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돌이 피바다 공연을 하다.
네모돌이는 주방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생선 그릴은 물론이고(몇번이고 저 혼자 켜보는 바람에 불 날뻔 했습니다요.)
가스렌지도 호시탐탐 노리고, 휴대용 버너 사용법도 유심히 관찰하고는 실험해봅니다.
밥상 차리면 냉장고 문 열고 반찬 꺼내놓고,
밥을 다 먹으면 빈 그릇은 개수대에 집어 던집니다.
상 치울땐 또 반찬그릇을 저한테 들어서 건네줍니다.
물론 물통 담당은 네모돌이입니다.
요즘 네모돌이가 부쩍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도마와 칼입니다.
저녁에 된장찌개를 끓인다고 호박을 통통 썰다가
잠깐 누가 오셔서 얘기를 하고 온사이에
우리집에 피바다 공연이 잠깐 있었습니다.
네모돌이가 저 몰래 의자 갖다가 놓고
싱크대에 있던 식칼을 들고 호박썰기에 몰두한것입니다.
그 큰 칼을 휘둘다가 잘못하여서
엄지손가락과 집게 손가락 사이 손바닥을 크게 베어냈습니다.
피가 철철 나는 와중에도 울면 호박썰기를 못하게 될까봐
울지도 않고 호박 썰기를 계속 했습니다. 그노무 호박이 뭔지...
잠시후, 얘기가 다 끝나 주방을 돌아본 저.
으아아아아악.
호박은 시뻘건 핏물이 들어서 약초호박 모양이 되어버렸고,
주방 마루에 피가 흥건합니다.
이렇게 리얼하게 피바다 공연을 하다닛.
도대체 피를 얼마나 쏟은건지...
그래도 네모돌이는 울지도 않습니다.
급하게 지혈을 하는데 그제서야 아파, 아파 하는 정도.
다행히 꼬맬 정도는 아니지만.. 상처는 꽤 큽니다.
급하게 대일밴드랑 붕대를 사와서 안에 대일밴드 붙여놓고, 붕대로 손을 뚤뚤 말아서
권투선수처럼 되어버렸답니다.
저녁밥을 치우고 네모돌이랑 공원에 나갔습니다.
보라네 반 친구가 동생을 데리고 놀러왔습니다.
세발자전거를 타는 그 아이를 네모돌이가 뒤에서 밀어준답니다.
옆에서 형아가 조금 도와준답니다.
둘이서 열심히 세발자전거를 미는데 형아의 속도보다 느린 네모돌이가
엎어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자전거는 꼬옥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발자전거는 계속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네모돌이는.. 세발자전거 짐 놓는 곳에 연속 이연타로 부딪히며 깨졌습니다.
한쪽 이마는 밤톨만한 혹이 생겼고,
코 바로 아래는 각진 자리대로 홈이 파였습니다.
그리고 입술은 오리입술이 되어버렸습니다.
에.. 피 는 또 철철 흐릅니다.
아무래도 오늘 꿈자리부터 끔찍하게 보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은
내 뒤통수에 우물하나를 파놓고 가버린 녀석이 나타나더니
아침부터 별 요상스런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는데
네모돌이는 결국 피바다 공연을 두 번이나 하고 말았습니다.
아, 하루가 너무 깁니다.
모든 근심 덜어내시고 편안한 잠 주무세염...
아마 내일은 하루종일 화창한 날이 이어질 겁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