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님의 "그대 눈에 흐르는 눈물은"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그대 눈에 흐르는 눈물'이 떨어져 만들어낸 씨앗이라 말하겠어요……
황서인...
그녀의 생활은 완벽했지만, 그 완벽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방법을 먼저 터득한 그녀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새 집에서 동생 서빈을 지키고, 엄마를 지키고 아빠를 지키기 위해서.
은진혁...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실제인지 환상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던 비오는 그 날의 기억.
모든 게 완벽해보이지만 일상의 균형을 깨뜨리기에는 충분한 그 날의 아주 작은 균열이 그를 그녀에게 이끕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거 같은 연약함이 가슴속에 있음에 더우기 완벽함을 놓을 수 없는 여자와
완벽해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이지만 일상의 균형을 깨뜨린 작은 점 하나에 자신을 올인하고픈 남자.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마주침으로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어.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내가 흘릴 눈물만큼 널 사랑해. 차라리 눈물이 되고 싶을 만큼 널 사랑해……'
서인이에게는 사랑이란 게, 그에 대한 대가가 속으로 삼켜 우는 눈물이더군요..
때로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제가 결정짓을 일이 아니였음에 너무 분해서..
때로는 부모인 줄 알았던 낯선 이에 대한 사랑에 너무 허허로워서..
때로는 황서인이라는 그저 자신을 바라봐주는 진혁이 주는 사랑이 너무 기쁜 일인데도 마음껏 기뻐할 수 없음에 너무 가슴 아려서..
그.러.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 인간 군상들에 대해 성토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습니다.
먼저, <백로와 까마귀>에서 결코 반갑지않았던 감정의 소유자, 백성지(백성하의 동생) 같은 존재가 있더군요...
바로 서인의 사촌, 소연 언니와 사귀었던 이재중이란 인간.
이 인물이 나올때면 저도모르게 중얼거리고 있는 걸 발견한 저.
어.. 어.. 거기서 stop! stop!!
이 인간아... 눈치가 없으면 코치라도 있어야 할 것 아냐...
네 감정 중하면, 남의 감정 중한 줄도 알아야지.
어디서 불쑥 튀어나와서 초를 치는 거야.. 초를... 누가 반가워 한다구~~;;
아... 인간이라 불리우는 게 감지덕지일 진절머리가 나는 인간 군상들이여
- 큰어머니 인숙, 그 어머니 그 딸들이 소*자매, 할아버지..
서인에게 휘두르는 큰어머니 인숙의 그저 한번의 눈짓이나 말로된 폭력, 그리고 무력하다싶을 정도로 무방비로 맞게 되는 할아버지의 물리적 심리적 폭력.. 폭력들...
힘도 제대로 못쓰는 어린 아이 팔,다리 어디 하나 톡! 분질러 놓고서도 '어머, 어떡하니. 그러게 어른이 지나가는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니지. 알아서 피해야잖니.' 하며 눈하나 깜짝 안하고 얘기할 잔인한 아집덩어리들...
정말이지 사람이라 부르기에도 아까운 그 존재들에게 사극에서 나왔던 말투처럼 '그 입 다물라! 그 입!' 하고 싶더라는.
이네들이 나올때마다 가슴 어디만큼 돌맹이들이 하나 둘 생겨 데굴데굴 굴러다니는데 책을 잡고 있는 손을 보면 두주먹 움찔하고 있었던 거 있죠. 으득.
워워~ 참아야... 하느니..... 이 말이 절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거예요.쿨럭~(;;;..)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왜 내 딸이 아니야.. 넌 내 딸이야... 네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는 사랑 때문에 가여운 남자.
아빠였지만 아빠가 아닌 남자.
아빠이길 바랐지만 아빠가 될 수 없었던 남자.
'그가 그녀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어줌'에 그나마 '가족'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던 아픔들로 고단했던 서인의 어깨가 펴질 수 있겠지요...
'가족' 주는 상처는 어찌할까요.. 물으니 '가족'이 치유해준다 하고
'사랑'이 주는 상처는 또 어떻게 해야하나요.. 물으니 그 역시 '사랑'이 치유해준다 하는군요.....
인상적인 장면 하나 떠올려보는 걸로 짧은 감상글 마무리해봅니다.
......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울컥 눈물이 솟구치고, 머릿속이 하얘지는데 놀랍게도 오래 전에 버렸다고 믿었던 존재가 떠올랐다.
'엄마'
서인이 산고로 죽을 둥 살 둥 힘들어하던 그 순간 떠올려진 엄마라는 존재.
'왜야, 당신! 왜 하필 지금 나타나는 거야?' .......
- 책 말미쯤에 서인이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제 엄마를 떠올리는 장면이었죠.
왜 하필 지금이냐는 서인에게 아마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어머니는.....
한 생명에게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는 그 순간
'자식'이란 이름으로 '엄마'를 만나는 게 아닌
한 아이의 '엄마'가 '엄마'를 만나는 자리이니까.....
진혁을 통해 '여인으로서의 사랑'을 배우고
선화(흠칫..아핫핫..;;)를 통해 '엄마로서의 사랑'을 배워나갈테니
부르는 것만으로 너른 여유를 주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너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나를 사랑하던 서빈이 아빠의 마음보다
내 남편, 네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 더 컸던 네 '엄마'를 이해해 주렴.....
그래도 널 사랑하는 것 또한 변함없는 진실이란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 한 남자에 대한 사랑이..
가족이란 존재보다 좀더 커버려서, 그게 서글펐던 서빈이 아빠와 서인이 엄마였던 사랑에 가여운 영혼에게 못내 작은 위로의 손길을 보내게 되는...
"그대 눈에 흐르는 눈물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