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S TRACK

- 이지수의 경계선-

 

 

여고 교실은 일반적인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끄럽고 어수선하고 산만했다. 또 지독히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이기도 했다.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저들끼리 편을 나누고 편을 모으는 개인적인 일상에 바로 돌입 했으면서도 한편으로 큰 이슈가 생기면 반 전체가 진지하게 그 소문을 공유하기도하는 이상한 형태를 유지하기도 했다.


그 무렵 여고 교실에 가장 핫 한 미래의 꿈은 무려 맥순이 일명 [맥가이버 부인]이 되는 것이었다. 얇은 입술을 가진 꽁지머리를 한 남자에 대해 우리는 열광했다.


키가 작은 나는 주로 앞자리에 앉았다. 발뒷꿈치를 들어서라도 어찌 중간 그룹에 끼여 보려고 했건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맨 앞자리였다. 교탁 근처에서 선생들이 쏟아내는 각종 분비물을 맞아야 하는 비련의 자리를 고수당했다. 그래서 키가 큰 애들이 주로 앉는 뒤쪽 자리와는 같은 교실을 공유함에도 옆반 중학교 동창보다도 거리가 멀었다.


 

매점에 우르르 몰려갔다 뒷문을 통해 들어오다 처음으로 뒷자리에 앉아 있는 그애를 봤다.

사람이 참, 싸하고 쎄했다.

정확한 언어로 이런 저런 설명을 하긴 애매했지만 이상하게도 느낌이 싸하고 쎄했다. 주변과 일정한 거리를 스스로 유지하고 있는 떠돌아 다니는 섬 같기도 했다.

여학교라 분명 여학생 일텐데 그 아이의 머리카락은 지나치게 짧았다. 교복 자율화 시대 임에도 불구하고 머리기르지 마라, 머리 묶어라를 늘 법전처럼 외치고 다니는 학생주임이 보기에도 반항하냐고 물을 만큼 머리가 짧았다.


여성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짝 깍은 그 머리는 의외로 그 아이의 분위기 싸하고 쎄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참 특이하다 라는 인상으로 그냥 지나쳐 갔다.

 

그 아이가 다시 눈에 들어온 것은 체육시간이었다. 시꺼멓고 딴딴한 몸을 가진 체육이 농구대에 볼을 열 개 넣는 것으로 중간고사 평가를 하겠다 선언했다. 한골에 10점. 나처럼 조그마한 사람이 그 높은 농구대에 볼을 넣기란 하늘과 땅이 뒤집어질 확률 정도?


아이들은 원성을 자자하게 쏟아냈지만 체육은 들을 귀가 없는 사람 같았다.

시범으로 자세를 몇 번 보여 준 뒤에 키가 가장 큰 그 아이를 불러냈다.

또래 여학생들보다 키가 훌쩍 큰 그 아이는 운동선수인가 착각할 뻔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마르고 긴 팔과 다리는 운동을 하기엔 어딘가 약해보였다.


체육이 농구공을 건네주며 그 아이에게 공을 한번 넣어보라고 시켰다.

그 아이가 선생이 시킨대로 자세를 잡고 공을 넣었다. 우린 모두 침 삼키는 것도 아끼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저아이에게 무려 백점짜리 중간 평가가 달린것과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림을 맞고 튕겨나온 볼을 보고는 우리 모두는 안심했다.


“불가능하다고요.”

단체로 합창하듯 체육을 향해 외쳤다. 반에서 제일 키가 큰 저애도 못 넣는 볼을 우리 따위가 어떻게 넣겠냐고 합창해서 외쳤다.

그런데 그 아이가 농구공을 두 팔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잡고는 무릎에 탄성을 주듯 한번 두 번 굽혔다 폈다 하더니 긴팔로 아래에서 위로 공을 던졌다.

슝하고 허공을 날아간 공이 농구대를 통과했다.


“와아 ”

하고 탄성이 나왔다.

우스꽝스러운 원숭이 같은 자세이기도 했는데 그 자세로 공이 들어갔다는 것이 신기해 방금전까지 불가능을 외치던 우리는 모두 소리를 질렀다.

방금전에 공을 농구대에 통과시킨 그 아이의 표정은 평소와 비슷했다. 특별히 성공한 것에 대한 쾌감도 없는 것 같았다.


“되는데?”

체육은 얄미럽게 웃으며 말했다.

“우린 안된다고요?”

합창을 하듯 여기저기서 외쳤지만 체육은 완고했다.

“어떻게 넣듯 연습하면 된다. 자세가 좋으면 더 좋고.”

 

체육이 단호하게 호르라기를 불었다.


“자, 연습. 둘씩 짝지어서 연습해라.”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언제 연습하냐고.”

“아이씨, 괜히 공을 넣어가지고는.”

 

한껏 투덜거렸다. 교사가 옆에 있음에도 우리는 막강했다.

그때 농구공 하나를 든 여자애가 쪼르르 싸하고 쎄한 아이 옆으로 달려갔다. 깔끔하게 빗은 머리카락이 오월의 햇살 아래 나풀거렸다.

동그란 눈을 가지고 예쁘게 웃으며 달려가는 그 아이는 세상의 고난 같은것이라고는 일도 모를 것 같은 세상 무해한 표정이었다. 열일곱살짜리가 세상 고난을 안다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그 아이는 보호받고 사랑받은 티가 역력했다.

 

“인경아, 너 어떻게 넣었어. 나도 봐줘.”


해실해실 웃는 그 모습은 마치 솜사탕처럼 달콤한 향을 풍길 것 같았다.

싸하고 쎄한 사람과 솜사탕이라니…참으로 이상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교복자율화 시대다. 메이커를 표방하며 나이키와 아디다스 아식스가 교실을 점령했다.

솜사탕 같은 아이가 입고 있는 옷은 나이키도 아디다스도 아니였다. 우리가 입는 흔한 옷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질 좋은 옷감, 꼼꼼하게 잰듯한 바느질 마치 전문 맞춤복 같아 보였다.


반에 집안이 여유로워 보이는 애들도 좀 있었지만 저 아이는 조금 달라보였다.

영국 전통있는 학교의 교복 같기도 하고,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비싸 보이는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있었다. 가끔씩 흘깃 꺼내놓은 도시락을 볼때도 풍성하고 정성이 가득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 같았다.

살면서 사소한 공격을 받아 본적도 해본적도 없는 사람. 세상 무해한 사람 딱 그렇게 보였다.

 

두 사람에게 딱히 친해질만한 교점은 없어 보였다.

보통 싸하고 쎄한 아이는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좀체 없었다. 가만히 책을 보거나 창밖을 보거나 하는 일이었다. 무슨 책을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두꺼웠고 중간중간 읽었던 부분을 또 읽는건지 페이지는 게으르게 넘어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솜사탕 같은 애가 불쑥 다가가는데 그러면 싸하고 쎄하던 섬 같던 아이가 피시식 웃었다. 딱딱하게 경직되어 주변에 거창한 울타리를 두르고 혼자 떠도는 섬 같던 아이가 피시식 근육을 풀고 웃었다. 세상 무해한 표정의 아이는 그보다 두배는 환하게 웃었다.

그 싸하고 쎄한 아이가 내 시야에 왜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남자같은 머리에 남자같은 키를 가진 여자애와 솜사탕처럼 포근포근한 무해한 아이가 팔짱을 끼고 화장실을 간다고, 둘이 사귀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반 진담반의 소문이 돌았다.

가쉽에 목마른 여고생들이라 쉽게도 소문이 나는구나 하고 그저 생각했다.

 

솜사탕 같은 그 아이는 아무에게나 친절했다. 아무에게나 잘 웃었다. 누가봐도 질이 좋은 옷을 입고 누가봐도 탐이 나는 도시락을 싸오는 그 아이는 아무에게나 자신의 것을 잘 열어주었다.

그 모습을 보기 싫을때면 가끔씩 싸하고 쎄한 아이가 옆으로 와서 서 있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알아서 조심했다.


분명 같은 나이인데도 싸하고 쎄한 아이는 이상하게도 어려웠다.

같은 반에서 오가다 보니 우연히 두 사람에 대해 꽤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말을 하는 것은 솜사탕 같은 현주라고 생각했다. 싸하고 쎄한 그 아이는 대부분 현주가 하는 말을 듣거나 요구사항을 따라주는 것이었다. 싫은 눈치는 별로 없었다. 그냥 대부분 현주가 하자는 대로 묵묵히 따라주기만 했다.


한쪽으로 기우는 관게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싸하게 쎄한 아이가 밀도 짙게 더 싸해지면 현주가 종일 눈치를 보았다. . 보이지 않는 철망이 단단히 쳐진것처럼 주변을 맴돌며 강아지처럼 낑낑거리기만 했다.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 싸하고 쎄한 아이가 약간의 철조망을 열어주면 현주는 냉큼 그 울타리를 넘어 곁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쥔 사람은 싸하고 쎄한 아이였다.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는 동안 두 사람의 대한 소문이 간간히 들려왔다. 고백을 받았다던가 초쿌릿을 한무더기로 받았다던가.

그냥 그렇게 같은 학교 다니는 유명인사 정도가 딱이었다.

 

 

공대 전체 오티 날이었다.

모르는 얼굴, 모르는 얼굴, 또 모르는 얼굴. 적당히 아는 얼굴, 쫌 불편한 얼굴

맥순이를 꿈꾸는 우리들은 문과보다 이과를 많이 선택했다. 그리고 여고에서 공대까지 흔한 케이스는 아니였지만 약간은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아는 얼굴이 거의 없다.

아무 자리나 앉아 턱을 괴고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을 흘깃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때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들어오는 그 애를 찾았다

 

싸하고 쎄한 그 아이를 만났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그 아이는 더 위험하고 쎄하게 느껴졌다. 같은 학교를 온지 몰랐는데 그래도 아는 얼굴이라 의외로 반가웠다.

몰래 자리를 옮겨 그 아이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안심. 딱 그 정도가 좋았다.

 

“참, 아깐 쏘리. 네 여친이 그렇게 맥아리 없게 휘청거릴 줄 몰랐어. ”

 

여친? 누구?

 

“뭐, 둘이 괘나 알콩 거리던데….”

 

둘이 아는사이라고 하기엔 싸하고 쎄한 아이는 대꾸가 없었다. 원래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였다. 낯선 이에겐 더더욱.

 

“길 가운데로 사람이 많이 내려와 있어 피하다 보니…. 그리고”

 

두 사람이 어떤 표정인지는 보려면 고개를 돌려야했다. 그러나 방금 전 무섭게 생긴 남자가 뒷자리 애들을 어떻게 협박하는지 들었기에 나는 옆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난 김 식."

“조까!”

 

여태 대꾸 없는 그 아이가 가운데 손가락만 펴서 내밀었다. 풋하고 혼자서 몰래 웃었다. 어쩐지 싸하고 쎄한 저 아이가 좋아질 것 같았다.

 

 

 

“너 무슨과?”

대뜸 나에게 묻는 말은 반말이었다.

키가 저렇게 큰 사람은 처음봤다. 아마도 내 두배쯤? 실질적으로 두배라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위압감과 박력으로 두배쯤 커 보였다.


“컴공.”

“오른손에 붕대감고 다니는 키 큰 여자애 … 알아?”

 

나는 누굴 찾는지 안다. 오티날 둘이 나란히 앉아 조까를 주고 받던 그 남자애라는 것을 머리에 쓴 니트 모자로 알수 있었다.

왜 싸하고 쎄한 그 아이를 찾는지 모르겠지만 표정엔 화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리고 신입생 환영회를 거치면서 선배들이 인경을 여자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챘다. 쟤는 뭔데 여자애라고 하는거지?

 

“몰라…요.”

 

그렇게 나는 용감하게 쌩깠다. 설마 여자를 때리는 애는 아니겠지?

 

 


 

 

 

그날은 시월의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바람결에 가을 냄새가 깊어가는 아주 이쁜 날이었다. 요즘 학교 가는게 재밌다. 학생식당에서 학식을 뚱한 표정으로 먹는 싸하고 쎄한 그 아이와 조금씩 가까워져 어느새 한 패거리가 되었다.

어느 날은 현주와 어느날은 무섭게 생긴 김식과 .

같이 있으면 시끄러운 잡담도 질문도 없었지만 재밌는 일이 생겨났다. 전공을 공대를 괜히 선택했나 싶을 때 나타난 사람들 덕에 학교 생활에 재미가 붙었다.

 

까칠한 일교시 교수 수업을 받으러 학교에 일찍 나왔다.

어떻게 된건지 전부 수학수업뿐이다. 컴공이라면 컴퓨터를 배울줄 알았는데 내내 미적분 응용수학, 물리학까지 자꾸만 후회가 생겼다.

 

“조인경, 조인경이 누구야?”

 

강의를 시작하기 오분전에 갑자기 조교가 들어왔다. 일학기때는 수업에 지각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학기가 되어서 지각한 적이 없던 아이다.

 

“아직 안 왔는데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을 했다.

 

“그래? 너 좀 나와 봐.”

 

딱딱한 표정으로 굳이 나를 지목해서 조교가 밖으로 나를 불러냈다. 순간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어둠이 밀려오는 느낌? 예감이 불길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직 강의는 시작 전이었고 과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복도에서 조교와 마주섰다.

 

“조인경하고 친해?”

“그냥 같은 학교 나왔어요.”

“그래. 그럼 너가 전해줘야겠다. ”

 

어쩐지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자꾸만 긴장되었다 조교의 딱딱한 표정이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신경쓰였다.

 

“…과사로 전화가 왔는데, 인경이 아버님이 돌아가셨대. 자취집 쪽으로도 연락하긴 했다는데, 애랑 연락이 됐는지 모르시겠다고, 전화를 달래.“


 

쿵하고 심장이 덜컥 떨어졌다. 팔뚝에 소름이 쭈욱 돋았다.

무시무시한 소식을 듣자마자 세게 얻어 맞은 모양 정신이 멍해 버렸다.

혹시 아직 학교로 오는 중인가?

엇갈리면 어쩌지?

 

정신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교수의 수업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라는 것도 잊었다.

2 공학관 앞에 잠깐 앉았다. 여기서 기다리면 만나지려나? 시계를 보니 고작 삼분이 지나있었다. 이 시간까지 안 온적이 없었는데?

 

아, 오토바이.

머릿속에서 번쩍 김식이 생각났다. 공대 건물에 오토바이를 찾으면 되겠지. 나한테 2학기 시간표를 족쳐서 뺏아 갈때도 공대 건물 앞에서였다.

1학기 마지막 시험이 끝나던 날 인경이가 먼저 나가고 내가 나왔을 때 붉은 색 스즈키 마크가 달린 오토바이로 내 앞길을 막아섰다.

꼼짝말고 30 분만 있다 나오라고. 그렇게 나를 협박했다.

 

무작정 공학관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김식이 무슨 과인지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것 같다. 특별히 싸하고 쎄한 그 아이도 묻지 않아 나 역시도 몰랐었다. 이렇게 무관심한 주제에 친구였다고….


허둥허둥 움직였다.

달리기가 너무 싫어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내가 나는 정신없이 뛰었다. 공학관 건물을 다 돌아다녔다. 숨이 차 올랐지만 그냥 뛰었다. 주차 구역을 뒤졌지만 김식이 타고 있던 크고 거창한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현주를 찾아야 하나?

공대에서 학생회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서 멍청하게 서 있었다.

어디로 가지?

점심시간마다 학생식당에 나타나던 김식은 어디서 찾지? 무슨 과였지?

밥 먹는 사이였지만 정작 나는 모르는거 천지였다.

 

 

그때 학생식당 부근에 서 있던 어떤 여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김식에 대해 소문을 말하던 패거리 중 하나다. 오티때부터 눈에 들어오던 여자애다.

난 다시 달렸다.


“야.”

“어머 깜작이야.”

숨을 몰아쉬면서 물었다.


“너 나 알지? 김식 어딨어? 걔 무슨 과야? ”

“걔 자퇴했는데.”

벌써 여러번 점심도 같이 먹고 같이 맥주집도 갔는데….


“맨날 점심 먹으러는 오잖아.”

“그야 … 공부하러는 오니까.”

“공부? 어디로? ”

“어디긴 도서관이지. 말 나온 김에 물어보자. 너네 대체 누가 김식이랑 사귀는거야? 김식이 게이야?”

“아무도.”


 

나는 다시 뛰었다.

“야! 니네중에 누가 향단이냐고?”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성에 차지 않은 대 답변에 짜증이 묻은 소리였다.

헐레벌떡 걷는건지 뛰는건지 분간아 안되겠지만 그냥 뛰었다. 공대에서 중앙도서관까지 내 저질 체력으로는 너무 멀었다. 가는 길에 혹시 그 아이를 만날까 연신 길을 주시하면서

뒤었다.


중앙도서관 앞에서 높다란 계단을 쳐다보았다.

이 놈의 학교는 경사도 많고 계단도 많았다.


그리고 도서관 어느 실에서 공부하는지 모른다는 것도 깨달았다.

무거운 다리를 끌어 올려 겨우겨우 높다란 계단을 올라갔다.

김식은 두 번째 열람실에서 찾아냈다. 키가 큰 덕에 삐죽 나와 있는 머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저기….“

내 숨에 찬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도 같이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 사람들이 신경쓰이지 않았다.

 

“저기, 인경이, 아버지 돌아가셨대……요..“

“인경인?”

“아직… 못만났어…요. . 수업 시작 전에 조교가 들어올때까진.”

 

김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조심성 없는 행동에 다시 주변의 시선이 모아졌다. 그러나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나는 가까스로 김식의 팔을 잡았다.


“어디 가는데?”

“장례식장. ”

“어딘지는 알아… ?”

“다 뒤지면 나오겠지.”

 

뛰다시피 걷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똑똑한 줄 알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을 넘지 않고 유연하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경에게 왜 싸하고 쎄한 표정을 하고 있었냐고 묻지 않았다. 먼저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 묻지 않는게 배려라고 호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았다.


즐거울때만 함께 하는건 친구가 아니였다. 위로를 건네줄수 있는게, 얼마나 큰 관계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김식이 펼쳐놓고 간 책을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수학의 정석을 접고, 영어문제집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갑자기 후두둑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왜 달렸는지 그제서야 깊게 다가왔다.

아버지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 스무살 짜리에게 그게 어떤 의미인지…자리에 그대로 쭈그리고 앉아 나는 울었다. 고등학교 시절 햇살 비추던 자리에 앉아 싸하고 쎄한 표정을 했던 인경이 대신 그냥 울었다.

그게 내가 내 친구에게 해줄 수 있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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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랑쥐-

학창시절 저희 모두들의 꿈은 진정으로 맥순이였습니다.

맥가이버 부인

어느 담당샘이 너네들은 뭐가 되려고 하냐고 물었다가

단체로 맥순이가 되겠다고 큰 소리로 대답하는 기행을 했지요.


도대체 맥순이가 뭐냐고 물어서

맥가이버 부인이라고 당당히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인경이가 어느 과인지 드디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소심한 저의 러브레터입니다.



푱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