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형님의 "아름다운 탐닉"


"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싸우려고 들지 않았어. 패배가 두려워 뒷걸음질을 치고 있어. 네가 스스로 만든 벽에서 나오지 않으면 내 사랑을 가질 수 없다." ... 지혁


라니님의 작품을 종이책으로 드디어 접하게 되었네요.

제가 로맨스 장르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천동을 처음 알아갈 그 즈음이었을까요...

알음알음으로 신영홈 연재게시판에서 상기된 듯 라니님의 연재를 보게 되었을때가 기억납니다.

이미 비슷한 생각을 하실 분들이 있으실 거 같은데, 우리나라의 '린다 하워드' 라고 말이죠.

몇년동안을 연재만 하셔서 안그래도 언제쯤 종이책을 내시려나 궁금했었는데 - 이 북은 제가 아직 보지 못한 관계로 - 생각보다는 상당히 늦A이 데뷔를 하신 셈이어서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내용 역시 연재를 먼저 접하긴 했지만 연재는 연재대로 책은 책대로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았어요.

산뜻한? 강렬함이라고 해야 하나...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섹시함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잘 어우러져 있다고나 할까요.

- 혹시 케니 지 새 앨범 중 'Careless Whisper(/Brian McKnight)'를 들어보셨을런지... 순전히 제 개인적 감상이긴 합니다만, 제게 이 책 분위기가 꼭 이 음악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그 때문인지 어떤지 '아름다운 탐닉'이란 제목이 꽤 잘 어울리는 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더랬죠.

탐닉이 아름답다 라....... 그래, 정말 딱이네. 하는...


음, 주인공이니만큼 지혁과 수현의 이야기를 좀더 해야 하는데 엉뚱하다 하실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이 즈음에서 살짝쿵 삼천포로 빠져보려합니다.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어머니상에 대한 단상이랄까...

여기엔 어머님이 두 분 등장합니다.

수현의 어머니인 정은과 지혁의 어머니인 유정.
생김새라던지 살아온 방식이 달랐던 만큼 그 성격 또한 너무나 상반되어 나타나는데 그게 마치 낮과 밤 혹은 동전의 양면을 보는 듯 꽤 흥미로웠어요.

먼저, 정은이란 인물을 보노라면..

짐짓 어쩜 이런 엄마가 다 있을까 싶게 무교양에, 몰진정에 천박한 티가 철철 넘치며 세상물정 다 겪은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 그 안의 나약하디 나약한 성정 때문에 자식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자신도 망가지는,
어머니이기 이전에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여자로서의 모습으로.


지혁의 어머니, 유정이라는 인물을 보노라면..

수현의 언급도 그러했듯, 온실 속 화초 처럼 귀하게만 자라온 연약한 모습을 보이곤 있지만 그 속은 누구보다 강인한 의지를 지닌,
여자는 약할지 모르나 어머니는 강하다 는 모습으로 다가왔는데.  

정은이란 캐릭터에 대한 반감도 물론 컸지만 - 가족이 가족한테 행하는 폭력이란 건 낯선 이가 행하는 행동에 비할 수 없는 충격파를 던져주기 때문에 - 지혁의 부탁으로 수현이 집에 기거하게 되었을때 손님방이 아닌 자신의 딸 방에 묵게 한다던가, 불쑥 찾아온 정은과의 만남이 걱정되는 듯 가디건을 챙겨주면서 수현의 손을 지긋이 잡아둔다던지 하는 수현을 이리저리 챙기려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남주 지혁의 마음씀씀이완 별도로 은근히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더군요.


그리고............ 우리의 여주인공, 수현도 잠깐 살펴보면.

그녀는 경찰 정예 중에 정예라는 SIA 요원이기 이전에 여자였고,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이었으며,
        상처 받을 수 있는 인간이었기에 글을 읽는 저나 독자들에게 연약한 척?한다 단정짓지 않고 되려 안쓰러움과 사랑을 주고 싶은 존재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한 카리스마인 지혁도 그 때문에 사랑이라는 거에 올인을 한 거겠죠.^^


인상적인 장면을 끝으로 짧은 감상을 마칠까 합니다.

... 돌처럼 딱딱했던 아이의 몸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수현의 어깨에 기댄 아이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수현은 팔에 힘을 주며 아스러지도록 아이를 안았다. 그리고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아이의 귀에 속삭였다.
"사랑해, 수현아." ...

- 여주인공 수현이 자신의 어릴 적 존재와 만나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나오는 대목이었죠.

남주 지혁과 밀고 당기기 씬들 중에 멋진 장면들도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이 부분이 제 눈길을 붙잡고 한참을 놔두질 않더라구요.

남녀간의 심리적 성적 긴장감에 내내 만족감을 갖고 있었다가 마지막에 결정적인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자기가 내면의 자신을 안아서 하나가 되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는.^^;;

아무튼 모처럼 진진한 작품 하나를 만나서 흡족했습니다.
( 모 드라마에서 나오는 단어였는데 진진하다가 '솟아나듯 푸짐하거나 매우 재미스럽다.'라는 뜻이라죠. )

강진욱이란 남조의 매력이 혹시나 다른 연재작에서 주연으로 멋지게 펼쳐질 날이 오지않을까 하는 바램도 살짝 담아보며...


모처럼만의 감상글을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