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입덧때 그렇게 말랑한 복숭아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여름부터 꼬박꼬박 과일가게에 가서
말랑한 복숭아가 나왔냐고 물었는데
계속 아직 안나왔다고...
아직 안나왔다고...
몇번이나 허탕을 쳤습니다.
그러다 가을이 다 되어서
겨우 말랑한 복숭아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 복숭아를
허겁지겁 먹었는데......
친정 엄마가 암투병 하실때
말랑한 복숭아가 드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말랑한 복숭아를 여기저기 수배해서
한박스 보내드렸습니다.
정말 맛있다고
한입 베어 물때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좋았다고 하셔서 또 구해드려야지 했는데
다음해 말랑한 복숭아가 나오기 직전에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추석을 보름 앞두고 돌아가셨는데
환갑을 맞기 한달전이었습니다.
추석때 말랑한 복숭아 잘생긴 놈으로 갖고 갔는데
제사상에는 복숭아가 안 올라간다고 하시지 뭡니까.
됐고, 엄마가 좋아하는 건데 한번만 올려줘... 라고
아버지한테 땡강을 썼더니
딱 한번 상위에 올려주셨네요.
올해도 말랑한 복숭아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식구중에 복숭아를 같이 먹어 줄 사람이 없어서
게다가 엄청 비싸기도 하고
또 초파리 생기는 속도가
제가 먹는 속도보다 빨라서
결국 펭귄표 복숭아 캔으로 사왔습니다.
꼴랑 한통 먹고 즐거웠지요.
살다보면 즐거움은 참 별거 아닌것에도 오는데도
늘 뭔가 모자란것을 찾고 있으니... 원. 이라고 자조해 봅니다.
푱이가
dupiyongstar@naver.com
에구..안타까워라ㅠ.ㅠ
뭐 제사상이 별거예요?
생전에 좋아하시던 것 올리는 게 최고지요
저는 나중에 다른거 다 필요없고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과 뻥이요(허니맛)를
꼭 갖다 달라고 이야기 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