 무사히 구출하고 본의아니게 전쟁의 긴장감이 감도는 중에 별탈없이 사비도성으로 귀환해 오던 서동을 손수 씻겨주며 그 노곤함을 풀어주려 하던 장면.
또 하나는...
납치되었다 만난 자리에서 서동이 무릎을 꿇어 고개를 숙이고 선화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정수리를 그녀의 아랫배에 대었던 장면과 이어진 서동의 대사와,
"아 아……! 말이 생각나지 않소이다! 이토록 가슴이 절절하건만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지 않소이다. 쉬이 내뱉던 말조차 입안에 머물고 치장하고 다듬었던 말들은 내 머리에서 지워졌소. 하여 난 그대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으니, 답답하고 한심할 뿐이외다."
선화가 서동의 무릎에 볼을 비비며 안타까움을 담아 말하던 장면,
"하면 이기고 돌아오소서. 신라의 그 누가 오더라도 서로 적이 되어 검을 맞대시게 된다면 그치를 죽이소서. 그리하여 폐하만은 꼭 무사히 돌아오소서."
이외에도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특히나 이 둘을 꼽은 건 서동이 간직하고 있던 선화의 뒤꽂이에 대해서 선화가 저도 고이 간직하고 있던 유리 목걸이를 보이려하자 '내 것을 보여줬으니 그대의 것도 보여줘야 하는 것이냐'며 웃었던 서동의 말처럼 두 톱니바퀴가 제짝을 서로 만나는 듯 맞물려 어우러진 장면이란 느낌이 들어서였습니다.
서동과 선화의 대등적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할까요.
누가 위고 누가 아래고..가 아닌 '사랑'이란 이름 아래에서 평등한 위치에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구요.
서동요...
처음엔 비록 월성의 세 꽃 중 제 마음에 들어온 선화를 얻기 위한 책략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였으나 덕분에 한 나라를 얻은 기쁨에 못지않은 진실로 사랑하는 이를 얻었으니 정말 사랑을 부르는 맛둥의 노래라고 할만도 하겠습니다.
두 사람 이야기 외에도 의외의 재미를 찾았다 한다면, 등장인물들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다 생각했었던 중 흥미로웠던 점이 몇가지 있었어요.
나비가 몰려들지 않음에 꽃은 아름다우나 향기가 없음을 알아낸 모란에 대한 일화도 있듯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인상의 표본?으로 여겨져 왔던 선덕여왕(덕만공주)의 권력에 대한 야심으로 내비쳐지던 요사스러움과 제 친동기 간도 뜻이 틀리면 능히 내칠 수 있는 비정함을 보이는 모습..
그리고 세속오계로 세상에 알려진, 지와 덕을 겸비했을 거 같았던 승려 원광의 제 이름이 후세에 널리 알려지길 원하는 인간적 욕심이? 담긴 마음과 귀족들에 둘러쌓여 정작 백성들과 함께 하지 못한 한계가 보여 아쉬움을 남기던 모습.. 등등을 접할 수 있다는 게 그 일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상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놀랍기도 하고 오호, 이런 모습도 있었겠구나.. 싶어 흥미를 자아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적어봅니다..
하나...
비단 '서동요'가 아니라해도 무왕, 서동과 선화 공주 이야기는 어릴 적 인형극에서도부터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까지 어렵지않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대중화된 역사적 사실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 점에서 서동요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일단 독자들에게 낯설음이 아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잇점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가 그들에 대해 이런저런 사전 정보를 습득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으로 오히려 순수 창작 속 '가상의 인물'에 비해 상상력을 백프로 활용하기엔 다소 어렵다는 면에서 단점도 분명 존재하게 될 거에요.
이런 점은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작가님이 어떤 실존 인물을 모델로 작품을 만들게 되었을때 나타날 수 있는,
친근함과 선입견.. 양면의 날이다 싶기도 한데 말이죠.
긴장감 조성 혹은 어떤 설레임 여부에 대한 '로맨스 독자'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그 당시 시대 상황과 맞물린 서동과 선화 주변의 이야기가 서술되듯 이어져 중심을 이룬 1권이 다소 지루함이 없지 않은 - 이건 작가후기에 이 작품이 일반소설임을 말하신 윤후님 글에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리는 바였지만 - 반면, 서동과 선화의 사랑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던 2권이 한결 빠른 속도로 읽혀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
현대물이나 판타지물에 어울린다는 제 개인적 선입견 같은 게 우선되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는데, 윤후님이 역사물에 처음 도전하신 점도 있었겠지만 그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역시나 윤후님 특유의 어떤 시원함이 느껴지는 문체나 인물들의 개성이 십분 발휘 되지는 못한 듯 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더군요.
그 때문에 윤후님 글을 읽는다...라는 느낌이 다소 약했던 거 같습니다.
그나마 제개인적으로 지금 방영중인 '서동요'라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는 게 또하나의 선입견을 더할 수 있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사랑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해 시선이 어긋나려고 함에 오해가 쌓이고 안타까워하는 모습 등은.. 그 전 작품들에서처럼 윤후님 그림자가 언뜻 언뜻 보이긴 했지만 말이죠.
마지막 한가지...
음.. 작가님 후기에도 첨에 고어들이 많이 나와서 어렵다는 말에 수정을 하셨다 하신 거 같은데..
'가납사니', '승가람마', '반비', '몰후'... 등등 정말 이야기 전개 내내 어려운 고어체가 꽤 등장했었는데 그에 대한 해석이 없었다는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대략 이런 의미로 쓰였겠구나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어림짐작하며 읽긴 했지만, 아래 각주를 달아준다던가 아니면 맨 마지막 장에서라도 생소한 단어들에 대한 해설을 넣어줘도 좋았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더군요.
아, 이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는데요.
백제 이야기와 신라 이야기.. 서동 장면과 선화 공주 장면의 장면 바꿈이 갑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행간의 처리를 따라가는데에 있어 제 반응이 좀 늦어졌다고나 할까요.
읽다보면 종종 어, 언제 이네들 장면으로 넘어 간거야.. 혹은 어, 서로 이어진 게 아니었어.. 해졌거든요.^^;;
어쩜 이건 제 개인적인 이해부족에서 나올 수도 있는건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적어봅니다...
어쨌거나, 서민의 신분으로 신라의 공주를 꼬여내고; 일국의 왕까지 된 서동의 이야기는 퍽 로맨틱한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