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을 읽었다. 실은 읽기는 오래 전이다. 출간 얼마 후에 읽었는데 감상은 이렇게 늦게 쓴다. (마음은 있었는데 일이 많았나 보다.;) 이제 감상을 쓰려고 다시 책을 들춰보면서 전에 읽었을 때 무엇이 남았는가를 기억해보았다. 가장 강하게 남은 이미지와 장점, 단점이 무엇이었던가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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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첫 작으로 ‘가족이 되어 줘’를 썼었고, 이번이 두 번째 출간작이다. 글마다 분위기가 확 바뀌는 작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는데 ‘구원’은 ‘가족...’과는 크게 분위기가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소재는 ‘가족...’의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비록 상당한 연상연하 커플이라 할지라도)에서 연예인의 사랑이라는 다소 화려한 것으로 바뀌었지만. 아마 작가가 보는 사랑에 대한, 그리고 사람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지 않은 탓이라 생각한다.

김성연 작가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몹시 다정하다. 그 다정함이란 사랑하는 두 남녀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나 주변인물, 혹은 특정한 주제에 대해 표시가 나게 지면을 할애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에 대한 다정함이며 연약함에 대한 이해심, 배려... 그런 것들이 이 작가의 글에서는 강하게 묻어난다.
그래서 그런지 성격이 다소 나쁜(다른 인물에 비해서) 것으로 나오는 여주인공 영채의 어머니나 다소 까다롭다는 그녀의 반 친구 얘기를 할 때도 밉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점은 전작 ‘가족...’에서의 남주인공 어머니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분명 주인공에 대한 안티의 면을 가진 인물인데도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상에 사는 누구이던지 단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단점을 이해받을 수 있다는 너그러움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다. 이렇게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로 김성연 표 소설을 만들어내는 특징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에 ‘가족...’을 읽고 굉장히 둥근, 모가 나지 않은 글이라고 생각했었다. 취향을 탈 수는 있겠지만 글 자체로서는 거의 나무라고 싶은 데가 없는 글이라는 뜻이었다. 주인공의 성격, 문체,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 작가의 사물을 보는 시선 등등이 아주 잘 어울려서 개인적으로 감탄을 했었다. 그런 반면에 조금 걱정이 들기도 했다. 과연 이 다음에는 어떤 글을 내놓을까, 엔간한 글로는 ‘가족...’을 읽고 난 독자의 기대치를 맞추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원’을 읽은 지금, 감히 말하지만 이 ‘구원’은 그만큼 둥근 글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일단, 독자가 제일 처음 부닥뜨리게 될 장애(?)로 보이는 것은 주인공들의 배경 및 성격이다. 어쩌면 이것을 ‘로맨스 공식’과의 껄끄러움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른다. 아니면 로맨스 독자들의 선입견과의 껄끄러움이라고 불러야 할까.

남주인공인 치형의 직업은 ‘가수’다. 화려한, 그리고 강한 카리스마로 관중을 휘어잡는 것이 지금까지 연예계 주인공들의 특징이었는데 ‘구원’의 치형은 그렇지 않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불안해하고, 말이 없이 수줍은 치형은 어쩐지 소년 가장 같은 느낌이다. ‘카리스마’로 무장한 냉정한 남주인공 역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여주인공 영채는 이런 어린 치형을 버텨주기 위해 노력하고 힘이 되어주는 존재로 있으려 한다. ‘온달과 평강공주’형의 로맨스로 갈 수도 있는 구도였는데, 영채가 결국 너무 힘에 겨워 포기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지도 못했다.(평강공주 형의 여주인공들은 보통은 아주 당찬 성격을 유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만 남주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둘의 로맨스를 더욱 확고히 한다)

이런 것이 ‘잘못된’ 점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마 작가가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 같다. 연예인도 사람이며 연예인의 연인도 사람이다. 그 생활이 화려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사람이기 때문에 지치고 힘든 면이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과의 공통분모인 감정, 화려함에 가려 희생된 작고 소중한 부분들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가를 좋아하고 또 그 시각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이 흔한 연예계 스타 주인공을 앞세운 통속적인 로맨스 소설의 전범에서 벗어난 글이 되었을 것이다.

다만, 모든 독자가 그 정도로 ‘구원’을 이해하느냐, 다른 말로 하자면 ‘구원’의 매력이 독자로 하여금 로맨스 소설의 전형성에 구애받지 않게 할 정도가 되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다 자라지 않은 치형과 여리고 상냥한 성격인 영채가 그 짐을 짊어지고 가기에는 조금 힘들지 않았을까. 무례하지 않다면, 비슷한 연예계 직업(?)이었지만 나이가 더 있었던-관록이 붙어 보였던-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주인공들을 떠올렸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또 마음에 걸렸던 점은, 갈등이 갑자기 해결되어 버리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치형은 고등학교 시절과 20대 초반의 개인적인 시간을(영채와 보낼 수도 있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스타가 되기 위해 희생시킨다. 치형이 스타가 되려는 이유는 유명해져서 과거의 어려움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춘기의 사내아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고 심리다.
그런데 부도가 나서 도피 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다시 직장을 찾게 되고, 누나도 결혼을 하게 되어 안정이 되자 치형은 거의 즉각적으로 가수 생활에 허무함을 느낀다. 좀 어색했다. 물론 영채가 이별을 고한 것과도 상관이 있긴 하지만, 몇 년을 공들여 온 생활을 급하게 그만 두는 것이 내겐 갑작스럽다고 느껴졌다.

물론 아직 치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