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플러스>를 제외하고는 최은영님의 글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신데렐라잡기 이벤트에도 도전하지 않았다. (또는 못했다.) 촛불 열심히 잡아서 재밌는 글 하나 확보했다는 즐거움에 히히덕거렸을 뿐.

  <혹마>라는 제목 자체가 굉장히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판타지 or 무협로맨스인가? 하는 생각으로 열었는데, 첫 장에서부터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엔딩에서 헉! 이게 엔딩이야? 하고야 말았다.

  단편 로맨스도 로맨스이니, 로맨스의 기본 코드에 충실하리라는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결말이 무척 색달랐다. 그리고 그 결말은 묘하게 매력적이다. 남주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결국 조연이었고, 스쳐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굳이 분류하자면) 남주라는 반전 덕분이 아닌가 한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효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것이다. 역신에게 홀려있는 상태인걸까? 아니면, 제 정신이기는 하나 역신이 주는 쾌락을 탐하고 있는 걸까? 역신의 마력적인 매력에 빠진걸까?  

  다른 생각. 역신은 또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순수한 악의 캐릭터로 효연을 겁탈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효연 속의 산신을 괴롭히고 있는 걸까? 효연 자체의 순수한 매력에 빠져있는 걸까?

  일종의 오픈 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쩐지 역신이 주는 쾌락을 탐하고 있는 효연과 순수한 악의 캐릭터로서의 역신이 마음에 드는 걸 보면 나도 삐뚤어져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제목이 '혹마'이니 작가님의 의도를 내맘대로 추리하고 있을 뿐.

  장편으로 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변해가는 효연에 대한 홍씨부인의 대처도 궁금하고, 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고, 효연 속에 들어간 산신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니까.

  장면 묘사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눈에 보일 듯 해서, 그래서 더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