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낡은 수첩은

플러스 때문에 북박스로 계약하러 가던 날 가지고 갔던 수첩입니다.

첫출간이라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또 혹시라도 제가 듣고 놓치는 것이 있을까봐

잔뜩 긴장하고 또 긴장한 채로

문제의 그 수첩을 품에 안고

그 여정을 함께 했지요.

수첩을 선물해준 분은 남편의 친구였고

그 당시 수첩을 별로 쓸일이 없던지라

아주 깨끗하고 맑고 자신있게 

하아얀 상태였습니다.

그 수첩에는

꿈집에서 이벤트 하여 당첨된 분들의 주소와 연락처

프리첼에서 알게된 분들의 주소와 연락처

천동분들과 선물이 오고가면서 알게 된 주소와 연락처

심봤다군은 그때 무지하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물론 어렸던 보라도 별별 신기한 선물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은 낡을대로 낡아서

가죽이 삭아서 잠깐 잡으면 뭔가가 툭툭 떨어져 내리기도 하지만

그 수첩엔 여러가지 것들이 있고

낡은 가죽 케이스에는 아이들의 증명사진 몇장을 꽂아놓아

여전히 한 구석에서 대접을 받으면서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저 모든 전화번호가

011

016

017

019

아, 망해버렸습니다.

모두 010 의 세상으로 들어올줄 그때는 누가 알았을까요?

암살의 이정재의 대사대로 -몰랐으니까 일본이 망할줄 몰랐으니까-

처럼 세월의 급격한 변화로

메일 회사도 사라져버리고

저 위의 회사도 사라져버리고

또 집전화 대신 가족 1인 1  휴대폰으로 변화해버리고....

게다가 피용이는 키보드로 말줄임표 칠때마다 

말줄임표 한번에 맨 아래 띄워쓰기 키를 누르고 있더란....

(스마트폰 천지인 쓰시는 분들은 무슨 행동인줄 아시리란.....)

오늘은

제 전화기에 들어있는

무사히 010 으로 이어진 전번을 갖고 계신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으나

심봤다군 태어날때 병원도 다녀가신 그 분께

용기내어 문자를 드려보았습니다.

전화드려도 될까요?

하고 영점 몇초 만에 통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아, 진짜 이렇게 어렵지 않은 일을

그동안 망설이고 있었네요.

너무나 반갑게 

마치 어제처럼 (감동)

그분이 아주 좋은 말씀을 주셨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라고.

네 그래서 전 어떤 것이라도 해보려고요.

-푱이가-

  dupiyongst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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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세이메이에겐 아직 전화를 못하고 있습니다.

미안하고 미안해서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