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말랑말랑해서

그냥 갑자기 청주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이만여점이 넘는 컬렉션이 있다고 했는데

청주 박물관에 전시된 컬렉션은 딱 한시간 정도의 감상이면 끝날 정도로

소박했답니다.

그 유명하다는 달항아리도보고

백자도 청자도 있었지만

제 눈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청동으로 만들어진 이주령, 팔주령이었답니다.

-도대체 저 수집가(이건희)는 왜 저 방울까지 모았을까? 하는.... 

아주 욕심많은 컬렉터의 컬렉션의 아주 조금을 보고 나오니

청주 박물관 마당에 문인 석상이 곳곳에서 겸손한 손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게 더 좋았습니다.

청주맛집을 검색하니 [소로리] 라는 아주 작고 소박하고 오래된 건물에서

솥밥을 하는 집이 있다고해서

그곳에도 다녀왔습니다.

옛날 국민학교라고 할 정도의 나무의자와 낡은 창문을 열어놓은

아주 작은 집에

두피까지 문신이 그려진 (판타지 소설에 나올법한 용족? 쯤 ) 요리사 만들어주는 솥밥과

메밀연어김밥까지 먹고 돌아왔습니다.

단 하루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풍성하고 풍족하고

더불어 돌아오는 길에 함께 따라온 예쁜 반달도 좋은 하루였답니다.

예전에는 낙엽만 굴러가도 웃겼다는데

요즘은 웃을일도

웃길 사람도 없는 

하루하루의 파장이 지나치게 고요한 날들이네요.

큰 기쁨과 큰 슬픔은 젊은 날의 특권일까요?

요즘은 그것조차도 쫌 그립습니다.

덧- 요즘 글을쓴다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인들의 어떤 사소한 행동조차도 자꾸 문장으로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답니다.

푱이가

dupiyongsta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