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혹은 3-1
내가 사는 세상의 지름과 김식이 사는 세상의 지름이 확연히 다른 것 같았다.
나는 자신만만했다.
몇 번에 걸쳐 김식과 섹스를 해보기도 했고 누워 다리를 벌리는 것 쯤이야! 거세게 부딪혀 오는 억센 뼈마디를 견뎌내는 일이 끝나면 무거운 체중이 내 위로 무너질 때 이상한 만족감 정도.
김식의 행동은 도전적이었으며, 적극적이었고, 지나치게 흉포하기까지 했다.
처음 비오는 날 나랑 잘래 하고 부추기던 그 날의 키스는 서툴렀다. 갑자기 내 입 안으로 밀려오는 온기를 가진 혀를 어찌 할줄 몰랐다. 그건 그때의 김식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러던지 ’라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김식의 키스는 거칠었다. 그동안 한껏 조심한 듯 한쪽 구석에 모아 놓고 묶어 두었던 끈이 풀린 듯 힘이 내게로 마구 넘어왔다. 마치 나를 통째로 먹어치울 듯 과격했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거세게 내 혀를 찾아서 빨고 희롱했다.
그 사이에 빠른 손놀림으로 내 어깨에 내려 준 옷을 치우고 바로 허리에 손을 넣어 내 가슴을 움켜 잡았다.
노골적인 폭발적인 욕망이었다.
“윽.”
나도 모르게 억센 손길에 신음이 흘렀다.
내게서 입술을 뗀 김식이 숨을 몰아쉬며 내 얼굴을 보았다. 발갛게 상기 된 얼굴, 뿌옇게 흐려진 욕망의 눈동자가 선명하게 내 눈과 마주쳤다.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김식의 저런 눈동자는 처음 봤다. 내 앞에 섰을 땐 언제나 자신만만했고, 뭐든지 다 아는 듯한 행동을 하던 김식의 흐려진 눈동자가 낯설었다.
“목을 감아 봐.”
김식의 목소리가 쉬어 버린 듯 낮게 갈라져 나왔다.
나는 김식의 목에 두 팔을 둘렀다. 내 엉덩이를 받친 김식이 나를 들어올렸다. 나는 달랑 김식에게 달려 올라갔다. 야외 평상에서 집안 짧은 거리 사이에 한손으로 단단히 내 엉덩이를 받치고는 다시 허리 쪽에 손을 넣어 맨 등을 쓸었다. 바짝 닿은 상태인데도 김식은 내 맨 살갗을 놓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김식에게 안겨 몇 걸음 걷는 동안 바지를 입고 있음에도 김식과 맞닿은 하체에 뚜렷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김식의 성기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김식의 귀를 물었다.
“흣.”
탄식처럼 김식이 신음을 흘렸다.
내 몸 안쪽이 스물스물 뜨거운 열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옥상 평상에서 겨우 통창 안으로 건너왔다. 커다란 매트리스까지 가지도 못하고 겨우 소파 까지만 왔다. 급하게 열린 통창을 닫은 김식이 커튼을 휙 당겼다. 차르르 소리를 내며 딸려온 커튼이 밖과 안을 명확하게 갈랐다.
“만세.”
나는 순순히 두 손을 바짝 들었다. 김식이 내 옷을 벗겨냈다. 환한 불빛 아래 맨 상체가 드러났다.
“너도 벗겨줘.”
불이 오를 것 같은 눈동자로 김식이 짧게 말했다.
“만세.”
나도 김식을 따라 그렇게 말했다.
말 잘 듣는 어린애처럼 김식이 두 손을 들었다. 김식이 내게 한 것처럼 옷자락을 잡고 위로 끌어 올렸다. 한 번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김식의 상체가 천천히 드러났다.
나도 모르게 꼴깍 마른 침을 삼켰다.
남자의 몸은 나와는 확연히 달랐다.
단단하다. 는 느낌이 먼저였다. 눈에 보이는 근육 하나하나마다 힘이 들어있는 바짝 말라있는 내 몸뚱아리와는 다르게 건강하고 다부졌다. 움직일때마다 울끈거리는 팔 근육을 홀린 듯 쳐다보았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김식의 가슴에 손을 댔다.
딱딱할 것 같은 가슴이 내 한손에 들어왔다.
남자의 가슴은 이런거였나? 단단한 피부에 쌓인 뜨거운 온기 같은 것이 내 손바닥을 통해 전달되었다. 손바닥으로 슬며시 가슴을 쓸어 가운데 배까지 쓸어 내렸다.
“흣.”
김식이 낮은 신음을 냈다.
어떤 표정인지는 모르겠다. 시선을 돌리지 않아서.
내 앞에 드러난 맨 몸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뾰족하게 솟아 있는 선홍색 유두도 신기했고 내가 손바닥으로 찬찬히 쓸 때마다 움찔거리는 옆구리도 신기했다.
김식이 다시 내 입술을 찾았다.
평상위에선 힘을 과시하듯 화가 잔뜩 난 키스더니 지금은 나른하게 혀가 들어왔다. 머뭇거리던 나도 김식의 혀를 받아 살짝 건드렸다.
내내 어찌 할 줄 몰라 받기만 하던 키스였다.
처음으로 나도 반응했다. 본능적으로 알아낸 것 같다. 나도 혀를 좀 더 적극적으로 내밀어 김식의 혀를 감쌌다.
다시 김식의 낮은 신음이 들려 크르르 웃음을 내고 말았다.
바짝 맞닿은 입술에서 바람이 …내 낮은 웃음소리가 퐁하고 두 입술 사이로 빠져나갔다.
내 아랫배로 김식의 손이 거침없이 들어왔다.
단추를 풀고 속옷 사이로 커다란 남자의 손이 진입했다. 까슬한 음모 위로 김식의 손바닥이 지나갔다. 내 다리 사이로 손가락 하나가 깊게 들어왔다.
“흡.”
나도 신음이 났다.
자꾸만 몸이 간지럽고 또 간지러웠다.
나는 금방 키스를 돌려 준 것처럼 김식의 바지 허리를 찾아 더듬거렸다. 옷 위로 선명하게 드러난 거센 성기가 손바닥에 느껴졌다. 그곳을 손바닥으로 지긋이 눌렀다.
다시 김식의 신음이 들렸다.
내 손길 하나하나마다 김식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조금 거만해졌다.
처음 김식이 자신의 성기를 내 손에 쥐어줬을 때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랐는데 본능적으로 조금 알았다. 이렇게 하면 쾌락이구나.
단추를 풀어내고 나도 작은 속옷사이로 비져 나오고 있는 성기를 다시 잡았다.
김식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리고 남아있는 내 바지와 속옷을 한번에 벗겨냈다. 그리고 자신의 바지와 속옷도 한 번에 벗어냈다.
환한 불빛아래 당당하게 남자의 나체가 섰다.
내게 꼬추를 보여준다는 그날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훌쩍 큰 키 아래 탄탄한 상체 아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끄덕끄덕 움직이는 거대한 흉기 같은 성기를 나는 숨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흉기처럼 날이 선 김식의 성기를 손으로 잡았다.
갈라진 틈새사이로 미끈한 액체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미끈거리는 그 부분을 엄지손으로 한 번 더 눌렀다.
김식이 질끈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 손안에 김식이 다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또 어떻게 하지?
잠깐 생각했다.
가만히 김식의 성기를 잡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는 김식의 시선이 느껴졌다.
“얘가 뜨거워.”
아주 낮은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김식이 쿡쿡 웃더니 반보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내 눈 앞에 김식의 성기가 바짝 다가왔다. 내 입김이 닿을 만큼 아주 가깝게. 딱 반보 내 앞으로 왔는데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지나치게 가까웠다.
“이제 별거 같아?‘
뭔가를 더 해야하나? 기대하는 듯 내 앞으로 허리를 내 민 자세로 서 있는 김식을 올려다보았다.
김식이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성기만 붙잡고 있는 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쑥맥이기는….”
김식의 뒤로 물러섰다. 나는 손에 잡고 있던 성기를 손에서 놓아야했다. 서 있던 김식이 천천히 몸을 낮춰 나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곤 쇼파에 기대여 앉아 있는 내 다리를 휙 잡아 당겼다.
이제 김식이 내 안으로 들어 올 차례인가 하고 생각했다.
김식은 몸을 더 아래쪽으로 움직여 내 다리 사이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야!”
다급하게 외쳤다.
내 다리 사이에 아니 내 성기가 있는 곳에 정확하게 김식의 입술과 혀가 닿았다.
오싹한 소름이 내달렸다. 부끄럽기도 하고 황망하기도 하고 뜨겁기도 했다.
뜨거운 혀가 내 다리 사이에서 능숙하게 핥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도 모르는 신음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손가락 마디마디 마다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니 내 몸을 지탱하는 모든 근육에서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번엔 김식이 푸스스 웃음소리를 냈다.
내 다리 사이에, 내 성기 위로 뜨거운 입김이 훅하고 웃음소리와 함께 쏟아졌다. 간지럽기도하고 감질 맛나기도 한 이상한 기분이었다. 눈앞에 천장이 한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야! ”
몸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감당 못할 것처럼 찌릿찌릿한 전기가 나를 관통하는 것 같았다.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바쁘게 김식의 머리칼을 잡았다.
“그, 그만해.”
고개를 든 김식이 입속에서 음모 한 가닥을 뱉어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까 김식이 내 눈 앞에 성기를 내밀고 기다린 건 이런 걸 해달라는 거였나? 이런 관계까지 있으리란 생각해 본적이 없을 만큼 노골적이고 음란했다.
호흡이 가빠왔다.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로 뜨겁고 가쁜 호흡이었다.
김식이 던져 놓은 바지에서 콘돔을 찾았다. 달아오른 얼굴로 김식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놓칠세라 쳐다보았다. 아직도 따로 생명을 얻은 냥 움직이는 성기에 김식은 내 시선을 의식하며 콘돔을 씌웠다.
환한 불빛아래에서 나는 그 광경을 찬찬히 보았다.
몸 안 깊숙한 곳에서 또 이상한 간지럼이 올라왔다. 낯설고 낯선 감각이 다시 내 안에서 치달았다.
다시 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는 김식을 손을 내밀어 어깨를 가만히 잡았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 김식이 망설임 없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온 몸을 뚫고 다시 소름이 올라왔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자꾸만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렀다.
맞닿은 허리 아래가 오직 그곳만 존재하는 것처럼 내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만 향했다.
내 귓가에 바짝 낸 김식이 뜨거운 호흡을 쏟아냈다.
“인경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김식을 잡고 있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갑자기 김식이 내 위로 길게 엎드렸다.
그리곤 나를 잡고 몸을 뒹구르 굴렀다.
여전히 하체는 맞닿아 있으면서 내가 김식의 위에 김식이 내 아래에 반바퀴 굴렀다. 내 상체가 환한 불빛 아래 드러났다.
나 혼자 알몸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연결되어 있는데 그 위에 있는 나는, 내 시선으로 내려다 보는 나는, 내 가슴은 내 배는 내 몸 모두는 생경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나는 김식의 상체를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일어서 앉았다. 내 안으로 들어온 김식의 성기가 압박감을 주며 생경하게 또렷했다.
“너가 …해봐.”
김식이 짧게 명령했다.
“어떻게?”
“그냥….”
두 팔로 뒷목을 받치며 느긋하게 나를 올려다보며 김식이 웃었다.
무엇을 해야 하지?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이 생명체를 어떻게 하지?
순간 김식이 하체를 추어올렸다.
“으흐흐흣… 하지 마.”
머리 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내 모든 감각이 한 곳으로 몰린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숙여 하체를 내려 다 보았다.
김식의 검은 음모와 내 음모가 얽혀있다. 그 아래로 김식의 성기와 내 성기가 하나가 되어있다. 낯설고 화끈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을 갖다 대었다. 다시 오싹 오싹 소름이 끼쳐왔다. 만난 부위가 축축해진 그 부위가 내 손으로 느껴졌다.
순간 망설이다 그냥 움직였다.
이번엔 김식이 눈을 찌푸리며 작은 신음을 흘렸다.
한 번 더 움직여 보았다. 김식의 표정에서 느긋한 여유가 없어졌다. 김식이 손을 내밀어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한번 씩 느리고 어색하게 움직일 때마다 오싹오싹한 한기가 뜨거운 전기가 허리를 내달았다. 이러다가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상해.…못 하겠어.”
내 말이 끝나자마자 김식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바짝 내 상체를 끌어 안았다. 상처가 났던 내 뺨에 김식이 입술이 닿았다.
“이제 안하겠다고 약속해.”
다시 내 뺨에 한 번 더 입술이 뜨거운 입김이 닿았다.
그리고 김식이 허리를 다시 추어 올렸다. 끔찍한 전기가 다시 내달았다.
“으흡. 뭐, 뭐를?”
김식이 허리를 추어올릴 때마다 낯선 감각에 죽을 것만 같았다.
“다치게 하지 말라고.”
“흡. ”
“내껀데 누구 마음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내 몸이 흔들렸다. 한껏 맞닿은 몸이 이제껏 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흔들렸다. 어느 순간부터 김식이 추어 올리는 허리 짓에 나도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자꾸만 이상한 신음이 흘러 나왔다.
내가 아닌 사람이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이상한 신음을 냈다.
김식의 목을 감고 김식에게 메달렸다. 낯선 감각이 나를 삼킬까 무서워서 김식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낯설고 낯선 그 감각은 찌릿찌릿하게 내 감각을 삼켰고 내 뇌를 삼켰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눈앞에 큰 파도가 하얗게 나를 덮쳐왔다.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격하게 치달았던 호흡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뜨겁게 뜨겁게 오르던 쾌감이 나른 나른하게 퍼졌다. 몸 안에 힘이 다 빠진 것 같았다. 그대로 김식의 몸 위에서 늘어진 채 가만가만히 숨소리를 들었다.
김식이 내 귓불이 쿡하고 깨물었다. 다시 오싹하고 소름이 내달았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서서히 이성이 돌아왔다.
“인경.”
여전히 김식의 목을 꽉 끌어 안은 채 고개를 묻었다.
조심스럽게 김식이 내 어깨를 잡아 나를 떼어내었다. 가까스로 붉어진 얼굴로 김식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아주 가볍게 김식이 내 입술을 쪽하고 귀여운 뽀뽀를 했다.
“일어 날 수 있겠어?”
아직 내 안에 있는 김식의 성기가 떠올랐다.
“어.”
급하게 일어서다 다시 김식과의 맞닿은 부위가 비벼졌다. 짧은 전기가 다시 등줄기를 내달았다. 환한 불빛아래 내 몸 안에 있던 작아진 김식의 흉포했던 성기가 드러났다. 당황해 빠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김식이 쿡쿡 웃는 소리가 내 귓가를 따라왔다.
무엇을 할줄 몰라 우선 벗어 던져진 웃옷부터 찾았다.
환한 불빛 아래에 김식은 개의치 않고 알몸으로 주방 쪽으로 걸었다. 그 사이 나는 겨우 웃옷 하나만으로 알몸을 가렸다. 내 몸이 진득진득한 액체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가방 깊숙이에 시장에서 사온 속옷을 꺼낼까 망설였다.
그 사이 냉장고 문을 연 김식이 차가운 물을 꺼냈다. 벌컥벌컥 마시는 김식을 김식의 벗은 몸을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오늘의 나는 미친 것 같았다.
물을 마신 김식이 고개를 돌려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공간을 사이에 두고 나와 김식의 시선이 다시 얽혔다.
쪼르르 김식이 유리컵에 물을 따르는 소리만 공간 안에 가득찼다. 시선을 떼지 않고 김식이 물 컵을 들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자꾸만 내 시선이 김식의 얼굴에서 중심부로 떨어졌다.
아무말 없이 김식이 내미는 물잔을 받았다.
“배고파?”
“…아니.”
물 한 모금 마시다 말고 뜬금없는 김식의 질문에 답했다. 다시 시원한 보리차를 마셨다. 몰랐는데 내 몸은 바싹 마른 화초처럼 물을 원하고 있었다. 벌컥벌컥 물을 남김없이 마셨다.
내 옆에서 기다리고 섰던 김식이 다 마시고 난 빈 물잔을 받아갔다. 그리고 그 잔을 소파 옆 작은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
달칵.
갑자기 환했던 거실 불이 꺼졌다.
주방 쪽에 켜진 불빛이 소파까지 미처 다가오지 못했다. 그래도 김식의 모습이 내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거실 스위치를 내린 김식이 나를 돌아보았다.
“나도 배고프지 않거든.”
한발.
김식이 내 쪽으로 걸었다.
“나는 환한 것도 좋긴 한데…”
다시 한발.
다시 김식이 내 쪽으로 걸었다.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인경.”
낮은 목소리로 김식이 내 이름을 불렀다.
“쾌락주의자 조인경.”
김식이 내 앞까지 다가와 섰다.
김식의 손이 다시 내 웃옷을 들춰냈다.
“뭐하러 입었어? 번거롭게. ”
다정하게 웃으며 김식이 말했다. 간단하게 내 웃옷을 벗겨냈다. 흐린 불빛 아래 봉긋이 솟은 내 가슴을 김식이 잡았다.
한발 바짝 더 내 앞으로 다가서자 다시 흉흉하게 선 김식의 성기가 살짝살짝 내 살갗에 닿았다.
“…내 차례야. 엎드려.”
자신만만한 왕처럼 김식이 말했다.
쇼파를 붙잡고 엎드린 내 등로 김식이 다시 내 안으로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
나는 오만했다.
김식쪽으로 딱 한발만 움직였는데,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커다란 광야를 만났다. 쾌락의 세상이었다.
그 쾌락의 끝에는 진한 쓴맛과 깊은 단맛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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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랑쥐-
처음 아주 오래전에
김식과 인경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을때
둘 사이에 관계의 진전을
초보자가 경력자가 될때까지의 과정을 그려보려고 했었답니다.
그래서 야할거라고 했는데....
요즘 쏟아지는 19금짜리에는 택도 없습니다.
푱이가
dupiyongsta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