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점이 사라져야한다는 첫번째 이유는 제가 어린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하는다는 겁니다.
솔직히 저도 만화를 처음 본 건 대여점에서였습니다.
그런면에서 대여점은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라
문화의 혜택이 거의 전무하던 시대의 얘기지 지금의 현실에선 절대 아닙니다.

전 어린시절부터 외국로설을 탐독(?)했습니다.
아주 즐거웠고 힘들게 살던 제게는 책을 읽는 즐거움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날려주던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또 저는 만화작가님들을 대단히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그 넘치는 재능,그 우월한 상상력.
예나 지금이나 만화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 그 사람들을 대놓고 비난합니다.
만화의 우수성을 그 재능을 갖고 계신 작가님들을 무시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만화를 비웃고 무시하던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것은
현실에서 증명되고 있지요.
하지만 더 이상의 발전을 어렵게 만드는데는 대여점의 잘못이 너무나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글을 하나 썼는데 많은 분들이 대여점의 필요성을 어쩔 수 없다고 여기시더군요.
솔직히 요즘처럼 책같지도 않은 책들이 나오고 쏟아지는 국내로맨스소설속에서
제대로 된 책 한권 건지기가 너무 힘들다고요.(이 의견에는 절대공감입니다.)
정말 그야말로 뭣같은 책들이 대여점을 믿고 쏟아져나오는게 요즘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독자분들이 대여점을 지지하시더라구요.
대여점이 불법인건 알지만 그렇다고 정말 책같지도 않은 책을 모두 구매해서 읽어야하는거냐구요.
그래도 대여점에서 책을 읽고 맘에 드는 책은 소장한다고요.
저는 그런 말들이 변명이 되지 않는 변명이라고 여겨집니다.

외국로설만 알고 지내다 우연히 공녀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한 눈에 홀딱 반해버렸지요.
하루 맘 먹고 시간내서 시내의 큰 서점을 온통 훑고 돌아다녔습니다.
(이때는 제가 컴맹이라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집어든게 은장도였습니다.
책  소개글이 너무 맘에 들었고 주저없이 책을 구매해 읽고 나서는 역시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책 뒷표지에 있는 연록흔의 소개글을 보고 작가님이 같은 분이길래
은장도와의 만남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난생처음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출간일을 물어 볼 정도였습니다.

컴을 처음배워서 어리버리 돌아다니다가
"김지혜님의 흑우 출간되었습니다."라는 글을 보고 다시 흥분.
예전 읽었던 공녀를 쓴 작가님이기에 당장에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컴을 하면서도 워낙에 무식이 일자인지라 인터넷서점이란건 상상도 못하던 위인이 저 였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국내로맨스소설이 서점마다 들어 선 때가 아니라 정말 하루 종일
온 시내의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서점을 거의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대학교 앞의 서점에서 드디어 흑우를 발견!
살펴보니 공녀의 작가님이 맞았고 그야말로 흥분을 해서 책을 구매했습니다.

한 낮에 나와 밤은 깊어가고 배는 고프고 하도 걷고 서있어서 발바닥은 깨질것처럼 아프고
너무 힘들었지만 그 흑우를 손에 쥐고 느껴던 행복감은 지금도 절대 잊지 못합니다.
이 후 오랜시간동안 컴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로망도 알게되고 단발도 알게되어
책 구입은 쉽게 하게 되었고 지금처럼 많은 책이 나오진 않았지만
예약구매가 뜨자마자 기다리고 기다리다 책을 받으면 책 구입한 돈이 절대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국내로설이 돈벌이가 되자 대여점마다 책이 들어가는것같더니
어느 날부터 많은 수의 책이 나오더군요.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국내로설을 알게 될때만해도
신간이 한달에 많아야 2권,3권4권정도가 출판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감당 할 수없을 정도로 신간이 나온다 싶더니
책이 우수수수하고 쏟아지는 상태까지 가더군요.

그러면서 책의 내용의 질이나 오타나 말도 안되는 문법에다가
허접한 책 표지에 쓰레기같은 출판사가 들어서며 대여점을 믿고
개처럼 소처럼 책을 만들어 무조건9,000원에 팔아 먹더군요.

대여점을 믿고 만들어진 많은 국내로설.
그야말로 욕 나오게 만드는 절대 돈주고는 사지 않을 수 많은 책들.
저도 대여점에서 책을 읽고 절대 사지 않는 책들.

이렇게 된 것은 닭이 먼저일까요?
달걀이 먼저일까요?

돈벌이가 되자 국내로설을 들여 논 대여점.
그 대여점을 믿고 개발괴발 책 만들어서 팔아먹는 쓰레기 출판사들.

그 틈에서 그럼 그 같잖은 책들을 다 사서 보란말이냐라고 하는 사람들.
대여점에서 봐도 소장할만한 책은 산다는 사람들.

하지만 대여점이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국내로설이 쏟아졌을까요?
쓰레기같은 출판사들이 개발괴발 책을 만들어서 서점에 뿌렸을까요?
뭣 같은 책은 구매하지 않는 독자는 당연히 있고 그런데도 쓰레기출판사들이 계속 생겨
대여점에서 빌려 읽는 돈 조차도 아깝다고 말하는 책들을 계속 만들었을까요?

전 국내로맨스소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독자로서
만화를 너무 좋아하고 아끼는 독자로서 현재의 대여점이 마땅히 사라져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당장 대여점이 없어진다면 저는 너무 너무 아쉬워질겁니다.
지금처럼 많은 책을 읽지도 못하겠지요.
경제적인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외국로설을 좋아한만큼 책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제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 집이 살만해서 돈을 주고 책을 산것이 아닙니다.
제가 그만큼 좋아했고 투자의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에 군것질도 귀고리도 반지도 미용실도
모두 하지 않고 아끼고 모아서 책에만 투자했었습니다.
지금도 후회는 없고요.

대여점이 계속 존재해야한다면 지금의 구조를 바꿔야한다고도 생각합니다.
일반독자들이 사서 보는것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책을 들여놓는 현재의 구조가 아니라
일반독자들과 똑같은 가격으로 구매하고 거기에 더해 많은 사람들이 보는만큼
저작권료를 붙여 일반독자들이 사는 가격보다 2~3배의 가격으로 구입하도록 말입니다.
그러면 독자들은 대여잠을 이용해도 빌려보는가격안에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는것이니
전혀 거리낄것없이 당당할 수 있으니까요.

대여점은 현재도 책을 들여놓으면 책값빼기도 힘든데
그러면 어떻게 운영을 하냐고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입니다.
소비자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것이니만큼 소비자를 끌기 위해 그들이 자구책을 찾아야하는 부분이지요.

만일 내일 당장 대여점이 없어지면 저는 너무 아쉽고 아쉽겠지요.
그러니 형편이 닿는대로 한권을 구매해야한다면 정말 신중하게 책을 고를겁니다.

인터넷서점에선 책을 살펴보고 살 수없으니
저는 다시 예전처럼 은장도를사고 흑우를 샀던 그때의 열정을 갖고 
시내의 서점을 모두 돌아다닐것입니다.
인터넷서점에선 책을 원하는만큼 보고 책을 고를 수 없으니
몇 시간이고 발품을 팔고 몇 시간이고 서점에 서서 책을 들춰보고 수많은 책을 읽어보고
고르고 골라 한권의 책을 구매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