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꿈집을 가출했을때
딱 한명만 잡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사는 월드도
브라질로 간다는 마이니와 마지막 통화 이후로
일본으로 가신다는 모분도
갑자기 끈 떨어진 연 모양 툭하고 뭔가 끊어진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계속해서 이런 저런 , 저런 이런 사건들이 터지는 와중이라
글을 쓰지 않는 피용이는 의미가 없다 라는 생각에
꿈집 가출을 자연스럽게 하고 말았습니다.
책을 냈다는 기억조차 뇌 한 구석으로 몰아놓고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냈습니다.
일종의 게임 클리어 하는 기분으로
나름 하루하루가 치열했습니다.
그럼에도 딱 한명만....
그래봐야 고작 설날과 추석 무렵에만 연락하는 정도였지만
미루강아지, 혹은 스타티스, 혹은 선화공주만 잡고 있었습니다.
미루네 어머님이
해마다 제 생일때면 햇멸치 한상자와 미역을 보내주셨습니다.
가출해있는 동안 꽤 꾸준히 보내주셔서
그 맘때면 맛있는 햇멸치와 미역국을 끓여 먹었지요.
꿈집으로 돌아올까 말까 망설이던 어느 날
뜬금없이 선화공주네 블로그를 들어가 봤습니다.
그리고 늑대날다 리뷰를 읽었습니다.
그 리뷰의 행간에는 너무너무 신나요, 너무너무 즐거워요
상진이가 정말 이쁘답니다. 가 보여서
그 당시 무조건 내 편이니 좋은 말만 썼을지도 몰라 라는 거품이 사라지면서
진짜 미루 강아지의 열렬한 애정이 보였습니다.
-이 무슨 멍청한 말인가 싶겠지만
당시 좋은 평은 내 편이니까 좋게 써 주시는 거겠지 하는
미련 곰탱이 같은 생각도 했었더랬습니다.
그리곤 미루에게
수수플러스와 오래된거짓말 중 뭐가 더 좋냐고
새벽에 카톡을 남겼네요.
다음 날 아침에
잠 자느라 카톡을 못 읽었다며
아주 정성스럽게 미안해하면서 (아니 원래 밤에는 카톡 못 읽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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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님 작품 중에 뭐가 더 좋으냐 하는 건 거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질문과 버금가는데요^-^;
수수플러스 한여름의 치열함으로 오래된 거짓말은 가을과 겨울로 가는 원숙함으로 좋아했었던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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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했답니다.
정작 오래된 컴플렉스에 갇힌 사람은 저였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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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이 이야기를 쓰신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쁠 일일 거예요 뭔가 내 마음 속 청춘들
무사안녕 하산하는 길 배웅하는 기분이 뿌듯하게 남지 않을까.. 푱님 부담없이 인경이
얘길 들려줄 수 있겠다 싶을때 찬찬히 그려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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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도 했답니다.
한밤중에 느닷없이 카톡을 보내도
다음날이면 정말 다정하게 답장을 주는 사람
가출한 오랜기간동안 뜬금없이 연락해도
꾸준히 답을 보내는 사람...
이름을 불렀습니다.
제게 와서 꽃이 되어 주십시요.
푱이가.
dupiyongstar @naver.com
덧- 깜짝 놀라게 하려고 일부러 늦게 불렀습니다.
꿈집 비번을 몰라 미루를 닥달했을때도
부지런히 움직여 비번 찾는 방법을 같이 연구해주기도 했지요.
결국 주영에게 전화를 걸어서야 비번을 해결할수 있었지요.
정말 멍청합니다.
덧2- 제 오프라인 친구인 물리학과 친구가
아직도 강아지는 몰라? 라고 몇주째 내내 물었습니다.
응, 아직도 몰라.
쫌만 더 준비해 놓고 부르려고...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친구는 우리 강아지가 언제 눈치채고 나타나나가 가장 큰 관심사였답니다.
ㅋㅋㅋㅋ
D-day 가 20일이야 했더니 폰에 알림까지 해놓았는데
제가 못참고 먼저 불러버렸답니다.
아이궁 피용님 저 지금 막 감동의 여운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네요ㅠㅠ 몇년전부터 예전관 달리 올빼미족에서 바른생활 어른이가 되다보니 이 시간쯤 되면 졸음이 내려앉는 미루강쥐가 되곤 하는데 피용님 글을 읽으려니까 최고의 러브레터를 받아보는 냥 감동이라지요.저야말로 그저 좋아하는 작품들 이야기 하는 게 즐거웠을 뿐인데 푱님이 그보다 훨씬 어여쁘게 봐주신 거 같아 쑥스러울 따름이에요. 피용님이 준비됐다고 나긋나긋이든 잰걸음으로든 걸어가보신다 하면 전 그 길 뒤로 졸래졸래 즐겁게 따라가 보렵니다. 저는 그럴게요...제맘 아시죠~