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카페?
날짜:2003/08/25 19:59
아이를 출산하고 며칠 안된 것 같습니다.
뜨거운 여름날임에도 불구하고, 내복까지 껴입고
반은 잠에 취해 지내고, 반은 구민도령의 수유를 위해 지낼 때
뜻밖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요즘 다음 카페가 어쩌느니…… 하는 대수롭지 않는 문자였는데,
몇시간쯤 뒤에 팬카페가 생겼답니다.
허억;;;
첨엔 몹시 당황했습니다.
누가?
내가?
이 내가 팬카페라니--- 말도 안돼.
아, 전화기를 들어 번호를 눌렀습니다.
말도 안돼요. 몇 명이나 온다구 팬 카페래요?
그리고 난 보여줄 것도 없단 말이여요.
지금 아이낳고 누워있는데 뭘 보여주란 말이여요.
-- 사실 이때 짐싸고 있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이바닥을 떠나는 작업?을 생각하고 있었죠.
아무튼 이렇게 팬카페는 떡하니 생겼고,
긴장된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와보니
대부분이 눈에 익은 천동 식구들이더구요.
-일명 제가 친인척이라고 부르는 분들! 하하.
조금은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삼년동안 겨우 한 작품
-권수로야 세권이지만 결국은 고작 한 작품이지요.
을 써놓고는 다음 것을 시작하기는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무엇보다 상상력의 빈곤함을 탓하며
다음 발을 내딛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잊고 있었던 것이 있네요.
처음 수수를 겁없이 시작하던 2000년 가을.
무식하면 용감하다. 싶을 정도로 무모했고,
인터넷 연재가 무엇인지, 공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발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참 많이 즐겼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말로 아무생각없이 떠오른 이야기를 구라치고 있으면서
전 즐겁습니다.
아마도 팬카페를 만든 스타티스의 무언의 압력이 그 글을 끌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푱이가.
아, 역시
저의 언어는 정말 가볍군요.;;;
요즘은 단어 공부를 참 많이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peach 어려운 말을 쓰는 작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어야한다고 봐요. 피용님 만의 매력을 너무 가볍게 생각지 말았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