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지하철 역 가까이는 키가 크고 화려한 건물이 자리를 차지했다. 위치가 돈이 되는 세상이었다. 위압감이 들 만큼 크고 화려한 건물은 쇼핑몰이나 누구나 알만한 회사의 이름이 실외 큰 광고판으로 사람의 시선을 모았다.
부러운 마음은 없었다.
내 것이 될 리도 없었고, 저리 큰 것들을 갖고 싶은 욕심도 없었다.
큰 건물 사이로 십분만 걸으면 키가 작고 아담한 건물들이 이차선 길가로 이어진 먹자골목이 있다. 종류도 메뉴도 다양하고 다정해 보이는 먹자 골목을 조금 더 지나면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것 같은 시장골목이 나왔다.
멀지않은 곳에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오밀조밀 가게가 빼곡하게 이어졌다.
역앞 키가 큰 건물 거리와는 달리 활기가 있었다.
길가까지 내 놓은 과일과 생선과 다양한 식재료 판매상 사이에 자리를 깔고 앉은 노점상 사이로 간식거리로 가득찬 줄지은 포장마차들이 정겨웠다. 상자를 찢어 가격표를 달아놓은 모양새도 정겨웠다.
이른 저녁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시장 골목은 적당히 붐볐다.
‘다음엔 내가 밥 해줄게.’
호기롭게 말을 하긴 했는데, 충동적으로 길을 나선 바람에 엄마의 김장김치도 챙기지 않아 보잘 것 없는 솜씨를 부릴 수 없었다.
다행히 시장 골목엔 엉성한 내 솜씨보다 더 맛있고 풍성한 반찬도 많이 팔았다.
꼴깍, 침이 넘어갔다.
빨갛게 하얗게 양념이 된 반찬을 보자 갑자기 식욕이 돌았다.
양념된 더덕도 사고, 고사리 나물도 사고, 구워놓은 임연수와 고등어도 한 마리씩 샀다. 진홍색 포장마차에서 튀김 몇 개와 손가락김밥도 사버렸다.
알록달록 세상 모든 꽃이 다 있을 것 같은 현란한 무늬가 가득한 옷가게 앞을 지나다 슬쩍 잠옷바지를 샀다. 그리고 가판대에 늘어놓은 세 개짜리 속옷도 샀다. 총각 눈썰미가 좋네 라는 말을 들으며 빠르게 가방 깊숙이 집어넣었다.
마트에 들려 캔 맥주와 소주도 몇 병 사고 났더니 양손 가득 짐이었다.
참나.
흥겨운 걸음으로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 잠깐 서서 혼잣말을 하고 말았다.
봄 햇살 때문인건지 요즘의 나는 정말 이상하다. 분명 나인데 자꾸 내가 아닌 것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시장에서 건널목 두 번만 건너면 김식의 옥탑방이다.
층 높은 새 아파트 길과는 달리 길가의 벚꽃나무가 화려하고 게으르게 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큰 나무 아래 바닥에 바짝 붙어 피어있는 노오란 민들레조차 내 시선을 앗아갔다.
손에 몇 개씩 들린 까만 비닐봉투를 덜렁거리며 엄마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 노래는 내 손에 들린 먹거리에 대한 기대 때문 인 거라고… 흥얼거리다 말고는 화들짝 놀라 그렇게 변명했다.
빵냄새가 먼저 다가왔다.
투명한 창문 안에 넓고 깔끔한 일층 빵집이 눈에 들어왔다. 김식이 하던 대로 건물의 뒤편 주차장 쪽으로 갔다. 주차장 볕 좋은 쪽에 하얀 목련이 가지를 늘어뜨릴 듯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김식의 오토바이가 있나 눈으로 먼저 살폈다.
오토바이 대신 하얀 승용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차 옆으로 옹기종기 가방을 맨 아이들이 둥글게 쪼그려 모여 앉아 있었다.
하얀 목련 아래 하얀 승용차와 아이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흘깃 보고 계단을 타려고 막 발을 내딛을 때였다.
“와, 이쁜 형아다.”
모여 있는 중 한 아이가 벌떡 일어나 내 앞으로 달려나왔다.
“형아, 안녕하세요.”
작년 시뻘건 눈을 하고 찾아온 김식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이곳을 왔을 때 마주쳤던 동글동글 똘똘하게 생긴 아이가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어, 안녕. ”
나와 인사 하는 사이 자동차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무리가 슬그머니 다리를 펴고 일어섰다.
“…누구?”
처음엔 꼬마 아이들만 있는 줄 알았다.
아이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없이 앉아 있던 중년으로 보이는 여성 한명이 한발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오토바이 형아 친구요.”
똘똘한 남자아이가 몸을 틀어 간단히 내 소개를 해주었다.
투명한 봄 햇살 아래, 하얀 목련 나무 아래 여성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났다.
처음 본 느낌은 그냥 작다 였다.
키가 많이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처음 보자마자 작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느슨히 묶은 머리칼과 긴 목에 걸린 진주 목걸이를 보자 목련나무의 요정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했다.
정말 작은 얼굴, 그 안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아름다웠다.
봄 햇살아래 진달래색 니트에 풍성한 스커트를 입은 그녀는 우아하고 하얀 솜사탕처럼 맑았다.
한 발, 정말 가벼운 걸음으로 내 쪽으로 다가선 중년 여성은 내 양손에 주렁주렁 달린 비닐봉투를 한번 보고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활짝 웃으며 내게 무해한 웃음을 짓는 그녀는 나처럼 의심 많은 사람과는 달리 경계심도 없이 불쑥 다가섰다.
얼떨결에 꾸벅 어정쩡히 인사를 했다. 앞에 선 여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처음 현주를 봤을 때도 이런 비슷한 느낌이었다. 세상 작은 먼지에도 보호받고 자란 사람, 어떤 해도 입히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 내게 신뢰의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내 눈을 바라보았다.
현주가 상처 없이 사랑만 받고 나이가 더 든다면 저런 모습이 될까? 작은 키, 작은 손, 작은 발을 하고 한줌도 안 될 것 같은 허리를 졸라맨 작은 몸이 살아있는 미니어처 발레리나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나, 여기 이층 피아노 학원 원장이에요.”
“아, 네에.”
발레리나를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 피아노를 말한 순간 피아니스트도 몹시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무대 조명 아래 앉아 있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낯선 사람과의 인사가 어색해 빨리 자리를 뜨고 싶었다.
나와는 달리 피아노 원장은 나에게 적극적 호의를 보였다.
“우리 벚꽃이 너무 예뻐서 구경하러 나갔다가… 애기들이 잠들어서 여기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피아노 원장이 세워놓은 자동차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왜 이런 얘기를 내게 하는 거지?
낯선 나에게 허물없이 다가오는 사람에게서 한발 뒤로 물러서지 않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얀 목련과 닮은 피아노 원장 앞에 키가 큰 나는 이상하게도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내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사랑스러움 때문이었을까?
“꼬맹이들이 너무 신나게 뛰어놀더니…지쳐서 곯아 떨어졌네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내게 고개를 돌리고 내 시선을 정확히 보며 말을 이어갔다.
“애들을 차에 놓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
피아노 원장의 말을 이해했다.
저렇게 작은 사람은 자고 있는 아이를 들 수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자동차를 세워놓고 하교하고 오는 아이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목련꽃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아이들 옮겨드릴까요?”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냥 빨리 피아노 원장과의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 나와 다른 세상에 살 것 같은 무해한 미소와 해맑은 눈동자는 나와 다른 경계선 안에 사는 사람이었다.
“아, 진짜! 그렇게 해줄래요?”
소녀처럼 두 손을 마주치며 좋아하는 피아노 원장은 핑그르 돌더니 뒤에 서 있는 아이들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얘들아, 우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꽃이 이쁘게 피었으니까 우리 피자 먹을까?”
피아노 학원이 아니라 급식소를 운영하는 사람처럼 신이 나 소리쳤다.
“와아... ”
나무 아래 가방을 매고 있던 아이들도 겅중겅중 두 발로 뛰어오르며 신이 났다. 피아노 원장은 어른이 되지 않은 아주 이쁜 피터팬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우아한 피터팬.
손에 주렁주렁 달린 짐을 바닥에 내려놓으려 주변을 둘러보는데, 뒤에 서 있던 아이들이 내 옆으로 우르르 달려왔다.
“형아, 뭐 샀어요? ”
“뭔데요?”
“여기서 맛있는 냄새나요.”
코를 킁킁 거리며 비닐봉투 안을 궁금해했다.
“얘들아, 그건 형아꺼니까 탐내지 말고, 너희들이 짐을 좀 나눠 들어줄래? 멋있게 말이야.”
“네, 멋있게.”
“멋있게.”
손안에 들고 있던 까만 비닐봉투를 빠른 속도로 빼앗겨 버렸다.
내게 이쁜 형아라고 인사했던 꼬마는 술이 잔뜩 든 슈퍼 봉투를 낑낑거리며 들고 섰다. 어쩐지 하면 안 될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또 쪼그라들었다.
“이거 옥상 문 까지 배달.”
“네.”
가방을 메고 내 손에서 비닐봉투를 빼앗아 든 아이들이 계단을 타고 겅중겅중 뛰어 올라가 건물 안쪽으로 사라졌다.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 갈 거니까 걱정 말아요.”
피아노 원장님이 자동차 문을 열어주었다.
자동차 뒷자리에는 꼬맹이라 하기엔 애매하게 큰 두 명의 아이가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애들이 벚꽃 잎 잡겠다고 엄청 뛰어다녔어요. 가방. ”
피아노 원장이 내 쪽으로 두 팔을 내밀었다.
얇은 팔목을 내려다보다 문득 내 등에 메고 있는 백팩이 생각났다.
“괜찮습니다. 안 무거워요.”
“저 꼬맹이들이 무겁답니다. 얼른 이리 줘요.”
나는 가녀린 두 팔에 백 팩을 풀어 건네주었다. 내 백 팩을 보물처럼 가슴에 안은 피아노 원장을 보고는 늘어져 있는 아이 하나를 안아 올렸다.
끙차.
저절로 허리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묵직한 체중이 느껴졌다.
“무겁죠? 남자애들은 보기보다 뼈 무게가 무거워요. 이쪽으로요.”
풍성한 스커트가 내 눈앞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다. 나는 피아노 원장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처음으로 뒷 계단과 옥탑이 아닌 본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나도 우리 애 키울 때 뼈마디가 다 내려앉는 줄 알았다니까요. ”
피아노 원장이 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는 스테이지 뒤에만 머무르던 스텝이었다가 무대 위로 올라선 어설픈 초보 배우처럼 햇살이 쏟아지는 이층 피아노 학원으로 들어섰다.
“얼른 이쪽으로요.”
피아노 학원은 내가 예상한 일반 학원의 모양과 달랐다.
피아노가 들어있는 작은 방 여러 개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그런 모습의 일반 학원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홀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가 먼저 보였다.
마치 학원보다는 실내 작은 공연장처럼 놓인 그랜드 피아노 옆으로 빨간색과 파란색의 라운드 모양의 커다란 소파 두 개가 관객석처럼 놓여있었다.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은 마치 무대 주인공을 비추는 조명 같았다.
피아노 원장이 학원 오른쪽 방향의 문을 활짝 열고 나를 기다렸다. 방안으로 들어서자 뜻 밖에도 피아노가 아닌 싱글 침대가 세 개나 놓여 있었다.
“빨리 이쪽으로 눕혀요.”
“가끔씩 큰 애들이 밤샘 작업 하다가 자고 가기도 해요. 사춘기 예민한 애들이 엄마한테 혼나고 가출하기도 하고.”
해맑게 전달해주는 침대 방에 비밀에 뜻밖에도 수긍이 갔다.
나는 별다른 대꾸 없이 조심스럽게 아이를 내려놓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려 할 때 문 안으로 우르르 내 짐을 들고 사라졌던 아이들이 들어왔다.
여전히 흥겹고 신이 난 발걸음으로 제 가방을 멋대로 빨간색 소파 위로 벗어던지고는 나태하게 벌렁 벌렁 드러누웠다.
“형아, 우리가 문 고리에 예쁘게 걸어놨어요.”
“저는 안에 병이 넘어지지 않게 잘 세워두고 왔어요.”
에너지가 많은 아이들이 누가 누가 착한 어린이인가 자랑하듯 조잘거리며 말을 했다. 피아노 학원이 아니라 이곳은 네버랜드인 것 같았다.
“장난꾸러기들이죠? ”
코를 징긋하며 가볍게 웃은 피아노 원장의 모습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작고 어리고 예쁜 것은 누구나 좋아 할 테니까.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조심스럽게 아이 한명도 끌어 안았다. 끙차 , 다시 허리에 진득한 힘이 들어갔다. 끌어안은 아이에게서 꽃향기와 땀 냄새가 같이 나는 것 같았다.
내 뒤로 따라 나온 피아노 원장이 차 문을 정리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내 뒤를 종종 따라왔다.
고작 두 명의 아이를 옮기고 났더니 훅하고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피아노 원장은 커튼으로 가려진 방에서 시원한 물 한잔을 가지고 나왔다. 갈색으로 물든 차가운 보리차였다.
“고마워요. 곧 피자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줄래요?”
피아노 학원은 겉만 피아노 학원이지 그냥 아이들의 놀이 공간 같은 느낌이었다. 그랜드 피아노 안쪽으로 노란색으로 칠한 번호가 매겨진 피아노가 있는 작은 방은 또 다른 세계로 놀러 가는 문 같아 보였다.
“피아노 칠 줄 알아요?”
이제는 가야지 하고 있는데 피아노 원장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아니요.”
한 때 우리 집 에는 피아노 소리가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 큰 언니가 시간이 날 때 마다 쳐주던 피아노 소리가 가끔씩 둘째 언니가 가요를 흥얼거리던 행복한 시간이 잿빛 기억 속에 희미해지고 있었다.
“얘들아, 피자 올 때까지 음악을 좀 들어볼까. 가방 정리하고 앉아 볼래?”
풍성한 스커트가 발랄하게 흔들리며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따라라랑.
맑고.
따라라라랑
봄날의 연한 햇살 같은.
그런 피아노 음색이 나오자 널부러져 있던 아이들이 관객처럼 자세를 제대로 했다. 나는 열린 침대 방 문에 기대여 그것을 바라보았다.
투명한 햇살아래 작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유연하고, 강단 있게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우아한 피터팬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원더랜드에 도착한 어리숙한 꼬마아이처럼 신기한 듯 그 광경을 보았다.
가슴이 간질거렸다.
눈앞에 벚꽃이 날리는 것도 같고, 아지랑이가 아른아른한 것도 같았다.
하얀 목련아래 꼬마 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았던 개구 진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진지하게 그 연주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우아한 피터팬 같은 피아노 원장이 가진 힘 같았다.
깜빡 졸은 것 같기하고, 다른 차원에 잠깐 다녀온 것도 같은 느낌이었다.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자꾸만 호흡이 가빠왔다.
피아노가 갑자기 멈췄다.
“피자 왔다.”
잠에서 깬 것처럼 아이들이 한꺼번에 와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제껏 피아노 연주회의 관객처럼 조용했던 아이들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얼른 손부터 씻어야지.”
“네에”
“네에.”
염소처럼 대답하는 아이들이 익숙하게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너도 얼른 손 씻고 와.”
어느새 잠에서 깨어 내 다리 옆에 서 있던 아이가 피아노 원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실로 걸어갔다. 피아노에 취해 언제 아이가 나왔는지도 몰랐다.
“이건 학생꺼.”
높이 쌓인 피자 상자에서 선뜻 내 손에 두 판이나 얹어 주었다.
“많이 시켰으니 가져가서 먹어요.”
“저기… 곡이?”
“맘에 들었어요? 우리 애는 간지럽다고 별로 안 좋아 하는데.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오늘 고마웠어요. ”
또다시 코를 찡긋하며 웃는 그 얼굴이 예뻐서 나는 또 홀린 듯 바라보았다.
“언제든 놀러 또 와요.”
화사하게 웃는 피아노 원장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손에 들려준 피자 두 판을 들고 그곳을 나섰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갔다 온 엘리스처럼 낯선 기분이었다. 문득 멈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이 환상의 섬처럼 사라졌을까봐.
예쁜 나무 간판에 [원더 피아노 학원] 이란 간판을 발견하고는 푸스스 웃었다.
봄의 햇살과 피아노 소리와 하얀 목련을 닮은 우아한 피터팬의 얼굴이 무엇보다 선명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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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랑쥐-
사용하는 노트북이 꽤 오래된
보라가 사용하던 노트북이랍니다.
아이들이 각방에 하나씩 게임 전용을 사용하는 바람에
저는 낡은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이게 매일매일 죽지 않고 버티는게 몹시 기특하답니다.
푱이가
dupiyongsta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